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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병사 수기13]분명 헛된 시간이 아니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이나 그 감정들 하나하나는 대한민국 남자이기에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

Written by. 이재열   입력 : 2012-01-25 오전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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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소리에 짜증을 내면서 눈을 뜬다.

 ‘돈 벌어야지’라는 생각 하나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모닝커피 한 잔과 냉장고를 뒤적거려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TV 뉴스를 보면서 넥타이를 매고 있다. 출근길은 한국이나 호주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것이 불과 1년 전 아침의 내 모습이었다. 1년 전, 내 나이 스물다섯, 호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 나였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면서 부모님 없이 누나와 나 단둘이 호주라는 땅에 떨어졌고 호주에 대해선 캥거루와 코알라 밖에 모르던 나. 호주에서의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호주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고 호주 생활에 적응이 될 때쯤 부모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들어보니깐 호주는 회계 쪽으로 졸업하면 영주권 취득도 쉽다고 하던데 영주권 취득하고 호주에서 자리 잡는 게 어떻겠니?’라는 말씀을 하셨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단지 영주권 취득하면 군대 안가도 된다는 말에 그렇게 한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주위 사람 모두 그게 옳은 길이라고만 말을 한 것 같다.

 ‘영주권 따기가 얼마나 힘든데 너는 영주권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군대는 안가도 되잖아, 군대는 피할 수 있으면 무조건 피해야 해! 가면 시간 낭비야!’

 그때는 내 머릿속에도 빨리 영주권 취득해서 군대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군대를 가게 되면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외국 산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 생각에는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상당수의 유학생이나 이민자들 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그리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 일이나 이루고자 했던 꿈이 아닌 일들을 하면서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 생활이 싫어도 계속 외국에 남아 있는 경우는 단순히 군대라는 계급사회에서 2년을 보낼 수 없다는 이유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군 입대를 결심하게 되었던 건 신문기사나 뉴스에서 나오는 자원입대한 영주권자들이나 이민자들처럼 대단하진 않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에 충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라든지 ‘격파된 천안함을 보면서 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건 절대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홀로 밥을 먹다가 ‘군대가 뭐라고 내가 왜 타지에서 외롭게 이러고 있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보고 싶은 가족 곁을 떠나서 이러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로부터 1년 뒤 지금 나는 육군본부 근무지원단에서 근무하는 일병 이재열이 되었다.

 후회를 한 번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직도 가끔은 후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호주의 생활이 그리울 때도 많다. 자유로움과 나 혼자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그리울 때는 더 더욱 많다.

 하지만 훈련소 행군 때 들리던 전투화 소리, 훈련소 퇴소식 때 보았던 부모님의 표정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며 추억이다. 아마 이건 느껴보지 않고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히 그 장면만이 내 머릿속에 있다는 게 아니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이나 그 감정들 하나하나는 대한민국 남자이기에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남은 군 생활이 더 많은, 군대에서 흔히 말하는 ‘짬찌’지만 자대에서 얻는 경험 또한 내 인생에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체생활이라는 게 그것도 계급사회에서는 당연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같이 눈을 뜨고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전우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확실하다. 솔직히 아직 나도 잘 모른다.

 이렇게 내가 택한 군 생활이 끝날 무렵 내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할 지 후회를 할 지는. 확실한 건 나에게 무언가의 변화를 느끼고 그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조금씩 내 자신이 당당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외국에서 군 입대 회피 이유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 하자면 부딪혀 보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히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konas)

이재열(일병) 육군본부 근무지원단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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