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에 엄중 대처하라
원칙지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의연하게 대처해야
지난 3월 26일, 김태영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핵이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3월 29일, 김 합참의장의 발언에 대해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선제공격 폭언’이라고 생떼를 쓰면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만일 김 의장이 발언을 취소·사과하지 않으면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의 사과요구는 너무나 어이없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다. 김 의장의 발언은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합참의장이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이 정도의 대책도 밝히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격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 합의 사항인 핵 프로그램 신고는 기약 없이 미루면서 핵 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질의응답이 오가게 된 것이다.
현재의 북측 핵 기술 수준이나 운반 수단을 볼 때 북핵은 일차적으로 남측을 겨냥하고 위협하고 있다. 북측 자신들은 같은 민족의 머리 위에 핵폭탄을 흔들어대고 있으면서 위협을 당하는 쪽의 마지막 자위(自衛) 방침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수많은 지원을 받았으면서도 남한에 대해 시비걸기를 계속하고 있다. 3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을 통해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개시되면 (남한은)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것’이라는 위협까지 했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자 추방, 핵 불능화 무산 위협, 서해 미사일 발사,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정 발언에 이은 다섯 번째 대남(對南) 시위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남측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 이런 식의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남쪽 정권교체기에 흔들기를 통해 남측의 의사와 의지를 시험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외교·군사적 전략 의도를 관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국제정세를 볼 때 매우 취약한 시기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중국은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있고, 러시아는 정권 교체기에 있는 묘한 시점이다. 여기에다 우리는 4.9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때를 노려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여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를 달성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북한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려는지가 확연해진다. 북한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행동의 수위를 높여 갈 것이다. 5~6월 꽃게잡이 철에 남쪽 어선을 위협하거나, 북측 어선을 NLL 남쪽으로 보내 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에게 포용정책으로 회귀하든지, 아니면 강압정책을 택하든지 하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그 길의 끝은 4월 초순의 한·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만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폄하나 비난이 나오거나 북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가 나오는 등 한·미 양국이 친밀한 관계임을 과시하는 발표가 나온다면 북한은 더 강경한 태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의 전근대적인 위협, 공갈수법에 겁먹을 정도로 허약하지 않으므로 조금도 흔들림없이 의연한 자세로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군은 북한의 여하한 도발에도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력하게 갖춰 나감으로써 군에 부여된 사명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한의 잇단 시비걸기에 대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 의도적인 시빗거리를 만들더라도 정부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의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의 이 조정기를 슬기롭게 잘 넘기기만 하면 오히려 남북관계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정상화되고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는 언행으로 너무 긴장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경제를 어렵게 하거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Konas)
이 종구(성우회 회장, 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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