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우익이 있는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사냥꾼도 아니고 고기잡이도 아닙니다. 농사일은 더욱 할 줄 모릅니다. 부모를 잘 만나 제대로 학교엘 다녔고, 스승을 잘 만나 어떻게 사는 것이 옳게 사는 것인지를 제대로 배운 것도 사실입니다.
나의 스승이신 백낙준 박사와 함석헌 선생이 역사를 전공하신 어른들이라 나도 문학을 공부하다 도미유학을 계기로 역사학도가 되어 줄곧 역사를 가르치며 이 날까지 살았는데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세상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지난 60년 역사와 씨름하여 살아오는 가운데 역사의 주제가‘자유’라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니 그것이 독일의 역사철학자 헤겔의 영향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나는 나대로 그런 결론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가 되었고 당연히 군사정권을 반대하고 나섰다가 남산의 중앙정보부 신세도 지고 징역살이도 하였고, 자유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어디서나 목숨 걸고 싸울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혼란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풍토에서 내가 무슨 발언을 하면 으레‘우익·보수논객 김동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하니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나는 기득권을 가진 것도 없고 설사 기득권이 있는 손치더라도 그 기득권을 간직하고 누릴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는데 왜 나를‘우익·보수’로 모는 겁니까. 내가 한 마디 하면 제발‘자유민주주의자 김동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야 옳은 것 아닙니까.
정당한 좌익이 없는 오늘의 한국에서 정당한 우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역사를 공부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말이라 생각되어 한 마디 합니다.(konas)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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