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대비하자
북한 공백상태시 중국이 가장 먼저 진입 가능성..관련국과 김정일 이후 대배책 논의해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 불안정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한반도 안보환경에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는 현재 우리는 김정일 체제 이후를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로는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당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병상통치가 길어지면 아들 중 하나와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어느 경우든 북한의 권력 체제는 과거와 같은 1인독재 수령체제가 아니라 권력 분점, 혹은 누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북한의 체제 전환을 연구한 대부분 전문가들은 체제 전환의 가능성을 여는 핵심 변수 중 하나로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결단 혹은 지도체제의 변화를 꼽아왔다. 자의든 타의든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 변동은 북한 지도체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20세기 말 사회주의 체제 전환의 기폭점이 되었던 체제 개방(opening)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대비책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동시에 기존의 대북정책을 통일정책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첫째,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작계 5029`를 포함한 우발 사태계획을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 현재 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으로는 `개념계획 5029`가 있지만 여기에는 군사적 대응 조치들이 빠져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 측이 군사적 조치들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으나, 한국 측이 주권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 군사적 대응이 빠진 원안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합의했었다.
지금도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5029의 작계로의 발전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신상에 이상이 생긴 이상 지금은 북한이나 중국의 반발을 우려할 계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해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대비하지 않으면 아마도 중국이 먼저 북한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핵무기 관리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1~2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핵 프로그램 신고서에서는 35㎏ 내외의 플루토늄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에 하나 김정일을 대체할 군부 과격세력이 핵무기를 통한 이익을 꾀하거나 핵물질 이전을 시도하기 전에 북한의 핵을 관리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속히 6자회담이 재가동되는 것은 물론 이제는 북한 핵무기를 관리하기 위해 북한판 `넌-루가(Nunn-Lugar)` 프로그램 등 협력적 위협감축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정권 교체기를 틈탄 일부 세력의 모험주의나 확산 기도가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
셋째, 주변국과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긴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미ㆍ중 양국의 사전조율과 위기대응 절차상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 상태로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한반도 주변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은 자명하다.
북한에 공백상태가 발생하면 순서상 중국이 가장 먼저 북한 지역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통제불능 상태로 흘러갈 것이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관련국들이 김정일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넷째, 이제는 대북정책에서 통일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배제하고 점진적 통일정책에 기조를 두어왔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변동 가능성이 커진 이상 이제는 대북정책에서 김정일 이후까지 내다본 통일정책으로 논의의 중점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매일경제)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http://www.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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