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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병사 수기25] 세상이라는 전쟁터

내가 속한 부대는 적과 같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듯 질책하기도 하고 패전의 문턱에서 나타난 최강의 지원군처럼 다독이기를 반복해주었다.

Written by. 윤성일   입력 : 2012-01-31 오전 11: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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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는 나에게 대한민국 남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곳이었다. 

 ‘대한민국 남자 자격증’은 캐나다에서 11년간 거주하여 제2외국인이 되어버린 내가 한국에서 떳떳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도 좋다는 허가증과 같은 의미이다.

 내가 군 입대를 자원한 것도 그것이 주 목적이었다. 21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10년, 20년을 마음 편히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군대는 사람을 무능하게 만든다.’‘21개월 동안 몸 고생만 할 뿐이다.’라는 몇몇 지인의 만류를 그저 시간만 채우고 나오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입대를 했다. 그러나 훈련소에 도착하여 느낀 점은 내가 이제서야 진짜 세상에 발을 내디뎠고, 그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고, 각종 사람들을 마주하고 하기 싫은 일도 티 안내고 묵묵히 해내야 하는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나는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무기 하나 소지하지 못한 채 뛰어든 것이었다.
 
 삶의 변화, 문화적 차이, 사람들과의 마찰 등의 문제점들은 나에게 쉴 새 없이 포격을 가해왔고, 당시에 나는 변변한 저항도 한 번 못하고 상처입고 나약한 모습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반복되는 체력단련으로 건강해지는 신체에 반비례하여 마음은 패잔병처럼 피폐해져 가는 듯 했다.

 그러던 차에 얻은 60M 박격포 사수라는 보직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보다는 몸 고생을 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받아드렸다.

 쉬운 길, 편안함 만을 찾아 허덕이는 나에게 내가 속한 부대는 적과 같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듯 질책하기도 하고 패전의 문턱에서 나타난 최강의 지원군처럼 다독이기를 반복해주었다.

 이렇게 군 생활은 나를 정신 없이 담금질 해댔고 그로 인해 나의 내면은 점점 단단해졌다. 전입한지 2개월이 조금 넘었을 때 쯤에는 나도 서서히 세상이라는 적에게 나만의 무기를 겨누어 들기 시작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묵묵히 일할 수 있는 성실함과 인내력이 나의 무기가 되어주었고, 부모님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받은 교육과 성숙함이 나의 방패가 되어 후퇴를 거듭하던 내가 조금씩 앞으로 밀고 나아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치열한 고지전의 전투처럼 나는 세상과 지금까지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뒹굴고 있다.

 이등병으로서 숙지해야 했던 많은 임무들, 일병이 되면서 그 임무들의 숙련도와 후임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향상, 그리고 고참이 되면서 가지게 될 책임감과 의무들은 나에게 쉼 없이 도전을 계속해 올 것이다.

 수백 명의 남자들이 뒤엉켜 사는 이곳에서 그들과의 갈등,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싸움들을 헤쳐 나가며 위 도전들을 잘 헤쳐나간다면, 나의 전리품은 아마도 ‘자격증’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돌진 앞으로 라고 외치고 있다.(konas)

윤성일(일병) 57사단 223연대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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