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유월불비(六月不飛)'
촛불시위로 인해 더욱 무덥고 지긋하게 느껴졌던 여름도 가고 하늘은 부쩍 높아졌다.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니, 문득 '삼년불비(三年不飛)'라는 말이 떠오른다.
'3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던 새'로 비유된 초(楚) 나라의 장왕(莊王)은 자신의 말처럼 한 번의 날개짓으로 하늘에 오르고 한 번의 울음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별볼일 없는 그저 그런 나라였던 초나라를 천하 패권을 다투는 강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비상과 울음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는 걸까.
장기판의 두 주인공인 초(楚)와 한(漢)은 중국역사상 가장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던 나라였다. 이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든 것은 춘추시대 초기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었던 장왕이었다.
이 장왕이 왕위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나라의 중흥을 바랬던 애국 대신들의 선택 때문이었다. 선왕(先王)의 죽음 이후 나라를 위해 고민을 하던 대신들이 수많은 왕자들 중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왕자를 골라 왕으로 세운 것이다. 그랬기에 대신들은 장왕에게 더욱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장왕은 즉위하자마자 "앞으로 간(諫)하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이다."라는 포고를 하고 국정을 돌보지 않은 채 주색에 빠져 3년을 지냈다. 그러던 장왕은 충신 오거(五擧)와 소종(蘇從)의 목숨을 건 간언(諫言)을 접한 후, 간신과 충신을 구별하는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능력 있는 자를 과감히 중용하여 부국강병의 기틀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당시 오거는 차마 왕에게 직간(直諫)할 수가 없어 수수께끼를 냈다고 한다.
"폐하, 언덕위에 큰 새가 한 마리 있는데 이 새는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三年不飛又不鳴). 혹시 이 새가 무슨 새 인줄 아십니까?" 장왕은 지체 없이 대답했다. "3년이나 날지 않았지만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고, 또 3년이나 울지 않았지만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
'삼년불비'란 바로 이 대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장왕을 선택한 초나라 대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국민 역시 지난 대선에서 경제회생과 좌파정권 청산에 대한 염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 기대가 더욱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수렁'에 빠져 출범 6개월 동안 일다운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그 기대를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스럽게도 베이징에서 전해온 13개의 금메달 획득 소식으로 국민화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상황과 경우는 좀 다르지만, 지난 6개월이 이명박 정부의 '유월불비(六月不飛)'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konas)
이강욱(자유시민연대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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