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란 무엇인가?②
보수주의의 사회관과 관련하여 세 가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로 흥미로운 것은 사회에 관한 전통적 보수주의의 유기체적 관점이다. 정말로 인간사회를 유기체의 생물학적 구조에 비유할 수 있는가? 보수주의가 어떤 의도로 인간사회를 유기체에 비유하려고 했는가?
둘째로 자유와 질서에 대한 보수주의의 입장이다.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세 번째는 보수주의가 시장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1. 사회유기체론과 보수주의
유기체의 생물학적 구조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질서이다. 이는 임의로 인간에 의해서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스스로 생성되는 특징을 가진 자연적 진화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관점보다도 보수주의가 사회유기체론을 이용한 목적은 다른데 있다. 위계질서의 권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슈메이커, 2010: 324; Barry, 1987: 90). 다시 말하면 유기체론은 특정그룹의 특권, 인간들의 차등, 명령과 복종 관계, 특정개인들의 기득권, 그들의 특수 지위나 역할의 유지를 옹호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Hayek, 1973: 53). 인간사회를 유기체와 비유하는 것이 타당한가?
흥미로운 것은 마치 유기체의 각 기관이 위계적으로 고정된 위치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의 구성원들도 그 기능에 따라서 고정된 위치가 할당되어 있다고 여기고 있다. 간이나 위 또는 두뇌와 같이 유기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특수 기관(器官)들의 위치를 바꾸거나 역할을 억제하면 유기체가 치명적인 것처럼 위계적인 기존의 사회질서를 바꿀 경우 사회의 안정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유기체는 그것이 일단 성숙하면 유기체를 구성하는 개별요소들이 차지한 고정된 위치를 일거에 전부 보유한다. 유기체는 원칙적으로 수가 고정된 요소들로 구성된 일정불변적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유기체적인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유기체 그 자체의 목적에 예속되어 있다. 그들은 그래서 유기체의 부속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유기체 전체의 생존을 위해 각 기관에 역할이 배정되어있다. 각 기관은 자율성도 없다. 유기체는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조직과 같은 의미이다.
자유주의가 보는 질서관은 무엇인가? 이는 유기체로 보는 질서관과 어떻게 다른가? 자유주의는 사회질서를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로 이해한다. 이 질서의 특징은 주지하다시피 보호되는 기득권도 없고 특권 계급도 없다. 그리고 위계질서가 아니라 수평적 질서이다. 권위주의적 질서도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자생적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들(기업, 가계, 개인 민간잡단)의 경제적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사회적 기능도 주어지거나 고정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위치나 기능이 자생적으로 신속히 변동한다. 구성요소들이 공동으로 달성할 공동의 목적도 없다. 사회의 자생적 질서는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변동한다. 내적인 구조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명확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즉, 사회를 유기체로 보는 보수주의 시각은 유기체는 외부의 간섭이 없이도 내적인 질서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된 개념이 아니라, 오로지 사회의 자연적 위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같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질서는 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자생적 질서에 속한다.
2. 보수주의와 인위적 질서
커크, 스크러튼, 크리스톨 등, 보수주의자들은 어떤 권위가 없이는 사회의 질서와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자생적 질서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위적 질서를 옹호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변화에 대해 사회질서가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자생적인 힘을 믿는데 반하여 보수주의는 외적인 어떤 현명하고 선한 권위가 없이는 질서의 생성과 유지가 가능하지 못하다고 믿는다.
시장경제는 자생적인 힘을 통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유주의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이에 반하여 사회질서와 시장경제는 지혜로운 사람의 의식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이 보수주의 핵심부분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같은 믿음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질서이론, 구체적으로 말해서 수많은 인간들의 행동들을 조정하는 일반적인 힘을 설명하는 이론 즉, 경제적 메커니즘에 관한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전통의 핵심은 추상적인 이론에 대한 불신이다(Hayek, 1060/1997: 325; 호페, 2001/2004: 316). 경험이 입증하는 것 이외에는 논증의 힘도, 그리고 이론적 상상도 믿지 않는 것이 보수주의의 전통이다. 그들이 믿는 것은 개명된 지도자들이다(Hayek, 1960/1998 II: 319; 슈메이커, 2008/2010: 325).
보수주의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을 불신하기 때문에 정책의 원칙도 불신한다. 자생적인 적응을 야기하는 힘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이를 불신하기 때문에 원칙의 정치에 대한 헌신도 없다. 상황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기회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간섭을 허용한다.
원칙의 정치는 자생적 질서를 전제로 한다. 보수주의의 취약점은 이미 버크에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그에게는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이론을 개발했다.
보수주의는 사회질서의 자생적인 힘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정책의 원칙을 구성하기 위한 기초를 소유하고 있지 못한 것, 이것이 자유주의와 전적으로 다르다.
‘줄푸세’는 원칙의 정치이다. 이는 정부지출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의 지배를 세우면 자생적으로 질서가 형성된다는 확신은 이론적 뒷받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747을 실용주의적이고 원칙의 정치를 전제한 것이 아니다. 이론을 무시하는 것은 보수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이념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론은 이념전쟁을 위한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3. 자본주의에 대한 보수주의 입장
자유주의가 사회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똑 같이 커크, 스크러튼 등, 보수주의자들도 그 같은 좌익의 정책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경제의 존재를 매우 긍정적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하지 않다. 커크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대중이 뿌리를 상실했다고 말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벨과 크리스톨은 보수주의 이념을 성찰하면서 사회주의를 부정하고 경제적 자유주의를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성공했지만 이 체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의 위기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와 자유사회는 내적으로 자기 파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자유와 개인주의는 내적 결속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원자화를 야기한다고도 한다. 자유사회의 위협은 사회주의 복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사회 그 자체에서 온다고 한다. 이는 분명히 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제스, 하이에크, 프리드만 등, 자유주의자들이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듯이 20세기 위기는 가치의 위기가 아니라 반 시장적인 국가 개입에 의해 야기된 경제위기이다. 정부개입은 지대추구를 야기하고 이것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이 같은 갈등은 공동체 정신, 배려의 도덕, 책임감 등, 자유사회의 도덕적 발전도 파괴한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시장경제는 자유를 보장하는 법 규칙(정의의 규칙)이 엄격하게 확립되어 있으면, 배려의 도덕, 책임감, 성실성, 정직성 등과 같은 소중한 도덕적 가치도 시장내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점이다(민경국, 2010). 교환시스템이 스스로 적절한 개인적 윤리를 창출하고 확산시킨다. 이 같은 확산은 시장경제의 발전을 촉진한다. 그래서 시장경제와 도덕규칙은 서로 공진화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의 자유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반 시장적 소설, 반 시장적 영화나 TV 방송, 반 시장적인 것을 옹호하는 각종 출판 등, 이들이 시장자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자유주의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정부가 반시장적 출판물을 금지하는 보수주의적 태도는 옳지 않다. 관용이라는 자유주의의 도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 같은 반 시장적 산업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들의 반 시장적 태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는 이념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주의자들의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
흥미로운 것은 2008년의 금융위기의 원인이다. 보수주의들은 탐욕적인 자본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시장은 이런 탐욕을 조장할 뿐 이를 조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 공학적 사고를 전제한 금융공학이 그 같은 탐욕을 실행에 옮기다가 당한 것이 금융위기라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 탐욕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글래스 스티걸 법(Glass Steagall Act)의 철폐에서 보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의 탈규제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O'Hara, 2011: 245). 사회주의자들의 비판도 이와 흡사하지만 그들의 비판은 보다 포괄적이고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가 보여주고 있듯이, 자유주의 진영의 경제학에서는 금융위기의 원인은 시장의 내적인 오류 때문이 아니라 외적인 요인 즉, 방만한 통화정책(그리고 주택정책)에서 찾고 있다
보수주의의 국가관과 국가의 과제
보수주의는 어떤 내용의 국가관을 전제하는가? 그리고 보수주의에서 국가의 과제는 무엇이고 공공정책을 위한 어떤 원칙이 있는가?
1. 보수주의의 국가관: 강한 국가
보수주의 생각 가운데 가장 복잡한 문제가 국가에 관한 문제이다. 애초부터 보수주의는 국가권력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인간은 불안전하기 때문에 국가의 권력이 커지면 그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국가의 권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회주의를 비판한 것도 그 같은 관점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 보수주의는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협조가 불가능하고 한다. 그대로 놔두면 그 결과는 아나키라는 것이다. 자유와 질서는 갈등관계가 있다는 것이 보수주의 입장이다. 그래서 자유 대신에 질서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홉스의 관점과 유사하다. 그러나 로크는 질서 대신에 자유를 선택했다. 홉스든, 로크든 보수주의든 자유와 질서는 조화로운 관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를 간파한 인물이 애덤 스미스, 흄, 그리고 하이에크 등의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자생적 질서와 이에 속하는 시장경제에서 자유와 질서의 조화를 보았던 것이다.
어쨌든 보수주의는 국가 없이는 안정적인 사회질서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강한국가를 요구한다. 국가 없이는 도덕도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국가에 대한 존중심이 비교적 크다.
보수주의에게 국가는 법의 원천이자 도덕의 원천이다. 국가가 없이는 개체성도 의미가 없다. 국가는 법의 원천이라는 것은 법은 국가와 독립적인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반 자유주의적 법 개념이고 법실증주의의 전형이다. 법과 국가의 관계와 법실증주의에 관한 보수주의적 입장은 국가의 의지와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수주의는 전통적으로 국가권력을 두려워함에도 국가에 대하여 그 같은 신뢰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명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정부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수주의에 의하면 정부가 현명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수중에 있으면 그들의 권력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보수주의의 성공은 그 같은 선한 인간의 발견에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악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악행을 최소로 줄이게 할 수 있는 체제이다. 이것이 작은 정부 큰 시장이다. 강한 정부가 아니라 “제한된 정부”가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정부형태이다.
2.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주의
보수주의가 선하고 유능한 정부의 존재를 믿는 것은 헤겔적 국가관의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믿음은 정부의 비대화를 말하는 레비아단의 문제와 그리고 정치가의 기회주의를 의미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에 접근하기가 곤란하다.
그 같은 믿음은 흔히 말하는 자유주의 사회이론에 속하는 “공공선택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온정주의적 국가관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공공선택론이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권력은 제한되어야 하고 이를 제한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헌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공공선택론이다.
자유주의자들은 공공선택론을 이용하여 왜 민주주의에서 정부지출과 규제가 증대하는가도 설명한다. 더구나 민주적 정치과정에서 그 같은 증대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제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충돌한다는 것도 자유주의자들의 중요한 인식이다. 자유주의가 전제하는 민주주의는 무제한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제한된 민주주의(limited democracy)”이다(Hayek, 1978).
‘자유민주주의’는 서로 상이한 의미를 가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합성한 개념이다. 그 내용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측은 자유주의자들이다.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개념의 내적인 충돌을 알지 못한다. 보수주의는 누가 권력을 행사하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 국가권력은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개념의 내적 충돌을 막을 장치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주의는 안정된 사회를 위해서는 자발적 결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가족, 종교단체, 지역 공동체, 각종 직업 단체,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자선단체들. 이 같은 단체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에 대하여 자유주의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자발적 조직은 자유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개인의 자유의 결과이고 또 원자적 인간을 극복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활동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들의 활동은 자유로이 허용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보수주의는 그 같은 집단들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입법특혜나 정부특혜를 추구할 위험성을 간과하고 오히려 정부는 그 같은 조직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공선택론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특정그룹에 대한 정부의 특혜는 법의 지배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는 의미에서 엄격하게 금지한다.
3. 보수주의와 국가의 과제
보수주의가 상정하는 국가는 애덤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등, 자유주의자들이 상정했던 과제보다는 큰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수시로 그 과제가 증가될 수 있다.
중요한 몇 가지 예를 들어 그 과제를 설명하면 보수주의에서 국가의 과제는 원칙보다도 매우 실용주의적이고 때로는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경제안정: 경제안정에 대한 보수주의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O'Hara, 2011: 174). 즉,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은 변동이 매우 격심하기 때문에 이를 안정화하는 것이 국가의 과제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적 해결은 될 수 없다. 은행의 도산, 대기업의 도산 등은 구제금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야기되는 도덕적 해이나 제3자의 조세부담, 경제의 왜곡 등보다도 실업이나 주민들의 저축 손실과 같은 경제 불안을 더 중시한다.
보수주의는 금본위제를 옹호했다. 금본위제의 이탈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진입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케인스주의가 지배했을 때,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환영했다. 이 같은 보수주의 입장은 기회주의의 전형적인 예다.
2)산업정책: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국가의 간섭을 강조한다. 연구개발에 대한 국가의 지원 정책,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 등과 같은 산업정책을 중시한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국가의 지원정책은 차별을 통해서 자유경쟁을 왜곡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수주의는 지원대상의 산업이나 기업은 시장이 선별하고 선별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정부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O'Hara, 2011: 174). 산업정책의 명분으로 “잘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이 같은 지원이 경쟁질서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3)보호무역: 자유무역에 대한 보수주의 입장은 전통적으로 불분명하다. 버크와 같이 자유무역을 강조한 보수주의도 있었고 19세기에는 특히 농업의 보호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주의도 있었다. 자유무역은 단순히 고전적 자유주의의 도그마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사회의 진정한 이익을 침해할 뿐이라고 믿는 보수주의자들도 있었다. 오늘날에도 보수주의는 전면적인 자유무역을 주장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 중요한 부문은 보호받아야 하고 환경이나 윤리적 고려에서 상품의 수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한다.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자본자유화도 반대하면서 금융부분의 엄격한 국가의 감시 감독을 강조한다.
4)사적 도덕의 문제: 보수주의자들은 매우 도덕적이다. 마약, 음주, 동성애, 도박, 포르노그래피, 매춘 등은 부도덕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할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개인적 도덕의 세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옹호한다. 이는 보주주의자가 자신의 가치를 타인들에게 부과한다는 의미에서 온정주의이다 도덕의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이런 행동은 개인들이 스스로 절제하도록 맡긴다. 그 같은 행동은 타인들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보수주의는 반 합리주의 때문에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이론적 원칙이 없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공공정책에서 실용주의적이고 때로는 기회주의적이라는 하이에크의 주장은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5)복지정책: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복지정책은 보수주의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는 보수주의의 산물이다. 보수주의는 세 가지 관점에서 복지정책을 선호한다.
첫째로 복지정책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복지정책을 지지한다. 국가로부터 받을 복지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복지전통을 통해서 형성되었다고 여긴다. 보수주의가 무상교육을 반대하지 않는 이유도 이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기 때문이다.
복지와 무상의무 교육을 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하거나 개혁하는 것은 전통과 관습에 의해 정당화된 기대를 수포로 만들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의 복지정책을 수용하는 태도이다.
둘째로 보수주의는 가부장적 온정부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는 위계의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능력이 적다고 생각한다. 보수주의 가치에서 개인의 자유와 그리고 그 결과로서 개인의 책임의 비중이 자유주의만큼 크지 않다.(Buchanan, 2005: 8).
이 같은 온정주의와 직결되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지, 사회적 책임도 개인적 도덕뿐만 아니라 사회적 윤리의 차원에 해당되는 복지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개념이다.
셋째로 복지요구가 사회적 분위기를 압도하여 이를 거부할 경우, 거부 결과가 두려워서 보수주의는 복지요구에 순응한다. 보수주의의 이 같은 순응은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응은 일종의 기회주의적 타협이다.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온정주의 국가관 그리고 정치적 타협 등,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볼 때 복지정책은 보수주의의 당연한 정치적 어젠다라는 점이다. 보수주의 정치가로 알려진 독일의 비스마르크(Bismark) 재상(Nisbet, 1986/2007: 97)과 영국의 처칠(Churchill) 수상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과 같은 복지제도의 뿌리는 보수주의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복지정책이 넘어서서는 안 될 경계선을 정하지 못한 것이 보수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보수주의가 말하는 따뜻한 복지, 자본주의 4.0 또는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등도 그 경계선이 없다. 그 이유는 선하고 현명한 온정주의 국가를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강한 정부를 요구할 뿐 제한된 정부를 생각하지 못했다. 공공선택론의 인식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7년 <몽 펠린 소사이어티 창립학술의>의 이래 자유주의에서는 복지정책은 시 장법칙을 최소로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다.(민경국, 2011) 보수주의에는 그 같은 원칙이 없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복지를 이해그룹의 정치와 정당의 산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6)특권허용: 특수한 자에 대한 군면제 또는 특별 국방의무(국가대표운동선수 군면제, 대학원졸업자에 대한 군대 특별대우), 장관자녀 공무원 특별채용, 이들은 모두 특권이다. 그 이념적 원천이 귀족주의 또는 이른바 ‘능력주의’를 전제하는 보수주의라고 볼 수 있다. 자유주의가 극력 반대하는 이 같은 특혜와 특권이 있는 곳에는 보수주의가 있다.<계 속>(konas)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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