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10]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며 2년의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다고 말 할 것이다
자대에 전입 온 첫 날, 내가 미국 시민권자인 것을 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게 "후회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질문과 동시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몇몇 선임병들은 "아니, 후회할 걸.", "2년 후에 반드시 넌 후회한다고 말할거야."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시작한 군 생활이 이제는 17개월 이라는 시간을 달려왔다.
난 미국에서 14년을 넘게 살았고 그곳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그때까지 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조국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12살 때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당시 한국은 미국 시민권자인 한 유명 연예인의 병역기피 뉴스로 참 많이 시끄러웠다. 그때 학교 친구들 역시 나에게 거의 매일같이 “군대 갈 거야?”라고 물어왔다. “너도 도망갈 거지?”, “넌 미국인이니까.”라는 얘기 또한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속으로 다짐했다. ‘군대는 내가 꼭 간다.’고, 억울하고 화가 나서가 아니라 ‘난 한국 사람이니까!!’ 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며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무조건 군대에 갈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입대날짜를 받고, 또 시간이 흘러 정말 입대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간사한지 내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꼭 가야하나? 내가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왜 굳이 내가 가야하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참 많이 괴로웠다.
아마 이 생각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했을 문제라 생각한다. 선택권이 없다면 무조건 군대에 가야 하겠지만 ‘선택권이 왜 하필 나에게 주어졌을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2002년에 돌아가셨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아버지는 단 한순간도 내가 미국인의 흉내를 내거나 집에서 영어를 쓰는 등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셨다. “너는 한국인이기에 무서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하시던 할아버지의 그 말씀이 생각나면서 더 이상 어떠한 고민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꿔 군대 가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살을 빼고 체력을 기른다든지, 외국어나 어학공부를 더 하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따는 등 나에게 득이 되는 2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입대하였다.
입대 첫 날 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여기에 왜 누워있지?’라는 생각과 그때까지는 실감할 수 없었던 감정들. 그러나 다음 날, 훈련을 시작하면서 점차 군인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격을 하고 각종 훈련을 받으면서 전우애, 끈기, 노력, 인내를 배울 수 있었으며, 부모님의 편지가 도착했을 때는 뜯기도 전에 눈물이 흐르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당연시 여겼던 부모님의 사랑을 훈련소에와서 느끼면서 매우 감사하고 또 감사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대를 배치 받은 후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예의와 더불어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을 배울 수 있었고 원래 덤벙거리는 성격이었지만 행정업무를 하면서는 꼼꼼하게 일처리 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많은 훈련을 통해서 인내와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군대 오기 전 계획했던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이루어가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지난 번 휴가 때 사촌 동생을 만날 수 있었는데 미국 시민권자인 그 친구도 군 입대에 대해 굉장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우연치 않게 가족모임에서 그러한 얘기를 하며 나에게 물었다. “군대 꼭 가야해?”라고 말이다.
나는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말했다. “네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네가 가지고 있던 약점과 단점,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으며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거야"라고 말이다. 그리고 “2년의 추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 네가 힘들거나 어려울 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지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그 사촌 동생도 올 9월에 입대하게 되었다.
군대는 아마도 그런 곳인 것 같다. 힘들고 어렵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통제를 받고 사회에서 누리던 자유를 다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곳. 하지만 반대로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통제와 자유를 포기하는 훈련을 받으며 그것에 적응하고 이겨내 나중에 사회에 발을 디딜 때에 얼마나 굳건하게 그 길을 걸으며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지를 배우는 곳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한 사람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 자신의 꿈을 이루려 걸어갈 때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어렵게 어렵게 갈 것이다. 그러나 그 2년이라는 시간을 멋지게 이겨낸 사람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때 2년의 시간이 큰 힘이 되어 삶의 도전들 역시 멋지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인내, 끈기, 그리고 내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이것이 지금까지 군 복무를 통해 내가 배운 부분들이다. 그러기에 예전에 나에게 후회하냐고 물었던 선임병들에게 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전역을 할 때까지 얘기할 수 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것보다 내가 깨우치고 배운 것이 너무 많기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며 2년의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다고 말 할 것이다.
대한민국 육군, 그리고 군인 여러분 파이팅!(konas)
성대현(상병) 제55보병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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