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3년 전 3월 26일은 조국의 푸른 바다를 지키던 천안함 용사 46명이 산화한 날이다. 그리고,100년전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한 날이기도 하다
기억은 인류에게 중요한 생존 능력 중 하나이다. 문명의 초기 단계를 살았던 인류에게나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모두 위험을 피하고 삶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쓰이는 중요한 정보들이 기억에 의존한다.
또한 행복했던 기억들은 정서적 만족감을 주고 미래에도 추구하게 되는 반면, 불행했던 기억들은 다시 겪지 않고자 경계하고 회피하게 된다. 이렇듯 기억을 통해 인류는 문화를 전승하고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에 반해 망각은 기억이 갖는 긍정의 의미와는 대척점에 선다.
망각은 이전에 경험한 것마저도 낯선 상황에 정보 없이 맞닥뜨리는 것으로 만들고 이는 곧 위험과 위협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망각이 수반하는 위험과 사고 가능성, 알지 못하는 것이 주는 공포감 등 부정의 이미지 때문에 오랫동안 망각은 일종의 결핍이나 결함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20세기에 와서 흔들리게 되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최대 규모의 학살과 폭력의 경험은 이후 역사적 기억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 따라 또는 맥락에 따라 상이한 기억들과 증언들이 나오자 사실로서의 기억, 유일한 진실로서의 기억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났다.
더불어 효과적인 기억을 위해 왜곡되기도 하고 내적 논리에 의한 구성력을 가지는 기억의 특성이 인지심리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기억에 대한 믿음은 더욱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가 겪은 무자비한 폭력에 관한 외상적 기억은 차라리 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망각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불필요한 정도의 예민한 감수성이나 긴장, 고통 등을 동반하여 삶을 황폐화하는 과도한 기억보다 차라리 그저 잊고 마는 망각에서 긍정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우리 민족, 우리 사회도 지난 세기 외상적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36년의 일제 강점기를 거쳐 수백만의 사상자가 발생한 6․25전쟁을 겪었고, 전쟁 이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된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불안에 놓여있음에도 외부에서 바라볼 때 갖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우리 사회는 그것을 예민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불안한 상황에 만성화 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과거를 회상할 틈도 없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앞만 쳐다보고 열심히 달려 이루어낸 사회적, 경제적 성과를 만끽하는데 불편함을 주는 기억을 잊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숙한 사회, 용기 있는 사회는 지난 역사의 상처를 외면하고 잊고 사는 사회가 아니라 고통의 기억을 직시하고 그것이 주는 교훈과 의미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이뤄나감으로써 아픔은 치유되고 사회적 발전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3년 전 3월 26일은 조국의 푸른 바다를 지키던 천안함 용사 46명이 산화한 날이다. 또 이보다 100년 앞서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자 한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한 날이기도 하다.
식민지배의 기억을 되살리고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 번 각성케 하는 3월 26일, 이 날의 의미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로 삼게 되길 기대해 본다.(konas)
김진형(의정부보훈지청 취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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