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21] 내가 군대에서 배운 것들
소중한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2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닌 나의 삶을 더 의미 있게 해 주는 값진 시간
입대 후 자대 배치를 받아 생활한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다.
낯설고 걱정스럽기만 하던 한국 생활과 군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변화된 나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오랜 이민생활로 한국에서 자란 다른 병사들과의 문화적 충돌이나 이질감에 대해 고민도 하고 걱정했지만 끈끈한 전우애로 단점을 보듬어 주고 적극적인 도움으로 큰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사실 오랜 이민생활을 해 온 이민자 자녀들은 군복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2년이라는 복무기간이 20대의 중요한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 같고 그동안 사회에서 배워왔던 지식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군복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이민자 부모들은 현지에서의 바쁘고 치열한 일상생활로 인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의무에 대해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나 역시 입대하기 전까지 군복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핵문제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서도 나와 관련 없는 일처럼 여겨 오히려 학교에서 나에게 관련 사실을 물어보는 현지 친구들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가볍게 대답을 했었다.
게다가 부모님과 군복무에 대한 대화를 할 때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아직 먼 일이라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주위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입대 소식을 접하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폭격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국가 안보에 얼마나 무관심하였는지, 잊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위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이듬해 입대하였다.
입소 후 생활은 나에게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와 통제, 규율 등은 모든 것이 속박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라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으며 매사 행동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였다.
사회에서의 나는 다소 나태한 생활을 해 왔었다. 강의도 자주 빠지고 정리 정돈하는 습관도 거의 없었으며 시간도 짜임새 있게 활용하지 못했다.
참을성이 부족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쉽게 짜증을 내고 주어진 일을 남에게 떠맡기는 등 쉽게 포기했다. 또 금전관리에 미숙해 돈을 계획적으로 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소비를 하여 언제나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군에 온 후 정해진 일과에 맞추어 생활하고 휴식시간을 계획성 있게 사용하는 부지런함을 익히며 내가 맡은 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는 책임감과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버티고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르게 되었다. 또한 예산과 보급이 한정되어 있어 아껴 쓰고 다시 쓰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우를 위하여 나아가서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를 위한 것임을 배웠고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그에 필요한 전투력을 기르게 되었다.
군복무는 결코 인생에서 쓸데없이 버리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2년의 복무기간은 20대의 청춘에게 아깝다고 느끼는 시간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깨닫고 협동심과 배려, 국가관과 세계관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고 또한 사회에서 계획대로 실천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소중한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2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닌 나의 삶을 더 의미 있게 해 주는 값진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청년들 특히 해외 이민자와 영주권 자녀들이 군대라는 곳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살아왔던 곳을 떠난다는 두려움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걱정, 군생활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 혹은 다른 이유로 군복무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다.
2년이라는 복무기간은 대한민국 남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며 앞으로 진정한 남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나도 지금까지 느꼈던 점들을 되새기고 다짐하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남은 복무기간 내내 노력할 것이다.(konas)
장연재(이병) 6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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