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13일 합의문을 내놓았다.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섞인 반응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합의문 내용으로만 봐서는 앞으로의 이행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과거의 행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과 북한이 과연 핵폐기 의지가 있느냐는 진성성에 대한 의구심이 우려의 배경이다. 어렵게 이뤄낸 6자 합의에 초를 칠려는 딴지걸기가 아니다. 북한관영 통신이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내용과는 다른 엉뚱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중앙통신은 13일 오후 10시 정각 베이징발로 회담 타결 소식을 간략하게 전하면서 "회담에서 각 측은 조선(북한)의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한 경제, 에네르기(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이 밝힌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는 동결이나 봉인·폐쇄 수준으로 해석돼 합의문에 명기된 '핵시설 불능화'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불능화 조치'는 핵심부품을 뜯어내 핵시설을 다시는 가동할 수 없도록 사용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영구 폐기의 직전 단계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이날 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작년 12월 한국과 일본 기자들에게 "우리가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려고 그토록 오랫동안 개발하고 유지해왔다고 믿는가"라고 발언한 사실도 이번 합의문에 서명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말이고, 따라서 북핵폐기 이행 전망을 어둡게하는 요인이다.
합의문 자체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북한 핵시설 폐쇄와 핵무기 해체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과,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여 개의 핵무기나 북한이 아직 시인하지 않고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프로그램 뿐만아니라 기존 핵무기 등의 완전한 폐기가 완료돼야 가능한데도 이 중대한 문제가 간과된 것이다.
핵폐기 이행과정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비용 문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초기 제공 중유 5만t은 물론이고 북한이 단계적으로 초기 이행조치를 준수할 경우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비료, 쌀 등 대북 지원 규모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폐기용 추가 비용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가 북핵 폐기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환경 속에 있는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번 베이징 합의가 과거 제네바 합의와는 달리 다자간 합의인 만큼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나 북한이 아직 시인하지 않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단계별 이행 조치는 소홀히 한채 경제적 이득만 챙기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5국이 철저히 공조해 나가야 한다.
또한 북핵 해결의 첫발을 내디딘 마당에 정부가 합의문 성과를 홍보하기에 들떠 있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여당에서는 '민족적 쾌거'라는 정치성 논평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합의문으로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처럼, 합의문 도출이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의 산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수 개의 핵무기만으로도 남쪽에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켜 경각심을 늦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핵은 물론 미래의 핵이 모두 폐기될 때 까지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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