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노량진 언덕이여
국가와 민족은 그 겨레가 버티고 살아온 정신적 근거를 반드시 간직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체코 민족의 오랜 자존적 투쟁의 정신적 근거는 <프라하 성>이라고 들었습니다. 1968년에 시작된 ‘프라하의 봄’의 주역이었던 두브체크도, 1989년에 이른바‘빌로오도 혁명’으로 체코의 대통령이 된 하벨도 모두 겨레를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맹세하는 우국지사들이 바라보는 곳은 한결같이 <프라하 성>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슨 상징적인 물건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런 곳이 하나 있습니다. 노량진 언덕의‘사육신’의 무덤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내가 목숨을 바쳐 싸워야 할 일이 생기면‘사육신’의 그 무덤이 있는 노량진 언덕을 찾아갑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 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나는 거기서 성삼문의 그 정신이 내 가슴 깊이 스며들도록 심호흡을 몇 번하고 내려오면서,“이젠 됐다”라는 말 한 마디를 저절로 내뱉게 됩니다. 민족의 역사 속에‘사육신’을 가진 나라의 백성이 정의감이 없거나 비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용감할 수 있는 국민입니다.
‘사육신’묘소에, 서울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높고 높은‘사육신의 탑’을 하나 세웁시다. 포터먹 강변에 서 있는 조지 워싱턴 기념탑 못지 않은 높은 탑을 세웁시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그 탑을 세웁시다. 그리하여, 우리도 날마다 성삼문·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박팽년의 기백을 본받기 위해 언제나 그 탑을 우러러 볼 수 있게 합시다.(konas)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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