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과거 1949년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한 직후 이듬해인 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상자와 약 1천만여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2011년 1월 17일에 자원입대 한 60사단 전차중대 이동영 일병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1년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호주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조국, 하나밖에 없는 나라인 대한민국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었고 심지어 한글마저도 희미하게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군 입대를 결심하기 전까지는 자연스럽게 한국인이 아닌 호주사람으로 살아왔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저의 모습을 안타까워하시며 “동영아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니? 너를 낳아준 국가는 대한민국이란다. 아빠도 여기 호주로 이민을 왔지만 항상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단다. 우리말과 대한민국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라고 하시며 잃어버렸던 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경제적인 부분과 분단국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삼성 등 초일류 기업들과 조선, IT강국, 월드컵과 올림픽 등 4대 스포츠 대회 개최, 경제 대국, 무역대국 등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면 분단국가로서의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은 국지도발이 끊이지 않는 나라,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땅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저는 연평해전, 한일 월드컵 기간 중 서해교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모든 것을 타국에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접하였습니다.
대한민국과 수많은 국가들이 북한에 식량지원, 경제지원을 해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분별하고, 몰상식한 도발을 하는 북한의 이중적인 행동에 이민 생활 중인 저 마저 분노와 끓어오르는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이런 상황들이 발생한 뒤엔 저에게 무슨 일인지, 혹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괜찮은지 안부를 묻거나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한반도에서의 북한의 도발에 관심을 더 보일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방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즈음 저는 한국으로 치면 군대에 갈 나이였고, 아버지께서 조국에 대해 늘 하시던 말씀과, 주변에서 들리는 군대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제가 자원입대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군 생활을 하면 아무나 겪을 수 없는 특수한 경험, 책임감, 강한 정신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주변 예비역들의 강한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제 주위에는 군 복무를 한 사람도 있고, 저와 같이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취득하여 군대에 입대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두 가지 경우를 보았을 때 군복무를 한 사람들 대부분은 예의범절, 생활태도, 인내심, 의지, 책임감 그리고 적극성이 매우 뛰어났고,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군복무의 가장 큰 장점은 책임감의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생들 중 군필자들은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본인의 힘으로 끝까지 해결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학비나 생활비를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설령 본인이 잠을 1~2시간 덜 자더라도 일을 하여 그것에 대한 부담을 본인 스스로가 해결하고 매사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고, 그들의 인생의 목표가 뚜렷했습니다.
그에 반해 시민권자 친구들 대부분은 인생의 뚜렷한 계획도 없고 책임감도 약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군 복무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는 굳은 의지로 입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수명을 80세로 보았을 때 2년은 짧은 시간이며 군대에서 그 2년을 보낸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일부 전역자들이 종종 군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흔히 ‘군대를 가면 시간을 낭비하는 거다’ 혹은 ‘요즘도 구타와 폭언이 잦다’라는 등 군 전체를 폄하하는 발언들을 하곤 합니다. 또한 대중매체에서 군대에 관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욱 많아 사람들에게 긍정보다는 부정의 메시지를 더욱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생활해보고 느끼게 된 군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저는 논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고 육군 기계화 학교에서 전차병으로서 후반기 교육을 받은 후 전차병 조종수로 4월 1일부로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제가 군복무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전차 조종수라는 직책을 부여받아 이 직책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조종에 대한 새로운 도전, 그리고 다양한 어려움들을 여러 간부들과 소대원들이 끈끈하게 하나가 되어서 지혜롭게 극복하고 제 자신 스스로가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일과를 보내며 늘 새로운 걸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전반기 진지 공사 중에는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진지 공사 작업을 하면서 ‘왜 내가 이걸 해야 되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진지 공사에서도 얻는 것이 있을 거라고 느꼈고, 공사 과정들에 직접 참여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경험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진지 공사를 할 때는 적이 도발했을 때 제가 판 이 호 덕분에 소중한 전우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저 스스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비록 힘들었지만 진지 공사가 저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기갑부대 훈련의 꽃인 전차포 훈련이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있었습니다. 비록 저에게는 첫 훈련이었지만 제 자신 스스로가 많은걸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훈련기간 중 자연 재해로 인해 훈련이 중간에 종료되어 일부는 복귀하였지만, 훈련장에서 전차를 지키기 위해 남은 인원들은 많은 비가 와서 산사태가 곳곳에 발생하고 땅이 쓸려 도로가 유실되는 상황에서도 전투장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모든 인원이 차분하고 안전하게 대피하고 전차를 무사히 복귀할 수 있도록 대장님부터 이등병 막내까지 한 마음이 되어 기갑인의 단결과 용기로 큰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경험을 접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장마 때 우리 60사단 장병들이 힘을 모아 서울 한강공원 일대에 쌓인 토사와 재난 복구에 힘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흘린 땀과 노력덕분에 주민들이 보금자리와 웃음을 되찾았다고 고마워하니 스스로도 뿌듯하고 행복해집니다. 이런 여러 훈련과 수해복구 작전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떳떳함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또한, 매주 실시하는 동아리 활동은 영어회화, 한자자격증, 컴퓨터 자격증 등 본인이 관심 있는 과목을 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중대 영어 동아리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록 배우는 입장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법을 배우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전우들이 영어실력이 조금이라도 향상된다고 생각하니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고 있어 병사들에게는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말했던 군대의 부정적인 모습들은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어떤 한 개인에 의해 과장된 이야기였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로 종종 어려움이 생기지만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면서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소중한 것들을 얻었습니다.
군대라는 곳이 본인의 마음가짐과 어떤 생각으로 입대했느냐에 따라 주어진 2년이 보람차거나 도움이 될 수가 있고 혹 그 반대의 마음인 불평과 ‘내가 군대에 왜 왔지’라고 마음을 먹게 되면 그 2년은 헛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군대에 입대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남은 군 생활 저 자신 더욱 성장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보낼 것이라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입대할 청년들과 모든 장병 여러분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군복무기간이 본인의 전공분야의 공부는 학업의 중단으로 다소 뒤쳐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인내심과 사람의 도리를 배울 수 있으니 얻는 게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남자라면 한번쯤 와야 하는 군대, 21개월의 시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군 생활을 할 것이며 전역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konas)
일병 이동영(제60보병사단)
* 이 칼럼은 월간 '자유'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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