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병사 수기33]Letter to myself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오로지 대한민국과 가족, 또 곁에 있는 전우들을 위해 열심히 한 너를
네가 자원입대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2010년 10월 11일, 육군훈련소에 첫발을 내디딘 날, 나는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거야.
입대하기 10년 전, 어머니,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갔지. 내성적인 너의 당시 성격 때문에 미국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어. 의사소통도 안 되고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란 정말 힘들었지.
하지만, 나 혼자 버텨 무언가 보여주리라는 맘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한 결과 너는 네가 원하던 좋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 영어도 좀하겠다, 미국에 적응도 했겠다, 네가 원하던 대학에 가서 공부도 좀 하겠다. 모든 게 순조로웠지.
하지만 대학생활 도중, 너는 그만 너의 교만함 때문에 인생 트랙에서 벗어나버렸지. 이미 트랙에서 벗어난 너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했어. 부모님의 보호아래 살아온 너는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더 큰 암흑 속으로 빠져버린 것 같아.
그저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말고는 진정 자신을 지키고 남을 지키는 방법 따위는 나 몰라라 한거지. 아니면 너 혼자 살아가기도 급급해서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었던 걸까? 그러다보니 혼자 이리저리 치이고 삶이 지긋지긋해서 택하게 된 곳이 군대지.
어때? 할만해? 훈련소 첫날 정말 많은 생각들이 이리저리 교차했을 거야.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곳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벗어나야 할지...
하지만!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 했던가? 생애 처음으로 전투화를 묶어볼 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정신으로 이곳을 정복하겠다 마음먹었지. 근데 맘대로 잘 안되지? 네 성격은 우선 저질러 보는 것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정말 하루하루 힘들었지.
그때마다 널 그 지옥의 훈련소에서 끝까지 버티게 해 준 너의 동료들에게 나는 감사해. 나 혼자서 버티는 게 아니라 동기들의 전우애로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것이 비록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론 아무 이상 없이 또다시 일어서도록 해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거지.
물론 모두가 너를 위로해 주거나 힘이 되어 주진 못했어.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고, 가치관이 다른 동기들도 많았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너와 행동은 달라도 같은 목표를 가졌을 거야. 다치지 않고 빨리 전역하기를.
그때 기억나? 화생방 훈련하는 날. 너는 정말 누구보다 무섭고 두려워했었잖아. 그때, 너와 가장 친하던 동기가 말했지. 자신도 정말 무섭고 포기하고 싶은데 겪어보고 싶다고. 이건 지금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은 각개전투, 기초유격, 행군 등의 고된 훈련을 이겨낼 용기를 주었어.
새로움에 대한 그 떨림,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시작하여 성취감으로 완성된다는 것. 마지막 수료한 날 정말 많이 기뻐하더라. 포기하지 않고 힘든 훈련소 생활을 버텨낸 네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앞으로 남아있는 군 생활을 보면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게 길고도 짧은 훈련소 생활이 끝나고 넌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어. 전우애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을. 참 이상하지? 그렇게 나가고 싶던 훈련소를 나가는데 눈물이 난다는 게. 사람들은 모두 추억 속에 사는 것 같아.
자대배치 받은 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으로 이사했던 날과 같은 느낌이었지. 아니, 오히려 그곳의 나는 어머니와 동생까지 없는 외톨이였어. 위험한 도시에 홀로 남겨진... 인정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당연히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이등병 시절이라 선임병들에게 꾸지람도 많이 들었지.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며, 또 많은 것을 느끼며 지내온 지도 11개월이 지나고 벌써 다음달이면 네가 원하고 원하던 상병이네! 잘하고 있어. 물론 내가보기엔 업무수행 능력과 한국어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지금처럼 중대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한국어를 배워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더 다양한 전우애를 느낄 수�있겠지.
“아들이 있어서 국민 모두가 편히 잘 수 있어서 기쁘다.”는 아버지의 말을 통해 교만한 네 인생에서 희생의 소중함을 알게 된 지금 군 생활은 반은 성공한 것이고, 남은 군생활 동안 인생준비의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을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겠지?
승재야, 나는 지금 여기 위병소에서 동원훈련때나 볼 수 있었던 환송을 받고 나오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오로지 대한민국과 가족, 또 곁에 있는 전우들을 위해 열심히 한 너를...
내 손을 잡고 뒤를 돌아봐.
차렷,
경례!
태 풍 !!(konas)
이승재(이병) 28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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