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금 고민하고 있는가?
“적극적인 외교력으로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게 우리의 자존과 공권력을 세우는 길임을 정부 여당이나 침묵을 지킨 정치꾼들은 유념해야 한다."
지난 15일 오후 2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은 10여대 경찰수송 버스차량이 도로를 연해 일렬로 정렬해 틈새마저 보이지 않도록 주차돼 있었다. 녹색 점퍼를 입은 경찰 수백명은 대사관을 둘러싸고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
도로 건너 맞은편 한 교회 건물 앞에는 두툼한 복장에 더러는 귀마개까지 착용한 얼굴 가득 주름진 할아버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깨에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라는 글씨가 선명한 흰색 바탕에 청색글씨가 새겨진 띠를 두르고 있었다.
10여분이 지나자 주변 여기저기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이 대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향군인회 본부직원을 비롯한 서울지역 향군 회원 200여명이었다. 이에 앞선 13일엔 재향경우회와 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라이트코리아 회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곳을 지배하기도 했었다.
계란세례가 쏟아지고, 오성홍기(五星紅旗)가 불타고, 분노한 젊은이의 승용차가 대사관 정문을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아침 우리서해바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 옹진군 소청도 남방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다 이를 단속하던 해경 특공대원 이청호 경장(경사 추서 진급)을 흉기로 살해하고 1명을 부상케 한 해적(海賊)만행과 한국민의 화를 돋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고도 사과한마디 하지 않은 중국을 싸잡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그 날은 무척이나 매서운 날씨였다. 외투에 장갑을 끼고 있어도, 온몸을 움츠리게 하고, 발을 동동대며 손가락 감각마저 무뎌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추위도 참전 노병을 위시한 역전의 용사와 향군 본부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애국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힘주어 만세삼창을 하는 목소리에는 적(敵)을 향한 분노와 적개심(敵愾心)이 강한 힘으로 묻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는 방송 3사를 비롯한 외신 등 30여명의 취재진이 도로변에 진을 치고 열기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이 날 기자는 취재수첩도, 카메라도 휴대하지 않았다. 그 날만은 기자신분이 아닌 한 시민으로서, 소위 대국(大國)이라고 하는 큰 나라에 짓밟히고 억눌림을 당한 작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동안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온 격한 감정을 직접 나서 토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해 9월 중국과 일본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댜오위다오)에서 중국어선이 단속을 벌이던 일본 해상순시선에 충돌 사건을 일으킨 직후 중국 정부가 보인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중국어선민진위 5179호’는 일본 순시선 요나쿠니호를 고의적으로 충돌했다. 이에 일 해경이 이 어선 선장을 체포하자 중국은 일본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희귀 금속류 희토류의 즉각적인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결국 일본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 후에도 도발자 북한 편에 서서 우리 국민의 심기를 자극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대처에서도 지극히 형식적이면서 원론적인 말을 반복하며, 미온적 행동을 보여왔다. 지난 9월에는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을 중 공안원들이 붙잡아 그대로 북송시켰다.
그런가 하면 탈북 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엄마 찾아 3만리’의 이진주 군(11살)이 어머니와 한국에서 함께 살기 위해 홀로 중국 국경을 넘다 붙잡히자 인도적 처사를 끝내 거부하고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고 말았다. 이 안타까운 사건이 보도되자 인터넷은 들끓었다. 중국 당국의 처사와 함께 민족적 비극이 세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참으로 저급하고, 비열한 작태가 아닌가!
언제 그렇게 목청을 다해서 애국가를 따라 불렀는지 기억이 새롭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치고, 양손을 번쩍 치켜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 순간은 모두가 하나 되고 어떤 추위도, 어떠한 강대국도 없었다. 그저 불법(不法)과 무법(無法)을 일삼는 중국 해적집단(海賊集團)과 그 불법을 눈감은 채 외교부 대변인의 단 한마디 ‘유감’표명으로 사태를 무마하고 G-2국가다운 책임 있는 역할을 회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철면피함에 더함 없는 냉소와 조롱을 보내고 싶을 따름이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정당하게 공권력을 발휘했으면, 거기에 맞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다. 주권국가면 주권국가답게 법대로 하면 된다. 범법자에 대해서는 응당의 처벌과 함께 중국 당국에 대해서도 요구할 것은 분명하게 요구하고, 확실한 선을 긋는 협상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수출 1위국에 맞추어 채찍과 당근을 제공하는 외교력도 발휘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난 16일 인천해경은 고(故) 이청호(41) 경사 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루원위호 선장 청모(42)씨 등 이 어선 선원 9명 전원을 구속했다. 당연한 귀결이다.
내년에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할 해경 특공대원을 현재보다 800명 늘리고 해경 대형함정 9척과 어업지도선 4척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2014년까지 총 8028억원을 투입해 해경대원을 총 801명 늘리고 어업지도선 단속반원도 현재 450명에서 48명 더 늘리기로 했단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시 담보금도 100% 높이고, 어획물도 압수하며 1억원 이하인 담보금 부과기준도 2억원 이하로 높인다고 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발 빠른 대처 기준을 확립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규정을 어기는 불법 중국어선을 어떻게 제어 하는가 이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에도 중국어선은 대대적으로 선단을 형성해 우리 해역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올해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이 허가된 중국 어선은 1,700 척뿐이다. 그러나 이를 위반하는 무허가 어선들이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라는 점이다. 이 점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과의 담판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 급선무인 것이다.
우리 자체의 대책 세우기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 중국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이 이번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의 자존과 공권력을 세우는 길임을 정부 여당이나 침묵을 지킨 정치꾼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konas)
이현오 (코나스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