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보수' 김용갑의 국회 퇴장기 '굿바이 여의도'
"대통령 자리, 기업 CEO와 달라", "朴,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울어라"
`원조보수'로 불리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17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하는 소회를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굿바이 여의도'. 2008년 1월 3일 총선 불출마 선언한 그가 국회의원 12년과 정치 활동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김용갑의원은 책에서 ‘원조 보수주의자’로 살아온 이력을 증언하고, 왜 그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자를 자처하고 나섰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담겨있다.
또한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 된 2년 후에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하늘이 무너져 내렸던 세월을 극복하고, 자신도 암수술을 하는 등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딛고서 12년의 국회생활을 마감했던 ‘인간 김용갑’의 휴먼스토리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를 외치다 국회의정 단상에서 쓰려져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뚜렷한 안보관을 가지고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를 고수해온 김용갑의 퇴장은 한국정치가 안보 1세대의 퇴진이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언제나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노동당 2중대’ ‘퍼주기’ “호박‘ 발언 등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었던 그는 현실 정치를 떠나면서 우리 정치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고언'과 대선후보 경선에서 지지했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당부,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 의원에 대한 지적들이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업 CEO와 달라서 하루아침에 뭔가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말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CEO 대통령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하는 사람보다 좋은 소리 하는 사람만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면 대통령이 자칫 잘못 판단하거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때 누가 견제하고 충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원칙에 스스로를 옥죄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원칙에 얽매였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親朴)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을 때 "살아서 돌아오라"고만 주문한 점을 들었다.
김 의원은 "원칙을 지키는 일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단지 `원칙을 위한 원칙'이라면 그런 굴레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낙선한 이재오 의원에 대해선 김 의원은 "인간적으로 좋아한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초실세이지만 과거 민중당 경력을 가진 그가 무리하게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대표나 차기 대통령까지 구상한다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총선의 결과가 보여준다"고 뼈아픈 말을 던졌다.
책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의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면 아래와 같다.(konas)
(p.278) 아닌 게 아니라 이번 18대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 파동의 부당함을 딛고 든든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든든하게 믿어주고 지원하고 있는데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나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이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원칙주의자가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이다. 왜 유럽의 선진 정치를 부러워해야만 하는가. 영국의 대처 수상과 같은 걸출한 인물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시대는 그녀에게 보다 큰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나의 말이다.
“필요 이상의 원리 원칙에 스스로를 옥죄는 대신 차라리 울어라, 박근혜!”
(p.300)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은 ‘돈 많은 게 무슨 잘못인가?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건 전형적인 CEO 출신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하면 국민의 심정을 보듬을 생각은 없이 무조건 일을 밀어붙이는 불도저형이어선 곤란하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일일이 살펴 그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라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p.302) 특히 한나라당이 거의 석권하다시피 한 서울 지역에서의 패배라는 점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이미 지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이재오 의원이 출마했을 때 ‘우리 당의 대표가 되려면 당신의 좌파적 성향을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전하기도 했었다. 그건 내 개인의 코멘트 이전에 한나라당의 대표직을 맡을 사람이라면 확실한 ‘자기 선언’이 전제돼야 한다고 믿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대신 전달한 측면이 크다.
코나스 권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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