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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종대왕함에게서 주먹을 빼앗아갔는가

MD구상 당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동참을 권유 했으나... 일본은 참여했지만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중국-북한 자극한다는 이유로 참여거

Written by. 문갑식   입력 : 2013-03-20 오전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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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작년 12월 12일 오전 9시 51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로켓이 발사된 지 94초 만에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함’이 태안반도 근처에서 은하 3호의 궤적을 포착해냈다. 이지스함다웠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자랑하는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영하(零下)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은하 3호의 잔해물을 해저 85미터 부근에서 인양해냈다. 이것을 분석하면 은하 3호의 제원과 실체가 곧 드러난다고 한다.

 이것이 단순한 ‘쾌거’가 아님을 기자는 한 예비역 장교 모임에서 전해 들었다. 로켓이 발사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이뤄진 송년회에서 참석자들이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핵심은 역시 북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능력이었다.

 그들은 북한 장거리 로켓의 사정(射程)거리를 10000~13000㎞로 추정했다. 이는 북한에서 쐈을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근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사정거리를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동일시할 순 없다.

 왜냐하면 ICBM의 경우 대기권 밖으로 진입했다가 다시 대기권에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때 상당한 고온(高溫)이 발생한다. 고온을 견디려면 특수한 재료와 설계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췄는지는 불투명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참석자들이 우려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북한 은하 3호가 발사되기 전 한미일 3개국은 각자 보유하고 있던 이지스함을 출동시켰다. 한국이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 유성룡함 등 3척을, 미국과 일본이 각각 7척과 3척을 한반도의 주변 해역에 정밀 배치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은하 3호가 일본 영토로 들어올 경우 요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은하3호의 궤적만을 지켜봤을 뿐 요격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무슨 차이 때문일까? 바로 ‘눈은 있지만 주먹이 없기’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시스템인 이지스함의 핵심은 스파이1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1000㎞영역에서 10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해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 가운데 100개의 목표물을 동시 공격해 격추시킬 수도 있다.

 이지스는 원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제우스가 사용하는 ‘불침(不侵)의 방패’로 전쟁의 여신(女神) 아테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1000개 목표물 포착과 100개 목표물 동시 공격이란 가공할 위력은 가히 신화다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나란히 이 스파이1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나중에 이지스함을 건조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스파이1 레이더는 훨씬 버전이 최신식이다. 문제는 ‘공격용 무기’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 이지스함에는 SM-2라는 미사일이 장착돼있다. 이 미사일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는 있지만 음속(音速)의 몇 배 속도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이나 그 잔해를 맞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왜? 낡은 무기여서다.

 일본의 이지스함에는 SM-3미사일이 갖춰져있다. SM-3는 처음부터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issle Defence)의 핵심 무기다. SM-3의 위력은 2008년 2월 유감없이 발휘된 적이 있다.

 미 해군 이지스함이 쏘아올린 SM-3미사일이 다량의 독극물이 실린 노후 첩보위성을 대기권 밖에서 정확히 파괴한 것이다. 사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0년 하와이에서 벌어진 한미일 해군 합동훈련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탄도탄 요격훈련에서 미사일 비행궤도를 추적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은 한국 세종대왕함이었지만 실제 요격은 미 해군의 SM-3미사일이 맡아 처리한 것이다. 이것이 해군만의 문제일까? 사정은 육군도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지상에 각각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패트리어트2(PAC-2)라는 낡은 것이지만 일본은 패트리어트3(PAC-3)라는 최신 기종이다. 한마디로 PAC-2는 하층(下層)방어용이라는 뜻이다.

 음속 5배(SM-2) 대 음속의 7배(SM-3), 최대 상승고도 20㎞(SM-2) 대 250㎞(SM-3), 항공기 및 순항미사일(SM-2) 대 탄도미사일(SM-3), 한발당 15억 원(SM-2) 대 150억 원(SM-3).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정확한 차이인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MD구상 당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동참을 권유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했지만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거부했다. 중국-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한국 정부는 편법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KMD)’라는 것을 내놓았고 독일에서 중고품 패트리어트 2 미사일을 사온 것이다. 한마디로 주변국 눈치+저가예산을 감안한 편법 MD가 몇 년 후 그 열악한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좌파편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이후 들어선 ‘우파’라는 이명박 정부는 뭘 했다는 말인가. 아마 소고기 파동에 질려 MD대책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관측이었다.

 국민이 알면 어처구니 없어할, 관계자가 엄중문책당할 일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이번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간 차세대 전투기사업(FX)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현재 전투기는 5세대 싸움이다. 1903년 라이트형제가 세계최초의 비행기 동력비행에 성공한 이후 항공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1차 대전 때 참전국이 생산한 비행기 숫자만도 프랑스가 6만 7967대, 영국이 5만 8144대, 독일이 4만 8537대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러시아-이탈리아-오스트리아가 생산한 비행기의 총합 4만 5000대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때만해도 유럽 항공산업은 미국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2차 대전을 기해 바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의 항공우주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계기는 독일이 2차 대전 중 개발한 V-2로켓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우수한 과학두뇌가 대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유명한 F시리즈의 전투기들이 개발된 것이다.

 6·25때 한국전에서 ‘미그기 잡는 세이버’라는 별명을 얻은 F86은 1대8의 비율로 MIG-15를 격추시켰다. 이것이 1세대 전투기의 효시격이다. 이후 음속을 돌파한 F-100슈퍼세이브(2세대)-F4팬텀(3세대)-F15, 15, 16(4세대) 등이 잇따라 선보였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도입하려는 것은 5세대 전투기로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22와 F-35가 있다. 두 기종은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로, 무기를 외부에 장착하지 않고 특수도료를 입힌 전투기로 유명하다.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F-22와 F16, F18연합군의 가상공중전이었다. 당시 F-22는 122대0이라는 압도적 우위를 보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F-22는 미국 공군에 일부 인도된 수량을 제외하면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우리 군이 도입하려는 차세대 전투기는 3파전으로 알려져 있다. F-35와 F-15의 개량형, 유럽이 공동으로 생산한 유로파이터가 그것이다. 어느 기종이 되던 낡은 F4, F5 전투기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공군은 도입을 서둘러야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둘러싸고 관련자들이 혹시 있을 ‘로비의혹’을 두려워해 차일피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김정일 사후 등장한 김정은은 서른이 안 된 청년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군부 실세들에게 둘러싸여 불의의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중 또 한 번의 도발이 있을 것이며 머지않아 핵실험도 예상된다는 것이 각계의 예상 아닌가.

 또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과 이에 맞서 헌법까지 고쳐가며 재무장하려는 일본 틈에서 우리의 국방력은 신장되기는커녕 예산마저 삭감되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외세에 굴복하는 과거의 역사를 답습할 것인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새해의 벽두가 그리 밝지 못하다.(konas) 출처 : 성우소식

문갑식(조선일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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