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새시대' 성과를 기대한다
이념·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서 실리·경제 위주의 협력국면으로 전환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도쿄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무엇보다 셔틀외교 즉, 상호 실무 방문의 재개를 통해 그동안 소원했던 정상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다음으로 신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외교’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회의를 오는 6월에 개최하고, 부품·소재 산업의 교류 확대 등 경제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한 데서 그 성과를 찾을 수 있다. 한일 FTA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중요한 축으로 이를 통해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체결 교섭이 결렬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따라서 양국이 실무협의를 통해 FTA 재개에 필요한 사전 조율을 선행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으며, 비관세 장벽 완화와 농수산 분야 개방 수준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품·소재 산업의 교류 확대와 관련해 일본기업의 대한(對韓)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 내 ‘부품·소재 전용공단’ 설치를 검토하고, 이 분야의 교류증대 방안을 추진하며 중소기업 담당 정부기관 간 정책대화를 신설키로 한 것은 이번 방일의 최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이처럼 부품·소재 산업 분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한국이 대규모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간 무역 규모의 비약적인 증가는 한국의 수출 확대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반면, 대일 의존적인 산업구조와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제약해 왔다.
최근 국제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 폭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을 고려할 때, 약 300억 달러 규모(2007년)의 대일 무역적자의 시정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대일 무역적자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계류, 부품·소재의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이들 부품의 자립 기반을 확충하고 자본재의 수입대체 확대라는 산업구조 조정과 함께, 일본기업의 대한 기술이전과 투자 확대, 한국 측의 투자환경 개선 등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하겠다. 대일 무역수지 개선 문제는 이처럼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이번 합의로 부품·소재 기술 등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정상은 또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층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과거사를 잊지는 않겠지만, 과거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그 밖에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한미일 협력, 지구 온난화·황사 피해 등 대기오염 대책, 에너지·환경 분야 등의 협력 확대를 포함한 정상외교 활성화와 교류 확대 등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밝혔다. 신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는 이념·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서 벗어나 실리·경제 위주의 협력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 방일은 이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의미한다고 하겠다.(konas)
조양현(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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