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보다 더 고운 마음으로 그리는 시인의 그림-이해인 수녀님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부산에서 만나게 된 이해인 수녀님과의 약속으로 서울을 방문하신 수녀님을 동네의 아주 작은 식당으로 모시고 함께 점심을 하게 되었다.
암과 투병중이며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수녀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워낙 인기 있는 수도자인지라 큰 식당 보다는 동네의 작은 식당이 수녀님과 잘 어울릴 듯싶었다. 그 식당은 손바닥만 한 홀에 테이블 2개와 몇 개의 스툴로 주방장과 마주 할 수 있는 스탠드가 다여서 생선조림을 맛있게 잡수시는 수녀님을 주방장이 눈여겨 보았나보다. 잠시 후 주방장으로부터 정성스레 만든 초밥 몇 점과 게장이 서비스로 전달되었다.
하얀 밥이 다시 제공되고 그 게장 간장에 맛있게 밥을 비벼 잡수신 수녀님은 부스럭 거리며 가방에서 작은 엽서 2장과 각종 색연필과 여러 굵기의 연필 그리고 아름다운 다양한 문양의 스티커를 그 작은 테이블위에 펼치더니 글과 그림 그리고 스티커를 부치기 시작한다.
잠시 후 주방장의 이름과 종업원의 이름을 묻더니 그 이름을 적는다. 상대방이 싸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도 않았는데 수녀님 스스로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가며 그림과 싸인을 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한 주방장에게 감사하며 종이위에 색연필을 바꾸어 가면서 그림을 그린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와 글을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리 그림도 잘 그리는 분 인줄은 처음으로 알게 된 놀라움과 함께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열심히 핸드폰의 셧터를 누른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또 그림을 지도하는 교육자로 또 꽤 큰 미술관의 책임자로도 지내온 나는 남 앞에서 그림그리기를, 남에게 그림 선사하기를 어렵게 생각하며 또 인색하였음이 이 시인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그림이라는 게 무엇일까? 유명미술관의 그림, 인기 작가의 그림, 그리고 또 고가의 그림도 좋지만 이렇게 작고 정겨운 공간에서 스스럼없이 상대방과 주위 사람들을 감동 시킬 수 있는 그림이 참으로 좋은 그림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보다도 더 아름다운 그림엽서를 보는 그 기쁨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
치료중인 암을 이겨내시어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시기를.이 성 순.(konas)
김동길(www.kimdonggill.com) 홈페이지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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