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피노 교수, "北은 '리비아 모델' 안따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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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문제에 직면해 있어 북한 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들이 앞으로 매우 느린 속도로 타협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는 3일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2차 6자회담이 끝난 뒤 북한 핵문제 진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북한이 전면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선언한 리비아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있나.
▲리비아는 북한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반면 북한은 심각한 안보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의 이런 불안이 북한 핵문제의 저변에 짙게 깔려 있다.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국은 현재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은 발전된 남북 관계를 토대로 북한이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남북한 경제 교류에 반대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이밍의 문제이다. 현재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건설과 남북 관광 교류, 남북 이산가족 교류 활성화 등은 당장 북한에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을 주는 사업은 아니다.
앞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대북 경제지원과 남북 경제 교류를 어떻게 접목할지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가 북한 문제의 현상유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은 없는가.
▲미국의 현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의사가 있다. 다만 미국 내 강경파들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양측이 그런 절충점을 찾으려면 서로 양보안을 내놓아야 한다.
―북핵 동결이 북한 핵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가.
▲북한이 어떻게 핵 동결 조치를 취할지가 중요하다. 말로만 핵 동결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개발과 함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동결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에도 역시 관건은 핵 동결을 검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다시 허용한다면, 미국 역시 경제적 지원 약속을 하는 등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은 언제, 어떤 수순으로 이뤄질 수 있나.
▲북한은 실제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현 정부는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49일 동안 은둔해 있었다.
북한은 이 같은 두려움 때문에 미국과 양자 차원에서 불가침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미 양자가 아닌 다자 차원의 대북 안전보장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지만 안전보장 문제는 쉽게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검증과 타이밍 문제이다. 북한의 핵 폐기와 그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지원 문제를 어떻게 타이밍을 정해 추진할지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2차 6자회담을 통해 워킹(실무)그룹을 가동키로 한 것은 긍정적인 발전이며,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또한 북한의 정치 체제에 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을 드러내 놓고 비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 문제가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올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북한은 민주당의 케리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북한 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북한 정권이 약화되거나 붕괴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군부 간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선군(先軍)정치 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일부 북한 주민이 탈북할 수는 있으나,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탈은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반미 감정, 주한미군 문제 등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반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특히 미국이 남북한 화해를 가로막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 와중에 주한미군과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제기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은 완전한 미군 철수가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이 어느 정도 감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다.
미국에는 반한 감정이 없다. 그 이유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젊은층이 서로 대화의 장을 갖도록 양국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본이 이라크에 파병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일본은 향후 몇년 내에 헌법을 개정해 전쟁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 할 것이다.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시작으로 해외 파병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일본이 핵무장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황금기를 맞고 있나.
▲미국과 중국이 현재 서로 국가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대만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고, 미국의 대중 무역역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제공:세계일보)
스칼라피노 교수는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는 미국 내 동아시아 문제의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문제 등에 관해 38권의 저서와 500여편의 논문을 내는 등 동아시아 연구와 발전에 기여해왔다. 스칼라피노 박사는 현재 UC 버클리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재정경제부 등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참여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연설했다. 스칼라피노 박사는 이때 세미나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면담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바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쓴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를 읽었다면서 ‘내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스칼라피노 박사는 샌타바버라 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49년부터 90년까지 UC 버클리대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임했으며, 90년부터 현재까지 다시 이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78년 UC 버클리대에 동아시아연구소를 설립해 90년까지 이 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그는 미중 관계 위원회 위원장, 국무부 동아시아 자문위원, 아시아재단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미국 학술원 회원, 동북아 대화기구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저서인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로 74년 우드로 윌슨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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