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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병사 수기32] 군대, 좀 더 빨리 올 걸

나는 한국인이며 대한민국 육군이다.

Written by. 양기현   입력 : 2012-02-04 오전 1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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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영주권자로서 일본에서 13년간 생활하며 군대에는 오지 않으려했다. 

 일본에서 대학까지 진학하며 내가 생활할 곳은 일본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자라났고 그러다보니 군대란 나에게 ‘불필요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곳’일 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힘들고 고생하는 곳에 굳이 간다는 것도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군대를 회피하고자 병역의무 연기신청을 했다.
 
 이런 생각을 바꾸고 스물일곱 살 이라는 결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자원입대를 결정하고, 입대일을 불과 2주 앞두고 귀국했다. 대한민국 육군으로서 군복무를 다 하자 결심한 계기는 취업을 준비할 때였다. 여러 기업들을 찾아보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한국에 대한 긍지를 내세울 수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군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새롭게 바꿔 주었다. 군대는 나에게 많은 성장과 긍지를 안겨 주리라 느낀 것이다. 이런 생각은 아주 큰 변화였다.

 이렇게 마음을 잡고 시작된 나의 군 생활도 어느 덧 넉 달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같은 영주권자로서 같은 날 함께 입대하고 훈련소 생활을 한 스물한 명 의 전우들과의 만남이 그 첫 번째이다. 고된 훈련에서 싹튼 전우애와 그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는 뿌듯한 경험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살다 온 다른 친구들의 경험담과 세계관 그리고 군 생활에 대한 사고와 목적의식은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각자의 맡은 임무를 다하고 전역 후에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 전우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첫 계기가 된 것은 영주권자 적응 프로그램이었다. 여태껏 깨우치지 못한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여러 고위 간부님들과의 간담회, 독립기념관 견학, 정훈교육을 통해 내 조국의 저력을 잘 알 수 있었다. 몇 번이고 끊임없이 거듭된 침략을 견뎌냈지만 결국에는 이겨내지 못하고 나라를 빼앗겨 지배당하고 만 나의 조국 대한민국.

 하지만 거기서 꺾이지 않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강한 애국심과 긍지로 되찾아 내고야만 자유. 그 자유를 만끽하지도 못하고 또다시 시작된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리고 수많은 희생을 낳은 6.25전쟁. 무려 3년이라는 너무나 기나긴 시간을 싸우고 결국 분단이라는 상처를 남겼지만 거기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은 우리나라를 지금껏 살려낸 저력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6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나라를 재건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선진국 자리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놀라운 성장을 해낸 것이다. 6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평탄치 만은 않았지만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만한 저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배우고 인식하면서 한국이 더욱더 자랑스러워졌고 그런 나라가 우리 조국이라는 것이 나에게 더욱 깊은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문득 외삼촌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태어나자마자 일본에서 자라기 시작한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사촌동생을 가리키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운이도 크면 군대 갔다왔으면 해. 아직 시간도 많고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겠지만 꼭 보내고 싶어. 지금처럼 여기서 계속 학교를 다니면 한국사회경험이나 한국 사람이라는 존재감 그런 걸 전혀 느껴볼 기회가 없잖아.” 지금이라면 진심으로 그 말의 깊은 속까지 이해 할 수 있다.

 선임들이 가끔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되는데 후회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그때마다 나는 거짓 없이 이렇게 말한다.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빨리 올 걸 하는 생각은 들지만, 군대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누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자신 있게 군대에 온 것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대답하며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전역 후에 다시 일본에서 생활하더라도 진정한 한국인으로서 강한 긍지를 가슴에 품고 생활할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며 대한민국 육군이다.(konas)

양기현(이병) 수도포병여단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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