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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㉘] 소명

Written by. 최언진   입력 : 2017-09-24 오후 1: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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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7 사회복무요원 체험 수기」 공모에서 당선된 글임.(편집자 주)

‘낮은 자로서, 섬기는 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앞이 캄캄했지만 어쩔 수 있으랴. 지금 이 순간은 피할 수 없으니,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눈 앞에는 대변을 싸고 헤헤 웃으며 서 있는 이용자, 나와 동갑내기인 A가 서 있었다.

- part 1. 최언진 훈련병!

 2015년 10월의 어느 날, 들판은 황금빛을 이루고 산에서는 황홀한 색의 단풍이 지는 그 때에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훈련소에 입대하게 되었다. 4주간의 정신없는 훈련을 끝내고 나오니, 어느덧 산의 단풍들은 부질없이 떨어져 황량하게 가지만 남았고, 스치는 바람은 마음까지 베어갈 듯 아주 차디찬 11월이 되었다.

 수료식을 한 다음 날, 나는 ‘홀트장애인주간보호센터’로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복무를 하게 되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2년간의 복무기간동안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그 곳을 선택했을 뿐이다.

- part 2. 그들과의 첫 만남, 돌이킬 수 없는

 첫 날 센터로 출근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충격이었다. 어느 이름 모를 여성 이용자가 뛰어오더니 앞에서 춤을 추었고, 한 남성 이용자는 갑자기 다가와 내 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인지라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관이었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이용자,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바지를 내리더니 소변을 보는 이용자, 괴성을 지르며 자해를 하는 이용자,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을 하는 이용자, 그 외 모든 이용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란 무엇인가? 낮 시간동안 다양한 재활 및 교육, 사회적응능력 활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곳 아닌가? 아무리 지식이 없어도, 스스로 지원했기에 주간보호센터가 어떤 곳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주간보호센터하고는 거리가 먼 요양원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내심 오기 전 기대를 했다. “센터의 장애인 식구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아주진 않을까?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여자 친구는 있을지 행여나 물어보진 않으려나?” 이런 상상들을 하며, 어떻게 대답을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생각들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흩어져 버렸다.

 말을 할 수 있는 이용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센터의 이용자들은 대부분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돌이킬 수도 없는데,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아님 못하겠다고 말할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복무담당 선생님이 오시더니 나를 사무실로 안내하였고 센터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얘기해 주셨지만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올 턱이 없었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만 했을 뿐.

- part 3. 마음을 후비는 그 말 ‘미안해’

 센터 내에서의 생활은 단순했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하면 보조를 해주면 되었고, 배식을 타온다던지, 차량운행보조를 하든지의 아주 간단한 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업무들은 그럭저럭 할 수 있었으나, 센터 내 환경에는 적응이 되질 않았고 이용자들에겐 전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는 이용자들의 반복적인 소음과 행동들은 내 자신을 지치게 했고 그저 하루 빨리 복무기간을 채우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센터 내에서 업무를 하면서 이용자들을 돌봐야 할 때가 많았다.

 장애 특성상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이용자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해를 하는 이용자가 있어 제지를 하면 잠깐 벗어난 사이 다른 이용자가 자해를 한다든지, 기물을 파손한다던지, 서로 다툰다던지, 소변 및 대변 실수를 한다든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나는 항상 멀리서 지켜보는 방관자였다. 행여나 이용자가 소변실수를 해서 바지가 흠뻑 젖었을 경우 그것을 보더라도, “내가 아녀도 누군가 보고 처리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복무기간에서 근무한지도 어느덧 1년을 채워갈 무렵이었다. 그날은 지역사회나들이로 외부에 나가 점심을 먹고 낚시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센터 버스 안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한 이용자가 버스 의자에 대변을 잔뜩 싸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헛구역질이 나왔고,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센터에 도착 후 자리를 피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오니, 담당자 선생님은 버스 시트를 청소하고 있었다. 손에 장갑도 끼지 않고 물티슈로 닦아내고 세재를 묻혀 물청소를 하는 걸 보고 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안 더러워요?” 그러자 선생님이 대답했다. “언진 선생님, 그것은 마음가짐의 차이예요. 더럽게 보든가, 더럽지 않게 보든가도 스스로의 선택이고, 지금의 나의 행동은 의지의 반영입니다.

 그동안 선생님한테 단 한 번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내가 언진 선생님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오늘은 속상하네요. 이용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스스로 이곳에서 복무하기를 선택했다면, 그에 대한 작은 의지라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를 씻겨야 하는데 보다시피 난 지금 청소중이라 바로 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언진 선생님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네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앞이 캄캄했지만 어쩔 수 있으랴. 지금 이 순간은 피할 수 없으니,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눈 앞에는 대변을 싸고 헤헤 웃으며 서 있는 이용자, 나와 동갑내기인 A가 서 있었다. 역한 냄새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후 신경질적으로 A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숨을 참고 정신없이 옷을 벗긴 후 숨을 고르러 고개를 들었는데, A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A는 평소에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였지만, 그럼에도 내가 A의 입에서 들은 말은 ‘미안해’였다. 퇴근을 해 집으로 왔지만 낮에 있었던 그 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무언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고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회의 시선은 사회복무요원을 ‘공익’이라 칭하며 무시하고 친구들조차도 현역이 아니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일까? 그런 시선 속에서 열등감, 때론 소외감을 느꼈으며 자격지심이 있었다. 열정도 없으며 복무 기간은 단지 의무였다. 그런데 “나 이제 이렇게 살면 정말 안 되겠구나. 장애인들에게 잘해야겠다.”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part 4. 일상의 작은 행복

 A가 흘렸던 눈물과 ‘미안해’란 말로 인해 다음날부터 내 스스로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의지를 가지고 근무시간에 충실하기 시작했는데, 특히나 A에겐 더욱 마음을 쏟았다. 그동안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알고 보니 A는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행동이 매우 느렸다. 그래서 항상 곁에서 기다려주고 챙겨주었다. 점심식사 시간, 사회복무요원은 1시간을 쉴 수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A의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였으며, 식사가 끝난 후에도 A가 식사를 끝낼 때 까지 기다려 주었다. A가 식사를 끝마치기까지 50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는 않았다. 의지를 가지고 이용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그들의 새로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무 첫 날 내 앞에서 춤을 췄던 여성 이용자는 춤을 의외로 잘 추는 재주꾼이었으며, 내 몸에 코를 박고 킁킁 대며 냄새를 맡던 남성 이용자는 맛있는 간식을 먹다가도 나를 보면 ‘응응’거리며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정이 많은 친구였다. 항상 소음이 가득한 이곳은 더 이상 나에게 시끄럽지 않았다. 소음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그들의 언어이자 의사소통이고, 때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였다.

 더 이상 센터는 오기 싫은 곳, 기피하고 싶은 곳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었고, 그들의 순수하고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맛보았다. 그전엔 그렇게 싫었지만, 어느 순간 내 스스로 먼저 이용자들의 대소변훈련을 도와주고 뒤처리를 해주게 되었다. 더 이상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의지를 가지니, 어느 순간 관심이 생겨 버렸다. 근무가 끝난 후 퇴근을 해서도 그들을 생각하며 내일을 기다렸다.

 어느 날 오후, 센터에서 A가 대변실수를 하여 내 스스로가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겠노라고 하고선 씻기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아, 참 감사하다. 나에게 튼튼한 손이 있어서 이렇게 씻겨줄 수 있으니.”란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씻긴 후 옷을 입히고 남이 볼까 얼른 눈물을 닦고 태연한 척 했지만 나의 마음은 계속 뛰고 있었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여서 떨치려 했지만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이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고, 나는 열심히 근무에 충실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일 년에 두 번 진행하는 캠프에 참가하게 되어 이용자들과 함께 가게 되었고 그들을 돌봐주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언진 선생님, 진짜 행복해 보이는데요?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더 신나하고 있어요.”라고.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진 나는 자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왔는데 나도 모르게 “아, 그렇구나.”라고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복무를 하면서 처음에는 그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으나, 어느새 그들 곁에 있는 것이 행복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나를 발견하였다.

- part 5. 내 인생의 황금기

 그렇게 무사히 캠프를 마치고 평소처럼 근무를 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장애를 갖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는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때론 눈이 되어주는, 그들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버림받고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낮은 자로서, 섬기는 자로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단 한번뿐인 인생에서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이자 소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것을 행하고자 해도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녔으며, 그것을 행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았다.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흥미도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배움을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 위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복무만료까지 세 달이 남았기에 공부를 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사회복무요원으로써 복무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황금기가 있고 그것의 지표는 돈, 명예, 때론 행복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나는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창창한 젊은 나이이지만, 감히 누가 나에게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지금, 사회복무요원으로써 살아가는 이 시간입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센터의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귀중한 이 시간은 결코 다시 오지 않을 빛나는 시간이고, 또한 나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더불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는데, 사회복무요원이 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것들을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세상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병, 아니 현역병보다 더욱 고군분투하며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세상의 편견을 하나씩 깨어가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있어 세상은 더 빛이 날 수 있기에 이 자리를 빌어서 모든 사회복무요원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며 마친다. “센터 식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A, 내 꿈을 찾게 해줘서 고맙고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해. 사랑한다.”

최언진 / 홀트장애인주간보호센터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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