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충일, 報勳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자
참전용사가 바로서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가치관도 바로 설 수 없다
6월 6일은 제53회 현충일이다. 1956년 대통령령 1145호로 제정된 현충일은 ‘국가를 위하여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그 위훈을 기림으로써 국민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추념행사일’이다.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한 것은 6월은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고, 6일은 24절기 중 벼의 이앙이 시작되는 망종일, 즉 가장 좋은 날이라는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순국선열이나 전몰장병들에게 참배나 꽃 한 송이 바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워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가 생각해 보고, 국민적 화합을 다지는 데 의의가 있다.
요즘 ‘국가는 있으나 국민은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배타적 이기주의와 배금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자신보다 이웃과 상대를 먼저 생각했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익과 나랏일을 먼저 걱정했다. 그래서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수많은 애국지사와 선열들은 오직 조국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국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매면서도 오로지 빼앗긴 조국의 광복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수많은 순국선열이 있었으며,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전쟁 때에는 소총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조국의 산하를 지켜낸 무명용사와 학도병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의 이름으로 피와 땀을 흘리고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를 다하다 유명을 달리 한 수많은 장병들도 있다.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과 위협을 받아 왔지만, 그때마다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 같이 버렸던 고귀한 희생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번영된 조국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오늘이 있기까지는 6·25전쟁 때 목숨 걸고 나라와 자유를 지킨 호국용사들과 21개국의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매년 유엔군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참전용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전 참전에 대한 자긍심을 말한다. 우리는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통해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참뜻을 되새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6·25전쟁이 멈춘 지 58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 모를 산야에서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령들이 아직도 13만 위나 된다. 2000년부터 국방부에서는 6·25전사자 유해 발굴 활동을 펼쳐 2,429구의 시신을 발굴했다. 국가를 위해 숨져간 호국영령들의 시신을 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DNA 감식을 통해 유족에게 인계된 유해는 42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는 KBS 1TV의 협조를 받아 ‘반세기 만의 귀향! 당신을 찾습니다’를 오는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특집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현장에서 유가족의 DNA를 채취하여 전사자 병적기록 시스템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유해를 찾아줄 예정이라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말 잘한 일이다. 이러한 사업은 일회성 행사로 거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온 국민적 행사로 승화시켜야 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귀중한 목숨을 국가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행동 중에 최고의 가치를 지닌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것으로 칭송되어 왔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보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통해 국민의 애국심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건강한 국가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참전용사와 국가유공자들이 제자리에 바로 서지 않고서는 국민의 가치관도 사회 정의도 바로 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나라 위한 헌신이 진정 명예로운 것이 될 때 나라의 장래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훈’은 국민 된 도리요 사명인 것이다.
이제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 발전을 이루고 민족 번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호국영령들의 위국헌신 정신을 되살리고 건전한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작금의 허물어진 가치관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백성이 나라를 위하는 정신이 있는 때는 흥하고 그 정신이 없는 때는 망한다”라는 이준 열사의 가르침이 다시금 우리에게 살아 있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현충일은 하루를 쉬는 국경일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조국을 위해 단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까지 기꺼이 바쳤던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뜻 깊은 날이 되도록 하자.(konas)
권재찬(코나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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