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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언덕에 한줄기 빛이!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1-10-18 오전 11: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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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조국의 현실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때에는 노량진언덕의 사육신 묘소를 찾아가 그 무덤 사이를 거닐며 비장한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되는 한 가지 사건은 당시의 정부청사이던 구총독부 건물 앞에 탱크를 세워놓고‘10월 유신’이 강행되던 1972년 가을의 일이었습니다.

 유신헌법이 확정된 것은 그 해 11월이었는데 당시의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은 찬성할 자유는 있지만 반대할 자유는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미국에 가서 여러 해 공부하고 돌아온 내가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학생들을 향해“유신헌법은 민주적 헌법이 아니다”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위태로운 판국에 내가 살아남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하게도“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그 긴급조치에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골목길을 가다가 각목에 맞아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종의 복위를 모의하다 사전에 발각되어 모진 고문 끝에 처형된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응부·유성원 여섯 분의 무덤이 거기 있습니다. 나만이 아닐 겁니다. 조국의 위기를 의식하며,“내가 마땅히 죽어야 할 때가 왔구나.”생각될 때 한국인이 노량진언덕의 사육신 무덤을 찾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그곳에 흐르는 한줄기 빛이,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주기 때문입니다.(konas)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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