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호국보훈 행사' 그만
매년 6월마다 반복…모든 제대군인에 의료지원 혜택 등 구체적 방안 마련해야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최후 생존자에 대한 장례식이 TV로 생중계됐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와 군의 고위층이 대거 참석했고 국민들은 1분간 추도묵념을 올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젊은이들이여, 우리는 조국을 지켜낸 이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잊지 말자"고 외쳤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매년 4월 25일 새벽 4시30분에 ANZAC(호주, 뉴질랜드 군인) 새벽추모기도회를 갖는다. 1차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가의 명을 받고 전쟁터에 나가 순직한 장병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전국의 각 도시별로 수천명의 시민들이 숨을 죽이며 추모기도회에 참석한다. 추도회가 끝나면 살아있는 참전용사들이 시민, 현역장병들과 함께 시가행진을 벌인다. 미국은 유일한 1차대전 참전용사 프랭크 비클스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국방부는 청사에 그의 초상화를 내걸었다.
우리나라에도 호국보훈을 위한 행사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행사가 호국보훈의 달에 집중되고, 그것도 대부분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이 되면 호국이니 보훈이니 하는 단어가 매스컴을 장식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장롱 속의 반팔 옷을 꺼내 입듯이… 고위 인사들은 보훈병원을 찾아가 악수를 하고 위문품도 전한다. 학생들은 현충원 묘비 앞에 꽃 한 송이를 올려 놓는다.
"이들이 있었기에 나라가 있고,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들린다. 그렇게 6월은 지나간다. 날씨가 추워지면 반팔 옷을 벗어 장롱에 다시 집어 넣듯이….
이것이 진정한 호국보훈의 의미일 수 없다. 이러한 보훈이 장차 호국으로 이어질 수도 없다. 잠시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생존해 있는 30여만명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는 월 8만원의 참전수당이 주어진다. 이들이 목숨 걸고 싸운 6·25전쟁은 해방전쟁으로 둔갑하고, 공산폭도를 진압했던 제주4·3사건은 민중항쟁으로 왜곡되고 있다. 최근 전역한 직업군인 80%는 본의 아니게 사오정이 되어 직업전선을 헤맨다.
이제 호국보훈의 달은 호국보훈의 정신을 기리는 일회성 행사 위주에서 구체적인 보훈정책을 가다듬는 계기로 발전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보훈정책 중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제도를 찾아내고, 예산염출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모든 제대군인에게 의료혜택, 공무원 임용시 우대, 대부지원 등이 주어지고, 연금은 기여금 없이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캐나다는 이러한 기본혜택 외에 제대군인에 대한 토지분양 제도를 두고 정착을 지원한다. 호주는 연금은 기본이고, 자녀수당, 약제수당, 집세수당이 주어지며, 간호사의 방문간호는 물론, 헬기수송까지 지원한다.
혹자는 그들이야말로 부자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에서 보훈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호주는 5.0%, 독일은 3.0%를 상회하고, 미국은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 7%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호국보훈에 대한 우리의 정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참전노병들은 현역 장병들의 자화상인 동시에 장차 현역을 지원할 젊은이들의 미래상이다.
보조금 8만원을 들고 파고다공원을 전전하는 참전용사를 보고 누가 유사시 전쟁터로 뛰어들려 하겠는가? 인생의 황금기에 사오정이 되어 직업전선을 헤매는 군의 간부들을 보고 누가 직업군인의 길을 걸으려 할 것인가?
너도나도 군에 안 가려고 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어떻게 부국강병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부국의 원천은 강병이요, 강병의 뿌리는 보훈에 있음을 잊지 말자. 호국영령들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konas)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 본 글은 5.31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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