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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사냥과 기습의 원칙

북한의 대남위협 발언들은 오리를 잡기 위해 물에 띄워 놓은 빈 바가지와 같다. 그 빈 바가지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경계심은 흐트러질 것이고...

Written by. 하두철   입력 : 2013-03-28 오전 1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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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국방일보 3월 28일자 오피니언란 게재된 글임.(편집자 주)

 어렸을 때 겨울이 되면 청둥오리를 잡으러 다녔다. 오리를 잡는 방법은 간단했다. ‘싸이나’ 가루를 붕어 뱃속에 넣고 그 붕어들을 논바닥 여기저기에 뿌려 놓으면 끝이었다. 다음날 아침 논에 나가보면 붕어를 먹은 오리들이 죽어 있었다. 그걸 주워다가 내장을 제거하고 살코기만 삶아 먹었다.

 우리가 ‘싸이나’라고 부른 하얀 가루는 청산가리(시안화칼륨)라는 독약이었다. 독성이 강해 간혹 중독된 오리를 잘못 먹고 사람이 죽는 사고도 발생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독약으로 잡은 오리를 먹으면 안 된다면서 우리에게 맨손으로 오리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오리가 놀고 있는 저수지에 빈 바가지 여러 개를 엎어서 띄워놓는다. 오리들은 처음에는 바가지를 경계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아무 반응이 없는 바가지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그 곁에서 놀기도 하고 졸기도 한다. 그때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저수지로 들어가 눈과 코만 내놓은 채 조용히 접근하면 오리는 빈 바가지로 착각해 방심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물속에서 오리 발목을 노끈으로 묶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물론 웃자고 한 얘기였다.

 날로 격해지는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 발언들을 보면서 문득 오리를 잡는 빈 바가지 얘기가 생각났다. 방심하다가 큰코다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든 것이다.

 전쟁원칙 가운데 기습의 원칙이 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 방법으로 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이 대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게 공격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면 역시 기습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작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습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적도 아군이 기습할 것을 알고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적을 속이는가가 기습 달성의 관건이 된다.

 1967년, 이스라엘 공군은 이집트의 막강한 공군력을 기습을 통해 궤멸시켰다. 공격 일주일 전부터 매일 아침 식사시간에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이집트 국경 쪽으로 출격했다. 식사하던 이집트군 조종사들은 아침마다 비상출격을 해야 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허탕을 친 이집트군은 이스라엘 공군기의 국경선 접근을 으레 있는 일로 생각하게 됐다. 결국 적기의 출현에도 비상이 걸리지 않았고, 멀쩡히 앉아서 기습을 당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위협 발언들은 오리를 잡기 위해 물에 띄워 놓은 빈 바가지와 같다. 그 빈 바가지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경계심은 흐트러질 것이고, 언젠가 그 속에서 마수가 뻗어 나올 위험이 있다.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 서울 불바다, 무자비한 보복 등의 자극적인 발언에 겁먹을 필요도 없지만 그것을 빈말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적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적이 언제 오더라도 나에게 대비가 돼 있음을 믿으라고 한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Konas)

하두철(예, 육군대령 / 前 합참공보실장)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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