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가산점제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한다
‘제대 군인들이 제대로 예우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이대로 안 된다.
모름지기 치국의 근본은 국방이다. 국방이 없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는 군대를 두고, 군인을 예우해 왔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병은 전쟁영웅으로 존경받았고 전사자가 되어 돌아온 장병은 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따라서 군이 신뢰받고, 군인이 존경받는 사회일수록 부국이 되었고, 강국이 되었다. 그러므로 부국의 근본은 강병이다. 거꾸로 강병의 원천이 부국이 될 수는 없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보훈제도를 돌아보면, 선진강국일수록 보훈에 대한 지원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군필가산점제는 제대군인에 대한 예우의 출발점일 뿐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는 남자들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그런데 제39조 2항에는 이와 같은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
군복무자들은 2년여 동안의기회상실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이러한 불이익을 최소한으로 보상해 주자는 차원에서 군필가산점제도가 시행되어 온 것은 매우 온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필가산점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군칠자에게 주는 3〜5%의 가산점이 너무 많아서 평등권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금번에 한나라당 이송희 의원과 주성용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산점 비율을 복무기간에 따라 1〜2%로 하향 조정하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사람의 비율도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권위를 비롯한 관계부처에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10월 7일 군필가산점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 지원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대다수의 여성과 장애인이나 사실상 제2국민역에 편입되는 1년 6월 이상의 수형자, 고아, 혼혈인, 귀화자, 중학중퇴이하자 등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점.
•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일부 사람에게만 우대조치를 하는 것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병역의무 이행자 내에서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법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위의 의견은 한마디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다수의 권익을 희생시키며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좌파적 논리에 불과하다. 이해관계가 복잡다난한 현대사회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이 어디 있을까?
국방이 무너지고, 국가가 없어졌을 때 우리 민족이 당했던 인권유린의 참상을 돌이켜 볼 때, 소수의 권익이 제한받더라도 다수의 권익이 보장될 수만 있다면, 백번 천번 이 길을 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지혜로운 절대다수 국민들은 군필가산점제를 지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해관계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여성들도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현명하신 국회의원들의 성원을 촉구하면서 군필가산점제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첫째, 군 복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모병제지만 공무원 채용시 상이군인에게 10%를, 제대군인에게는 5%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제도가 군필자의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서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우리와 같이 징병제를 취하고 있는 대만은 군 복무자에게 공직임용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실질적 평등이다. 남성과 여성은 육체적인 조건이 다르다. 그래서 병역법은 군복무 의무를 남성에게만 부과한다. 남성 차별이 아님은 물론이다. 같은 이치로 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군 복무 2년은 남자들에게 상대적 불평등을 강요한다. 군복무 2년은 젊은이에게 진로 학업 취업 등 여러 분야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주고 있다. 20대 초반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국가에 바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군 복무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군대에 갔다와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의 평등권을 그토록 중요시한다면 남녀 불문 전 국민 의무복무제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런지…….
셋째, 군필가산점제는 병역비리 근절에 기여한다. 얼마 전에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비리가 적발됐다. 병역 비리는 왜 끊이지 않는 것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군에 가면 안가는 것보다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군에 가도 손해를 안보도록 해 주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손해를 최소화해 주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군필가산점제는 기꺼이 군에 가는 풍토 조성에 일조할 것이다. ‘제대 군인들이 제대로 예우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로 병역 비리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유일한 분단국이다. 휴전선 남북에 2백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다. 주변의 미국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안보 상황에 언제라도 휘둘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만년의 역사에서 930여 회의 크고 작은 외침을 당하는 수난의 역사를 이어 왔다. 우리가 안보 무풍지대인 유럽이나 대양주에 살고 있는 양 착각해서는 안된다.
로마는 국민들이 군에 가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길 때 대제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군을 기피하고 용병들에게 국방을 맡기면서 쇠락과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 이것은 한 국가에 있어서 ‘그 어떤 가치도 안보에 우선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며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준엄한 경고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병역 문제를 집단이익이나 양성간의 갈등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된다. 오직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국민의 안위만을 걱정하면서 안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재 국방위에 제출되어 있는 군필가산점제 개정안은 헌재가 지적한 위헌소지를 해소하였고, 그래서 군필자와 군미필자 모두가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안임이 분명하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되어 군필자의 상대적 불평등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konas)
박세직(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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