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50대 여성관광객 박모씨가 11일 새벽 북측 구역내 해변을 산책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비명횡사한 남북 민간교류 사상 초유의 사건에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박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벗어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하자 초병이 정지를 요구했고, 박씨가 불응한 채 달아나자 발포했다"고 설명했으나 목격자도 없고 진상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일단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한 채 진상규명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우발적 사고이든 과잉 대응조치이든 이번 사태는 상황에 따라서는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개성공단 등 다른 대북사업에도 찬물을 끼얹고, 향후 남북관계에도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우선 두 가지 점을 촉구한다. 첫째는 정확하고도 철저한 진상파악이다. 목격자도 일단 없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사물의 식별이 어려운 어두운 새벽녘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일한 당사자인 북한군 초병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우려스럽다. 해당 초병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뻔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당국의 발표를 우리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남북당국이 사건 당시 정황을 정밀하게 재추적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인뿐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희생당한 고인의 유족에게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진상조사 결과 북한 군 초병의 `과잉 대응조치'로 판명될 경우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남북대화의 전면 중단으로 남북간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의도성이 개입된 행동이라면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예측은 너무 앞서는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인 대북정책에 불만을 품고 모든 남북대화 채널을 차단한 채 연일 대남비방을 쏟아내는 와중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 개원연설 전 이미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이 피격사건이라는 남북간 비상상황이 발생한 시점에서 남북간 대화를 제의한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수군사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닌 바에야 멋 모르고 새벽녘에 북한 군의 경계지역에 진입했을 경우 초병의 정지 요구에 비무장 상태인 일반 관광객, 그것도 여성일 경우 당황할 수 밖에 없고, 다시 안전지역으로 급히 되돌아 나오거나 피신하려던 순간 총격을 당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정확한 진상은 남북당국이 정밀하게 가려봐야 나오겠지만 상식 수준을 벗어난 `과잉 대응조치'였거나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북한 당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건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 및 향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측 목격자도 없을 뿐더러 남북대화가 전면 단절된 상황에서 우리 당국자의 진상조사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금강산 관광은 19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으로 40여일간 중단된데 이어 2003년 4월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일간, 같은해 8월엔 정몽헌 회장 자살로 일주일간 중단된 이래 이번이 4번째다. 현재 금강산을 머물고 있는 관광객 1천3백여명도 12일부터 순차적으로 조속히 귀환시킬 예정이라는데 이들의 안전귀환 역시 중요하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자세로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임하느냐다.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 당국의 협조 태도와 사건이 어떻게 수습되느냐가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중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납득할만한 수습 노력없이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의 과실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행하는 현대아산 및 남측 당국 등에 전가하려 든다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교류중단은 물론이고 남북 긴장관계는 정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주요 외화벌이 창구 중 하나인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그에 앞서 적정한 수준의 유감을 먼저 표명해야 한다.<연합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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