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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체험 수기㉕] 작은 용기만 있다면

Written by. 정서호   입력 : 2017-09-13 오전 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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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질병치료’ 부문 입선 당선작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강철! 50사단 기동대대에서 복무중인 일병 정서호입니다. 정신없이 군 생활 중이던 저한테 병무청에서 편지가 날라 와 뜯어보니 자원병역이행자의 병영체험담을 주제로 공모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모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어 군대에 대한 두려운 인식도 조금 바뀌어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산문이면 뭘 써야 될지 고민하다가 그냥 입대 전 자원입대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군생활 해오던 것을 써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질병치유로 인한 자원입대입니다.

 저는 지난해 2016년 7월에 입대를 하였고, 10개월 정도 복무하여 다음달 상병을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20살이 되던 해, 5월쯤에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가게 되는 병무청에 친구들과 같이 입대에 관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옷을 갈아 입고 컴퓨터에 앉아 여러 항목에 대한 검사도 하고 피도 뽑고 키, 몸무게, 안과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이 후, 신체등급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고, 제 차례가 되어 결과를 보았더니 4급인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하여, 여러 운동을 즐겨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체육 관련 대학교에 입학할 만큼 활동적이고 건강하다고 생각하였는데, 4급 나온 것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같이 온 친구들은 모두 1급이 나와 현역을 받았고, 저한테 부럽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때 ‘4급 받은 게 좋은 건가?’, ‘4급이면 내가 친구들 보다 신체가 안 좋다는 뜻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대체 어느 부분에서 4급이 나온 건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안과에서 4급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눈이 안 좋아 안경과 렌즈를 맞췄지만 귀찮아서 안 끼고 조금 흐릿한 것에 적응하여 살았더니 시력보다 난시가 심해져서 4급이 나오게 된 겁니다. 살면서 선명히 안보이긴 안보였지만 보일 거 다 보이고 큰 불편함 없이 살아왔는데, 4급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후, 집에 도착한 후 어머니께 신체검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도 당연히 1급 받을 줄 아셨는데. 4급 받은 것에 대해 놀라셨고, 먼저 제게 “너는 사회복무요원을 가고 싶냐 현역을 가고 싶냐?”고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검사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4급을 받아서 당연히 사회복무요원으로 가야되는 줄 알고, 이렇게 된 김에 군대보단 편한 사회복무요원을 가겠다는 생각이 조금 강했는지 솔직히 선뜻 현역을 가겠다는 말을 하질 못하고 생각 좀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그 당시 운동을 좋아하고 체육대학교여도 힘든 것 보다 편한 쪽을 택하려는 마음이 강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회복무요원을 가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런 걸 쓰려니 조금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친구들과 군대 다녀 온 선배들에게 연락을 하여 여러 가지 조언을 물었습니다. 선배와 친구들에 대부분 돌아오는 답변은 “무조건 군대는 뺄수 있으면 빼라. ”, “2년 동안 시간 낭비다.” 등등 사회복무요원을 가라는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그 후 혼자 생각을 해보다가 이후에 제가 커서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 후회하진 않을지, 가까운 미래에 친구들이 모두 전역했을 때 ‘나도 군대라는 곳을 다녀올걸’ 하는 후회가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리가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 없거나, 팔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고 고작 저는 불편함 없는 눈 때문에 공익을 가는 것은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현역을 가면 보다 힘들 수 있어도 미래에 있을 후회와 그 까짓 거 한번 가보자는 생각도 들게 되어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어머니도 동의하시며 라섹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지금의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아마 사회복무요원을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정도 뒤에 라섹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까지 하면서 군대를 가고 싶냐고 묻고, 가서 후회한다. 등등 부정적으로 말하였지만 이미 군대를 가겠다는 마음을 결심한 후 였습니다. 혹시 마음이 변하기전에 빨리 재검받자는 생각으로 수술 후 2달 정도 뒤에 바로 재검을 받았고, 당연한 결과로 1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1급을 받은 후에 학교를 다니던 중이라 넉넉히 2016년 7월~9월 쯤 입대할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재검을 받은 뒤, 마음에 걸리는 게 당시 1년 정도 연애하던 여자친구를 두고 현역을 가는 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현역으로 재검 받고 입대하는 건 여자친구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못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군대 가서도 자주 나오고, 자주 연락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 입대하기 전 갑자기 병무청에서 전화가 와서 자원병역이행자라며 원하는 입영날짜와 사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대구에 살아 대구에 50사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50사단과 7월 19일 입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입대 날짜를 정한 뒤, 점점 입대 날짜가 다가오고 저도 입대 하기 전 남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시며 놀면서 입대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016년 7월 19일이란 시간은 단숨에 찿아왔고, 남들 입대할 때처럼 떨렸습니다. 부모님과 여자친구, 친구들에게 금방 오겠다고 하고 입대를 한 뒤, 훈련소에 입영하게 되었고, 처음 보는 동기들은 못 친해질 줄 알았지만 금세 친해졌고, 훈련도 열심히 받았습니다. 제식, 사격, 각개전투, 숙영, 행군 등등 군대에 대해 알아가며 열심히 생활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훈련소 과정을 마치고 기다리던 자대배치라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일단 1차로 저는 50사단 미 분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50사단 미 분류는 사단본부에 남거나, 직할대, 사단 지역 내 연대에 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지역을 갈지 모르는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감정으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50사단 직할대 기동대대라는 곳에서 인원을 선발하러 왔습니다. 인원을 뽑으러 오신 기동대대 주임원사님은 일단 기동대대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사단 직할대로서 여러 가지 임무수행을 하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하셨습니다. 저는 무슨 훈련을 하는지 듣고 흥미가 생겨 하고 싶다고 자원하게 되어 8월 말 안동에 있는 기동대대라는 곳에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일단 대대장님과 명담을 통해 보직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탄약병이나 통신병, p.x병 등등이 있었지만, 일반인 군복무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소총수인 2중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신병집체교육을 받고, 선입들과 함께 p.x라는 곳과 사지방 등등 시설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p.x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선배들에게 얘기로만 듣던 p.x를 와보니 신기했습니다. 물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했고, 훈련 기간 동안 먹지 못해 그날 동기와 함께 엄청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지방이란 곳에 가서 그동안 못했던 sns와 여러 가지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또한 주말이 되어 tv연등이라고 tv보는 즐거움도 느꼈고, 선임들과 축구도 해보며 훈련소를 벗어나 자대에 편의를 느꼈습니다. 사회에서 보면 밤에 tv를 본다거나, 인터넷, 먹을 것, 운동 등등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군대 안에 절제된 생활 속에서 한다는 것은 뭔가 색다른 묘미를 느꼈습니다. 저는 사회에 있을 때 컴퓨터를 한다거나 tv 시청시간들이 있어 제 스스로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 좋았습니다. 그런 뒤, 9월 중순 경 사단에서 주체하는 퍼레이드라는 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퍼레이드란 국군이 6.25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나누어서 일정거리를 각각의 특색에 맞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상주와 왜관이란 지역에서 하게 되었고 지역 주민들이 나와 응원을 해주셔 뜻 깊었던 훈련이었습니다. 이후 특공무술시범, 패스트로프와 레펠훈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패스트로프와 레펠을 11m 모형 탑에서 훈련을 하는데 처음에 올라가기 전 밑에서 봤을 때 재밌을 생각과 별로 안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보니 은근 높고 떨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하는데 못할 거 없단 생각으로 뛰었고, 성공적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모형 탑에서 훈련을 며칠 동안 한 뒤, 실제 헬기에서 뛰어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헬기를 타보게 되었고, 뛰어내릴 차례가 되자 모형 탑과 달리 실제 헬기라 헬기 자체가 바람에 많이 흔들려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뛰어 내렸으며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훈련으로는 기동 간 사격이라고 걸어가면서 사격하는 사격도 해보고, 탐색경명, 출동준비태세, 매복, 체력단련 등등 여러 가지 훈련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10월경 경주에 태풍이 불어 대민지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2차례에 걸쳐 가게 되었는데 처음엔 2일 동안 경주버스터미널 앞 공원에 쓰레기들과 풀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휘날려 모두 쓸어 담는 것이었고, 두 번째 간 곳은 지역 주민들이 벼농사를 지으시는데 태풍에 벼들이 모두 쓰러져 세워 갈대로 묶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2박3일 동안 텐트에서 자며 오전, 오후로 엄청난 면적에 벼들을 세워 당시 몸살에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몸은 아팠지만 주민들이 고마워하는 것을 느껴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한 달 정도 뒤에는 60km행군을 하였습니다. 훈련소 이 후 첫 행군이었고, 오랜만이라 그런지 두려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60km를 걷는 동안 산을 두 개 넘었고 이른 아침부터 출발했던 행군은 새벽 01시에 되어 대대에 도착하며 끝이 났습니다. 진짜 행군을 하면서 인생에서 몸으로 하는 것 중 제일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동안 다리도 절고, 물집도 터트리며 힘들게 걸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군이 끝난 뒤, 언제 다시 그 무거운 군장을 메고 60km를 걸어보나 생각하며 뜻 깊은 훈련이라 생각하며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해안 매복과 기동순찰, 경계작전등등 여러 종류의 훈련을 해오는 중입니다. 현재 군 생활을 반 정도 하였고 글을 써보면서 지난 훈련과 생활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같아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보람찹니다. 중장 중간 힘든 훈련도 있었지만 저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고, 지금 하나하나 모두 좋은 추억들로 남아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21개월이란 시간이 정말 길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짧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자세를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군대에 대한 편견이 있을 것 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저와 입대하기 전 사람들이 부조리, 구타, 가혹 행위등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제가 느낀 군 생활은 병영생활행동강령등 병사 내 인식을 바꿔 동등한 존재로서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느껴 즐겁게 군 생활을 해온 것 같습니다.

또한 21개월이 너무 길다는 생각보단 색다르게 체험해보질 못할 경험과 2년정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는 것을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저도 11개월이란 시간정도 남았고, 지나간 10개원이 진짜 돌이켜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조그만 생각의 변화와 작은 용기만 있으면 저처럼 21개원동안 즐겁고 뜻 깊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갈 수 있어도 안 간다는 생각보다 못가도 가고 싶단 생각으로 군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군 생활도 즐겁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강철!

(50사단 기동대대 2중대 일병 정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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