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구소련 간의 냉전은 1989년 구소련의 항복으로 공식으로 끝났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모든 공산국가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용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전세계가 하나의 민주공동체로 나아가는 큰 길을 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반도의 냉전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이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계급독재를 주장하면서 이념투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인 탈냉전의 질서 속에서 고독한 냉전을 계속하고 있다.
냉전은 이념전쟁이다
전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기가 더 잘 살기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을 해치는 침략전쟁과 자기가 아끼는 삶의 양식, 가치, 체제를 지키려는 이념전쟁이 있다. 전체주의-전제주의 국가는 모두 침략전쟁을 자행해 왔다. 이런 나라들은 폭력으로 강제 동원한 군대를 앞세워 식민지 전쟁을 일삼아 왔다. 20세기 100년 동안만 해도 4천 5백만 명이 이런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단순히 영토와 재물, 사람을 탈취하기 위한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독선적인 이념을 앞세운 전체주의 독재정권이다. 20세기에 번창했다 소멸했던 파시즘, 나치즘, 볼셰비즘, 마오이즘 등등이 전체주의-전제주의 국가들은 '혁명'의 명분을 내세우고 자국의 인민들을 대량학살했다. 20세기 100년 동안 이런 혁명정부에 의해 희생당한 인민들이 1억 8천만 명이나 되었다. 레닌주의의 변형인 김일성주체사상을 앞세운 북한 공산정권도 무고한 백성을 200만 이상 학살했고 300만을 굶어죽게 만들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전체주의-전제주의 독재정권이다.
사람은 모두 남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기의 뜻대로 살고 싶어 한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남과 똑같은 자격을 인정받고,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언 한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런 인간의 소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맞추어 만들어낸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다. "모든 사람은 신에 의해 동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정치체제다. 온 세계의 200여 개의 국가 중에서 180개 이상의 나라들이 이 정치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그러나 원한다고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체제를 뒤엎으려는 내외의 도전자들로부터 힘으로 지켜낼 수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냉전은 바로 전체주의-전제주의자들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싸움이다. 이념전쟁이다. 군사적 균형이 이루어질 경우 비군사적 방법으로 싸우는 이념전쟁이 바로 냉전이다. 그래서 냉전에서는 군사력 못지 않게 국민들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힘은 의지에 능력을 곱한 것이라 한다(Power = Will × Capability). 아무리 물리적인 군사력이 커도 자유를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가 무너지면 힘은 없어진다. 냉전은 이념전쟁이고 이념전쟁에서는 국민의 이념 수호의지가 승패를 가르게 된다.
역사의 흐름을 바로 읽자
역사에는 흐름이 있다. 혼란과 저항 속에서 그 흐름은 때로는 더디게 흐르고 때로는 정체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바른 방향으로 길을 찾아 흐른다. 마치 깊은 산속의 작은 개울물이 험한 지형 속에서 막히기도 하고 웅덩이에 고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바다에 이르듯이 인간의 역사도 모든 사람이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자유(freedom with dignity)'를 누리는 자유의 바다로 흘러간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무서운 세력으로 온 인류사회를 위협하던 나치즘도, 레닌주의도 결국은 모두 소멸했다. 20세기 중반 한때 지구의 반을 지배하던 마르크스-레닌주의 체제도 결국 1989년에 스스로 항복하고 역사 흐름에 대한 도전을 포기했다. 오직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변형인 김일성주의를 고집하는 북한의 신정(神政) 체제만이 한반도에 남아 우리에게 고독한 냉전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북한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체제 변화는 머지않은 시간 내에 반드시 일어나리라 확신한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60년 전 나치즘, 일본 군국주의가 궤멸한 자리에 새로 등장한 볼세비즘의 확산으로 온 세상이 혼돈에 빠져있던 시대에 우리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을 세웠다.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는 기본권과 고른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참정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만들어 단국이래 처음으로 모든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민주공화국을 만들었다. 이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자랑이자 축복이었다. 비록 북한 땅에 진주했던 소련점령군의 거부로 북한까지 아우르는 통일된 민주공화국을 세우는데 실패했지만 앞으로 하나의 민주공화국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그 흐름을 수용한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냉전의 빠른 종식을 위하여
온 세계가 탈냉전의 새로운 세계 평화질서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으고 있는 때에 우리만 지난 시대의 잔재인 냉전에 묶여 있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냉전은 우리가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다. 북한체제가 민주화되어야만 끝낼 수 있는 전쟁이다. 어떻게 우리만의 냉전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범세계적인 민주 공동체 창출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을까? 북한이 '남반부 해방'의 망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는 민주개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그 길이다.
첫째로 강력한 자위의 군사력을 건설, 유지해야 한다. 어떠한 무력 공격으로도 대한민국을 붕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북한 당국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모든 국민이 갖추게 된다면 북한은 무력으로 남한을 해방한다는 꿈은 버리게 될 것이다.
둘째로 우리의 대한민국을 계속 잘 키워나가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자유와 고른 정치참여의 기회를 누리는 민주체제를 튼튼하게 다져가면서 모두가 잘 사는 나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남북한 갈등은 체제갈등이고 체제갈등은 곧 정치전이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좋은 체제'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 평화질서를 구축하려는 나라들을 도와 우리도 새 세계 창조에 참여하고 어려운 나라들을 돕고 국제연합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세계의 모든 이웃이 우리편이 된다면 북한은 더 이상 무모한 도전을 하지 못하고 우리와 평화공존에 합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60년 동안 잘 가꾸고 지켜왔다. 이제부터 60년 동안 통일 민주공화국을 이루고 '북한을 포함한 대한민국'을 온 세계가 쳐다보는 자랑스러운 나라로 키워가야 한다. 다 같이 제2의 건국운동이라 할 새로운 60년 과업에 동참하자.(konas)
이상우(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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