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에게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3-04-02 오전 9:07:56
80년대에 일본에 들렀을 때 와세다 대학의 구내 어느 강의실에서 조그마한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아마도 ‘군사정권 하의 한국’이었을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누가 주선했는지는 기억이 안 되는데, 동경대학의 와다 교수의 초청을 받아, 오래된 한 일식집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와다 하루키는 오랜 세월 군사정권 하에 시달리는 한국의 지성인들에게 매우 동정적이고 우호적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첫 인상이 매우 소박하고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눴던 대화의 한 토막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아사쿠사(浅草)의 센소지(淺草寺)에 들렀더니 쇠로 만든 작은 부처가 경내에 앉아있고 그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500엔 내고 부처의 무릎이나 머리를 쓰다듬고 자기의 아픈 무릎이나 머리를 쓰다듬으면 낫는다고 그 ‘나데보도께’ 가까운 곳에 적혀 있던데, 일본인들은 그걸 믿습니까?” 이것이 나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 하겠지요” 나는 그 때 그의 그 한 마디에 많이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일전에 그가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독도에 대한 주권 주장을 일본이 단념하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고, 역시 와다 하루키는 살아있다고 느끼며 혼자 미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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