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이명박 정부가 출범 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대한민국의 지향 방향이 10년 만에 다시 정상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좌파 실험에 염증이 난 국민과 대한민국을 다시 정상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지도 모른다고 절박하게 생각했던 수많은 시민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본다면,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가 비록 좌파적 성격을 갖는 경우라 할지라도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당연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국가안보에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이든, 민주당 출신이든 미국의 외교 및 안보에 관한 정책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법이며,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는 국가안보에 관한 한 부시보다도 오히려 더 보수적이었던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집권했던 한국의 경우 국내정치 및 경제는 물론 대외 정책에 있어서도 현격한 변동이 있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었다. 권력 실세들 중에는 북한 체제에 동조하거나 북한 체제를 동경하는 사람조차 있었으며 이들은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통일의 최대 장애요인을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다. 노무현 정권의 국무총리 중 한 사람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 폭력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과 이를 막는 경찰을 동격으로 인식하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대한민국의 국정원장은 평양 방문 시 상대방 수뇌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악수했다.

 그동안 태극기보다는 한반도기가 더 대접받는 것 같은 세월이었다. 남북한 축구 대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며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경찰이 제지했던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존재를 준엄하고 숭고하게 생각한 사람이라면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휘날려도 된다는 발상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며, 같은 민족인 남한에 대해서는 결코 쓸 일이 없는 무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북한 핵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국가안보의 중대 과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인 제공자를 미국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앞장 설 일도 없을 것이다. 국방백서에서 주적을 삭제해 버렸으니 우리 대한민국 국군은 누구와 싸울지에 대비해서 국방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훼손하기 위한 온갖 방안들이 강구 되었고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매케인조차 한미 관계를 망가진 (frayed) 관계라고 말할 정도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서 지난 10년과는 패러다임이 다른 외교 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 북한에 대해 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북한으로부터 아예 전략적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무시만 당했던 그런 대한민국이 아니어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한 궁극적 관건은 대한민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게 정확하게 인식 시켜야 한다.

 안보 정책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한미 동맹의 회복이다. 사소한 것들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3년마다 교체되는 독일 주둔 미군과는 달리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주한 미군은 1년마다 교대 된다. 어떤 군대가 더 강한지 말 할 필요가 없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도 3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기 희망한다고 했다. 동맹국 군대의 주둔에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 지난 10년이었다.

 국가의 지향 방향도 바꾸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상업국가, 자유국가, 무역 국가를 지향함으로서 단 한 세대만에 세계의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했다. 지난 10년 한국은 밖을 바라보기 보다는 속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세계와 함께’가 아니라‘우리민족 끼리’라는 시대에 뒤쳐진 구호가 난무했다. 이제 다시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바다와 대륙의 중간에 걸친 반도국이다. 그러나 박쥐처럼 여기저기 붙다가 패가망신하는 우를 범 하지 말아야 한다. 실력도 갖추기 전에,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균형자 운운 하다가 국제적으로 망신 당 한 것이 불과 수년전 일이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 일본과의 우호 관계회복이 급선무다. 대통령 취임당일 경축사절로 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외교적으로 좋은 일이다.

 혹자는 그럼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 물을 것이다. 한일 관계와 한미 관계가 회복되면 한중 관계도 더 좋아 질 것이라는 게 답이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중국은 이미 한국에게 스스로 더 가까이 다가와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에 맞장 뜨면 중국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증진된다고 믿는 그런 잘못된 국제정치학은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되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 25일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7개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을 마련 할 수 있는 5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Konas)
출처 : http://www.cfe.org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