우리는 왜 대북 TV방송을 하지 않나?
진정 통일 원한다면 北주민 위한 TV프로그램 만들어 북한에 방송해야
독일 통일에 있어서 미디어의 역할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번 본에서 열리는 글로벌 미디어 포럼에 참여하면 이 질문을 꼭 독일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이번 행사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졸바하(Solwach)씨는 이 질문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답변했다. 서독은 라디오 뿐 아니라 TV까지도 동독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방송을 했다고 한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동독 TV는 서독 TV에 경쟁이 되지 않았다.
동독 사람들은 동독 TV 뉴스보다 서독 TV 뉴스를 더 신뢰했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일화가 있다. 원래 동독, 서독 모두 8시에 뉴스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독 주민들이 동독 뉴스 방송을 외면하고 대부분 서독 8시 뉴스를 시청하자 동독 TV는 자신의 뉴스 시간을 15분 늦춰 방영해야 했다. 서독 TV와 경쟁에서 완전 밀린 것이다.
동독의 해안가 일부 지역에서는 서독 TV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주민들은 서독 TV를 보기 위해서 좀 더 내륙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고 한다. 물론 이주의 전적인 원인이 서독 TV 시청만은 아니었겠지만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동독 정부의 반응이었다. 동독 정부는 해안가 주민들의 내륙으로 이주 원인 중의 하나가 서독 TV 시청인 것을 파악하고는 주민들의 이주를 막기 위해 서독 TV 전파의 증폭기를 동독 해안가에 설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독 해안가 주민들이 서독 TV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물론 이는 주민들의 이주를 막기 위해서 말이다. 북한 같으면 강압적인 폭력으로 막았을 것인데 동독 정부는 전파 증폭기를 설치해 주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제 북한에도 동독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TV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한국 KBS 방송을 볼 수 있다. 원래 북한 TV는 PAL 방식이고 한국은 NTSC 방식이어서 서로 호환이 되지 않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PAL, NTSC 겸용 TV가 중국에서 꽤 많이 수입되어 북한에서도 한국 TV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에도 고층 아파트에서 한국 TV가 나오고 해안가 쪽으로는 함흥까지 KBS 전파가 도달한다고 한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함흥 같은 경우 한국 TV가 잘 나오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보다 집 가격이 훨씬 비싸다고 한다. 일부 북한 주민들도 한국 TV 보는 맛에 푹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2012년이 지나면 북한 주민들이 KBS TV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한국 TV 시스템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모두 전환하기 때문이다. 한국 TV 프로그램이 모두 디지털로 전환되면 북한의 아날로그 TV는 이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없다. 때문에 한국 TV를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디지털 TV 수상기를 사면 되지만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쉽게 살 수 없다. 북한 TV는 디지털로 나오지 않는데 디지털 수상기를 가지고 있으면 한국 TV를 보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정치범수용소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한국 TV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에게는 좋은 일일 수는 있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한국 TV를 보는 큰 즐거움을 빼앗기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 TV의 디지털 전환이 북한 주민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이 검토해 보고 대안을 마련해 놓았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TV 시스템 전환에 있어서 북한과 통일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말로 통일을 원한다면 서독처럼 우리도 북한 주민들이 다 볼 수 있는 TV 방송을 북한을 향해 보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북한 주민들이 보는 KBS 방송도 사실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들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들이 전파 월경을 통해 북한에 가는 것뿐이다.
모든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계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 전역에서 한국 TV를 시청할 수 있게 더 강한 출력으로 전파를 쏘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권리가 당연히 있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는 세계인권선언 19조에도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리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북한 전역에 한국 TV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조속히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konas)
* 이 글은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지난 20-22간 독일 국영방송 Deutsche Welle이 주최한 Global Media Forum에 참석한 후 소감을 적은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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