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15] 이제 다시 시작이다
병역기피를 한다면 외국에서 떳떳하게 자기 조국을 정확히 알고 자랑스럽게 ‘KOREA’를 외칠 수 있겠는가?
‘친구들아 군대 가면 편지 한 장 써다오...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젊은 날의 꿈이여...’
대한민국 남자라면 입대 전에 노래방에서 한 번씩은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봤을 것이다. 그리고 입대가 일주일조차 안 남았을 때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다음 주에는 화요일을 집에서 맞이할 수가 없구나...’ 이러한 생각도 꼭 해봤을 것이다!
또한 머리를 중.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으로 짧게 깎았을 때의 그 어색함과 슬픔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군인 티를 조금이라도 덜 내겠다고 갖가지 종류의 모자를 전부 써보고 ‘나 군인 안 같지?’ 이러한 질문들은 안 해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가 영주권자라고 남들과 다른 마지막 날을 보낸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친구들을 만나고 국내 여행을 하겠다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곤 했다. 마지막 치킨, 떡갈비, 스파게티라며 매 끼니를 먹고 밤이 되면 친구들과 ‘군 생활 잘하고 올께!’라고 약속하며 한잔을 기울이곤 했다.
홍콩에 12년을 거주하면서 수많은 다인종 문화를 접해가면서 나는 토종 한국인과는 많이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철저한 개인주의적인 성격에 단체 활동을 끔찍이 싫어했으며 군대에 가서 절대 적응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생소한 언어와 군사용어들로 가득한 생활을 안고서 나는 2011년 3월 7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잠이 쉽게 안 온다는 첫 날 밤 의외로 나는 너무나 잘 잤고 오징어 볶음이 나온 첫 저녁조차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훈련소 동기들과 분대장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장난도 치며 농담도 하고 불침번 근무를 설 때 서로 격려를 해 주기도 했다.
생각 외로 적응을 잘한 나는 훈련소 퇴소 후 <어학병> 특기를 받고 4월 25일에 자대에 오게 되었다. 정신없이 업무를 배우고 땡볕에서 작업을 하고, 때로는 선임병들에게 충고도 받으면서 어느새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나는 누구보다 더 군대생활에 잘 적응을 했고 아무 문제없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입대 전 했던 걱정들은 입대 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해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군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적어도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집에 돈이 많든, 외모가 잘생겼든, 백인우월주의에 빠져있든, 그 모두가 입대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여행을 통해서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와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넓은 세계는 바로 우리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세계의 몇 대 도시들에 산다고 전부를 알고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착각이라는 것을 배웠다.
외국에서 12년을 거주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마치 외국인과도 같았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기 보다는 나쁜 점과 싫은 것들을 비판하고 한국이 외국과 같아지길 바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철없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내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사랑이 없던 과거의 자신에 비하면 현재는 어떻게 하면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영주권자들의 마음과 생각을 나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군대는 시간 낭비며 인생에 전혀 쓸모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조차 누구인지 모르는 해외에 있는 미필자들에게 군대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알려주고 싶다. 입대를 통해서 어눌한 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고 생소한 한국 문화를 접할 수도 있다. 더 더욱 군대를 통해서 사회의 약자들의 마음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항상 남이 청소해 주는 화장실만 쓰고 어머니가 정리해 주는 침실에서만 사는 모두는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청소를 해봤으면 한다. 자기 발 밑은 절대로 안쳐다보는 상류층 출신들도 사회의 밑바닥부터 시작함으로써 새로운 가르침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군대에서는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이들은 부지런함을 배우는 동시에 게으른 습관을 버릴 수가 있다. 밀리지 않도록 빨래를 하고 자신의 물품들을 관리하면서 건강 또한 챙기는 군인이 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또한 가질 수 있다. 어차피 한국에서 안 살 거라고 말하는 영주권자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진정으로 찾고 알고 싶다면 군대보다 좋은 곳은 없다.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거주하고 일을 해야 된다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병역기피를 한다면 외국에서 떳떳하게 자기 조국을 정확히 알고 자랑스럽게 ‘KOREA’를 외칠 수 있겠는가? 남들이 다 하는 걸 같이 하는 것과 나만 안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군대와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결코 군 생활이 쉽고 편하다고 말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듯이 많이 고생해보고 최대한 많은 일들을 접하다 보면 당신은 다방면에서 능숙한 병사가 될 것이다.
가까이는 가족과 친구를 지키고 크게는 조국과 국민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 여러분 모두가 이 희열감과 보람을 한 번 느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konas)
송명근(일병) 1군단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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