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22] 한국시민 되기
우리부대에서 2년 동안 나라를 지키고 멋지게 한국 사람으로서 시민권을 딴 그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김영욱 장군님과 같지 않을까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일병을 단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 10월 경 이었다.
커다란 키와 툭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와 몸에 비해 작은 머리사이즈. 머리카락과 눈이 검정색인 것을 제외하면 누가 봐도 분명한 서양인의 외모였다.
이름도 영어로는 ‘사무엘’이지만 한국어로는 ‘정구봉’이라는 다소 어색한 이름이다. 거기에 물 흐르듯이 새어 나오는 영어와 그에 반해 어눌한 한국어 실력.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질감을 느꼈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말이 서투르니 말을 잘 하지도 잘 듣지도 못하고 혹여나 정신교육 시간 때 글을 쓴 것을 보면 거의 초등학생 수준. 어쩌다가 한번 인성검사 같은 설문을 해야 하는 날이 오면 누군가 그 옆에 앉아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주어야만했다.
더군다나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이 몸에 밴탓에 한국의 집단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었다. 즉, 그는 우리들 사이에서 매우 이질적인 존재였다.
마침 나와 그의 생활관이 5분대기조로 편성이 되어 그의 옆자리에서 생활하게 된 적이 있다. 그러다가 그의 관물대에 적힌 10가지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별다른 문구는 적혀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편지쓰기, 기도하기, 건강해지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열 번째 목표를 보고 그만 깜짝 놀랐다.
‘열 번째 목표 - 한국시민 되기’.
며칠 뒤 복귀한 그에게 군대 생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는 지금 영주권자고 군대를 전역하면 한국 시민권이 생긴다고 말했다.
‘영주권이랑 시민권이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2년이라는 생활동안 군인이어야 하냐?’고 묻자 그는 깜짝 놀라면서 확연하게 다른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미국이랑 한국 어디에서 살 거냐고 물으면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입대할 때에 어색한 외국인에서 점점 김치찌개를 먹고 얼큰하다고 말하는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2011년 8월. 그는 결국 명예롭게 전역해서 한국 시민이 되었다. 정신교육 시간에 김영욱 장군님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조국을 위해 6.25전쟁에 참여한다.
우리부대에서 2년 동안 나라를 지키고 멋지게 한국 사람으로서 시민권을 딴 그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김영욱 장군님과 같지 않을까.
그가 입대하기 전에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고 예전에 말 했던 적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입대해 의사소통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까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 했을까. 요즘 들어 그의 어눌한 한국말이 다시 듣고 싶어진다.(konas)
허준행(상병) 제110 포병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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