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의 ‘묵비권’행사?
이명박 대통령처럼 말이 없는 국가 원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0명의 대통령이 경무대와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는데, 윤보선 대통령은 헌법이 내각책임제로 바뀌었던 시절의 대통령이었으니까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 대통령은 아홉 분이었다고 해야 옳을지 모릅니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이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입을 다물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낡은 속담이 근년에는 변조되어“침묵은 금이다”가 아니라“침묵은 똥이다”라고 통용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두루마기 입고 수염을 기른 경상도 출신의 한 사나이가“이명박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라”고 외치며 날아다니던 때에도 우리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난동분자들이 국회의사당의 자물쇠를 부수고 기물을 마음대로 파손했을 때에도 대통령께서는 여전히‘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나도“침묵은 똥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반민주적이고 반도덕적이고, 반국가적인 정강·정책을 내걸고 조직된 정당이 국회의원 후보를 내고 당선이 되게 하는 그 전 과정을 청와대에 앉아서 다 지켜보면서도 대통령께서 말 한 마디 안 하신다는 것은‘도통한’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아니면, 뭐가 뭔지 분별이 안 돼서 그런 겁니까.‘반미·친북·종북’을 획책하는 자들이 국회에 들어가 그들의 논리대로,‘합법적’으로 적화통일을 해버리면 결국 우리는 다 못살게 되고, 대통령의 남은 생도 편안치 않고, 대통령이 죽고 나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통령의 무덤도 파헤칠 놈들이 저놈들이 아닙니까.
설마 묵비권을 행사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정말 답답합니다. 그런 경우에는‘묵비권 행사’라고 하지 않고‘직무유기’라고 하는 겁니다. 어서 근엄한 표정으로, 단호한 자세로 한 말씀 하셔야죠.“이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konas)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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