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죽고 나는 살고?
밀림을 가다 맹수를 만났다고 합시다. 도망칠 길이 없으면, 그 맹수가 어떤 흉악한 짐승이건, 맞붙어 싸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맹수의 발톱과 이빨의 엄청난 힘을 이길 수 없으면 잡혀 먹힐 수밖에 없는 것이 ‘생각하는 갈대’라고 이름 지어진 ‘인간’이라는 이름의 허약한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오늘 밀림에 살면서 맹수들을 피해 다녀야 하는 신세도 아니고 언필칭 ‘21세기의 문명사회’에 산다고 하면서 실상은 구석기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서글픈 느낌이 듭니다. 오늘과 같은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보니 우리들의 철학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몇 십 년 전에 남미 안데스 산맥에 여객기가 추락하여 많은 승객이 거기서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기도 끔찍하지만 그 때 그 참혹한 처지에서 서로 잡아먹었다고 전해집니다. 강자가 먼저 약자를 잡아먹었습니다. 그런 끝에 몇 놈이 살아남았습니다.
인간이 그 때보다는 좀 나아졌다고 착각하고 우리는 살아온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자본주의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아닙니까.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사고방식은 분명히 잘못된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히려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새로운 철학으로 바뀌지 않고는 인류가 이 난국을 타개하고 위기를 극복할 길은 없습니다. 태양이 한 번 크게 폭발하고 냉각되기 전에, 지구에 발붙이고 수억 년 살아온 ‘호모 사피엔스’의 일대 각성이 오늘 필요하다고 믿습니다.(konas)
김동길(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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