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이 왜 문제인가
총선을 며칠 앞두고‘민간인 사찰’이 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다니 정말 어안이 벙벙합니다. 이번 선거의 최대의 시금석은 무엇보다도 각 후보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한 가지 질문에 있습니다.“당신은 반미·친북·종북 노선을 고집할 것입니까, 아니면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입니까”
사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아무나 그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찰은 권력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이고 마땅히 행사해야 하는 특권인 동시에 의무입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종래의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이 명칭을 바꾸어가며 존재해 왔고, 그 예산의 편성이나 집행에는 국회도 관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내가 사찰의 대상이던 군사정권 하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민간인 사찰’의 직책이 왜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로 옮겨갔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그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소일한 것입니까.‘사찰’도 안 하고 간첩도 안 잡고? 국민의 눈에는 허송세월·무위도식한 것처럼 보입니다.
전시에 일본정부에다 항공기를 한 대 헌납하여 친일파로 몰렸던 <화신>의 박흥식 사장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해방이 되고 내 이름이 반민특위가 작성한 친일파 명단에 올라있었지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종로서의 기밀서류를 뒤지다가 내 이름이 ‘요시찰인 명단’에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 이름을 반민특위 친일파 명단에서 빼 주었기 때문에 나는 민족반역자의 누명을 벗었답니다”
미국의 FBI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전화도 다 도청했는데, 어떤 흑인 여의사와의 적절치 못한 관계도 샅샅이 다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절대 국민에게 알리지는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명예가 훼손이 될 것을 염려하여, 영국의 토니 블레어도 수상 재직 중 사찰을 당했고, 국가 안보를 위하여는 예외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요새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사찰자 명단에서 빠진 것 같아 오히려 섭섭합니다. 이젠 정말‘사찰’할 만한 가치도 없는 노인이 된 느낌입니다. 그러니,‘영광스러운’사찰자 명단에 오른 유력 인사들이여, 제발 여비서들과 놀아나지 말고, 정체불명의 돈을 먹지는 마세요. 반드시 체하게 됩니다. 늙은 선배의 충고를 가볍게 여기지는 마세요.(konas)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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