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 "지금은 보수의 수난시대"
출판기념회 연설문
아래 글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9일 그의 저서 '자유민주주의의 약속, 시장경제의 약속, 키다리아저씨의 약속,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와의 소통' 등 출판기념회에서 한 연설 내용임.
이 날“길 잃은 한국 보수주의의 길 찾기”라는 연설에서 정 의원은 오늘의 시대를 "보수의 수난 시대"라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지금은 보수의 수난시대다. 한국의 보수는 젊은이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패하고, 권위적이며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고 있다”며 “최근 한나라당이‘보수’라는 단어를 정강정책에서 빼겠다고 한다. 보수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라고 개탄했다.
정몽준 의원은 또“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자진해서 무장해제를 하고 백기투항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정 의원의 연설문 전문임.<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건강하신 모습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지금은 보수의 수난시대입니다. 한국의 보수는 젊은이들로부터 버림 받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패하고, 권위적이며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이 ‘보수’라는 단어를 정강정책에서 빼겠다고 합니다. 보수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인기로만 따진다면 보수보다 더 인기가 없는 것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입니다. 오죽 했으면 민주당이 통합 정당의 강령에서 시장경제를 빼려고 했겠습니까?
보수와 시장경제를 뺀다고 하면 남는 것은 계획되고 통제되는 사회 곧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입니다. 표만 되면 아무하고나 손잡고 아무나 데려와도 된다는 말입니다.
작년 9월에 7대 종단의 대표단이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그 당시 북한 인사는 이분들에게 금년의 양대 선거에서 진보진영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자진해서 무장해제를 하고 백기투항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약속과 소통
오늘 소개되는 책의 주제를 “약속”과 “소통”으로 잡았습니다.
약속은 공동체의 기본입니다. 사회적 합의, 사회적 계약, 그리고 우리의 헌법은 모두 약속입니다. “나라가 잘되면 나도 잘된다”, “이웃이 부자가 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내가 부자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 이러한 약속과 믿음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라는 운명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주고 있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우리 동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각자가 알아서 먹고 살자” 또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뿐입니다.
우리 사회의 소통도 무너졌습니다. 심도 있는 토론과 숙의가 사라지고 구호와 선동만 난무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소통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상대방을 너무 쉽게 설득하려고 합니다. 소통은 가족, 가까운 이웃, 같은 정당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하는 것은 우리끼리의 소통은 단념한 채 상대 진영하고만 소통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약속은 무너지고 소통은 사라졌습니다. 그 빈자리를 배신, 변절, 투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 봐라.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서 책을 냈습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놓아야 합니다.
길 잃은 보수주의
한국의 보수는 길을 잃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는 철학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기득권을 정당화시키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보수가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모두가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가족, 고향, 그리고 국가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중시하는 것이 보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가치들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다고 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없어집니다.
보수가 보전하려는 것은 나라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규범과 가치들이며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입니다. 보수가 지키려는 것은 자유입니다. 자유 속에 평등이 있을 경우에는 자유와 평등이 둘 다 살지만 자유 대신 평등 이라고 하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보수입니다.
보수가 자유를 중요시 하는 것은 거창한 이론 때문이 아닙니다. 인류역사의 수많은 비극과 참상을 야기한 전체주의에 대한 유일한 방파제가 자유라는 역사적 경험 때문입니다.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의 역사
지상낙원,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던 모든 시도는 전체주의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만드는 사회 역시 불완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행사하려 하고 서로 흥정하고 경쟁하는 사회는 항상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고 깔끔하지 않아 보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사람들이 다양한 결사체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논쟁하고 타협하는 절차입니다. 시장경제 역시 사람들이 서로 흥정하고 타협하는 절차입니다. 만사가 질서정연하고 완벽한 평등이 구현되는 유토피아, 가상사회 (fictional society) 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철폐, 즉 자유의 철폐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재산을 모두 국가나 당, ‘공화국’에 헌납하고 위대한 수령의 영도 하에 일사불란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합니다.
역사를 보면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던 시도는 매번 포퓰리즘에서 출발했습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단어 자체도 기원전 로마 시대에서 시작했습니다.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정로마 시대를 연 율리우스 시이저, 안토니우스, 아우구스투스는 모두 “포퓰라레” (populare) 당원들이었습니다.
근세에 들어오면서 포퓰리즘은 더욱 무서운 형태로 나타납니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혁명가들은 ‘자유, 평등, 박애’가 넘치는 ‘미덕의 공화국’ (Republic of Virtues) 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그 결과는 43만의 대학살이었습니다.
인민의 이름으로 공포정치와 전체주의에 이르는 똑 같은 길을 그 이후, 수 많은 나라들이 걸었습니다. 스탈린의 공포정치, 모택동의 문화혁명, 김일성의 북한, 폴포트의 킬링필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인민의 이름으로, 공화국의 이름으로, 위대한 영도자, 수령의 이름으로 지상낙원을 건설하려고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전체주의를 막는 방법은 자유를 지키는 길 밖에 없습니다. 자유를 지키는 방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길 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시끄럽고, 주기적으로 위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자유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한국사회의 포퓰리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취업이 힘들어지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성장 보다는 분배, 자유 보다는 평등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은 깨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들은 정부가 경제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합니다. 이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국민의 어려운 삶을 걱정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는 외면한 채 미래를 팔아먹자는 주장입니다.
기성세대가 국가권력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나눠주는 혜택은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포퓰리즘은 우리의 자손들로부터 미래를 빼앗는 것입니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세계의 경제가 요동치고 있으나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은 30년째 호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EU, 일본은 경제위기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믿음도 깨지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정부가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을 펴는 것이 어려운 시스템이고 선거 때문에 포퓰리즘에 휘둘리기도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자유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하더라도 그 폐해를 되돌릴 수 있는 장치는 갖고 있습니다. 국민과 지도자가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되어 있을 때 그렇습니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국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입니다.
포퓰리즘에 약한 것은 오히려 독재입니다.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는 대신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 바로 독재체제입니다.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우리도 겪었던 일입니다.
결론
오늘 보여드리는 책들은 우리모두의 갈증을 풀기 위해서 저와 교수분들이 오랜 동안 토론한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는 자유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북한 동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도 자유입니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자유입니다.
요즘과 같이 살기가 어렵고 답답할 때, 그래서 값싼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시대에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조지 오웰이 말하였듯이 “거짓이 횡행하고 있는 시대에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혁명적인 행위” (“During times of universal deceit, telling the truth becomes a revolutionary act.") 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치연합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다수라는 것이 꼭 숫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믿음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습니다.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는 동지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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