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장관은 탈북자들로부터 배워라
"북한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정직히 일하면 바보예요. 일을 대충대충 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는데 남한 사람들이 '일 똑바로 하라'고 하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요."
"남한에서처럼 일하면 북한에서는 '노력영웅'이 됩니다." ···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말이다.
통일부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1일 발간한 '통일정책연구'에 발표한 『새터민의 취업과 직장생활 갈등에 관한 연구』(조정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정진경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공동논문)라는 논문에서 탈북자들이 남한의 직장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는 중에 이런 말들이 쏟아진다.
이 논문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직장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남북 간 노동강도 차이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북한에서는 편직공장이나 방직공장과 같이 기계가 노동의 속도를 전적으로 통제하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잦은 휴식과 '느릿느릿 일하기'가 일반화된 반면 남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탈북자 A(41.남)씨는 "남한은 한마디로 일이 끊고 맺는 것이 있는데 북한에는 적당히 두루뭉술하면 되겠지 하는 게 있어요"라고 했으며, B(52.여)씨는 "북한은 그렇게(남한 처럼) 일 안해요. 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여기(남한)는 양과 질에 따라 돈이 나가니까 피 터지게 일하잖아요"라고 말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구소련에서 일어난 일화다. 한 트럭운전자가 농작물을 가득 싣고 비포장 도로를 운행하는데 차가 덜커덩거릴 때마다 농작물이 자꾸만 떨어지는 것이다. 이를 본 한 외국인이 농작물이 떨어진다고 운전자에게 알려주면서 왜 주어담지 않냐고 묻자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 "그건 내 일이 아니요. 나는 목적지까지 운반할 책임만 있소."
사회주의 제도가 모순 덩어리라는 것은 이미 역사가 심판을 내린 것인데도 북한은 아직도 개혁·개방을 거부한 채 이 모순된 제도를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국가 자원을 주민생활 개선 쪽에 투입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선군정치(先軍政治)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탈북자들이 말하는 것 처럼 '게으른 노동자들'을 양산하게 되고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를 만든 것이다. 체제적 모순을 그냥 둔 채 아무리 천리마 운동을 외치고 새벽별 보기 운동을 시도해도 '노력 영웅' 몇 사람은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게으름과 가난은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이라는 이재정씨는 년초부터 '북한 빈곤의 남한 책임론'을 들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장관은 1월 2일 시무식에서 "우리가 경제 10위 국가로서 북한의 빈곤문제에 일정한 책임을 갖고 한반도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북 핵실험도 빈곤구조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 메일로 보내 교육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회청문회에서 "김일성의 남침 규정은 부적절하다" "김일성은 역사가 평가할 것" "북한의 인권유린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친북사관을 여지없이 드러낸 이 장관이 또 궤변을 부린 것이다.
대학 총장까지 지낸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왜 그럴까? 혹시 남한이 북한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심어주지 못해서 북한이 가난하게 되었다는 말을 잘못한 건 아닐까. 역으로 남한이 잘사는 것은 북한의 선군정치 덕분이라는 말을 안 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장관은 자신의 산하기관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을 잘 읽어보고 탈북자들로 부터 배워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가난하고 굶어 죽어가는 것은,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세습독재와 사회주의를 고집하면서 개혁·개방을 거절하고 핵개발과 대량살상 무기개발, 무력증강으로 막대한 국가예산을 선군정치에 투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남한이 북한의 빈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 장관은 이제부터라도 황장엽씨를 찾아가 북한식 사회주의 제도 모순을 배우고, 김성민·강철환씨를 만나서 북한의 비참한 현실이 왜 왔는가를 들어라. 1만명이나 되는 남한내 탈북자들에게서 김정일의 세습독재가 주민들을 얼마나 고통속에 살게 하는지를 귀담아 들어라. '남한 책임론' 발언 이후 통일부 홈페이지에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난 글도 빠짐없이 읽어보라. 그래서 유치한 감상적 대북관과 환상적인 통일관을 버리고 북한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춰라. 북한의 잘못에는 말한마디 않하면서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것이 만능 열쇠가 아님을 깨우쳐야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 우리 민족끼리'니 '민족공조'니 하는 구호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통일관도 이 장관 처럼 감상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고 대단히 현실적이다. 지난 8년간 북에 퍼준 돈이 8조원이 넘는데도 북한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통일부 장관이 잘못된 관(觀)을 고쳐야 올바른 통일정책이 나올 수 있다. (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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