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외환쇼크의 교훈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패권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위기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가에 상관없이 거의 공포 수준이다. 1929년 대공황이나 1990년대 아시아를 휩쓴 IMF사태를 연상시키는 외환폭탄이 국가를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3조 달러 이상의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해 한고비를 넘기나 싶던 국내 금융시장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우려에 직면해 소비·수출·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 침체를 걱정하게 됐다. 환율과 주가에 의한 금융 불안이 계속되면 재정 악화, 조세부담 증가, 수입 감소, 소비 위축에 이어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 부진을 통해 경기 둔화를 가속화한다.
이러한 외환 쇼크의 파급 효과는 한국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에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도 경기 회복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경기 후퇴 진입을 예고한 바 있다. 앞으로 있을 환율과 실물경기의 불안정에 대비하라는 경고성 메시지 성격이 짙다.
다행히 한때 1485원까지 치솟던 환율은 국제 공조로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역사를 통해 보면 초기 대폭락이 일어나고 나면 수개월 이후 유사한 대폭락이 반복해 발생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파생 상품을 이용한 금융기관의 무리한 확장에서 비롯돼 11년 전 금융기관의 과도한 차입과 부실에서 출발한 우리의 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우리는 부실기업 정리와 금리인상으로 3년 앞당겨 IMF를 졸업했으나, 미국은 반대로 금리인하와 금융기관 국유화라는 반미국식 자본주의 처방을 내놓고 있다.미국은 1944년 미화 35달러를 금 1온스와 교환하는 국제통화 기준인 브레튼우즈 시스템을 만들고 경제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월남전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변동 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60여년 만에 다시 신자유주의의 폐해 수습을 위해 글로벌 경제를 통제하는 규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당시 설립한 IMF나 세계은행(IBRD)이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향후 세계 경제 패권은 미국에서 외환보유고가 많은 유럽·중국·일본 등이 포함된 다국체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완화와 자율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규제 강화와 G7이나 G20 같은 주요 국가의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중요시될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복잡하게 얽힌 금융구조를 개별 국가에 위임하는 것은 공멸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이미 여러 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우리를 향해서도 편견성 평가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다양한 경제지표나 정부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감안할 때 외환위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11년 전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를 경험한 지혜를 발휘해 미국발 외환 쇼크의 실물경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한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특히 이러한 시기에 군의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는 안보 불안으로 야기될 수 있는 경기 침체를 방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됨을 장병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http://kookbang.dema.mil.kr/)
조관식(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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