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과 ‘북한인권’ 再조명
美 민주당 집권으로 ‘북한인권’ 한층 강조될 전망
미국 제44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향후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ㆍ인권 및 북한장래에 관한 美 新행정부의 입장과 노선이 주목된다.
국내 일부세력은 오바마 노선을 “좌파성향”으로 인식하고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파격적인 美ㆍ北 직접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ㆍ기대하기도 하나, 이는 오산(誤算)일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외교정책에 있어 인권 문제를 특히 강조해왔으며, 대외적으로 개입ㆍ확대정책을 취한 선례가 많았다. 6ㆍ25 참전의 신속한 결정, 베트남전쟁에서의 북폭(北爆)과 확전(擴戰) 결정, 코소보 전쟁, 소말리아 개입 등이 모두 민주당 집권 시기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정권교체로 새로운 국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를 재조명해 본다.
I. 북한인권의 ‘참상(慘狀)’과 특성
북한은 세계 인권단체들의 각종 조사에서, “가장 억압적 체제/ 인권이 가장 유린당하는 사회”로 분류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최악의 독재자”로 불린다. 세계민주화ㆍ인권 감시 민간단체인 미국의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북한을 ‘민주주의와 인권실현’ 두 영역 모두에서 “최악 중의 최악”으로 분류해 오고 있다. 2008년 현재, 36년째 최하위인 7등급으로 분류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2008 연례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표현·결사·이동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고,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확산, 고문과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
인권 유린의 대표적인 곳은 정치사상범을 다루는 ‘정치범수용소’로서, 북한 동북부 지역에 주로 설치돼 있으며, 대략 15~20만 명이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완전통제구역’은 종신수용소로서 일단 수용되면 다시 일반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또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자의적 고문, 한국인ㆍ외국인 납치, 북송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등이 대표적인 인권 유린 실태들이다. 이 외, 탈북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특히 여성들 대상의 인신매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08년 10월 31일, “북한에서 벌어지는 매우 명백하고, 실재적이며, 급증하고 있는 인권침해의 구조적 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i)1990년대 이후 적게는 200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였고, (ii)지난 50년 동안 정치범수용소에서 굶주림과 폭력으로 죽어간 사람이 대략 150만 명에 달하며, (iii)현재도 20만 명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다.
세계 근현대사에서 ‘전쟁 및 내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곳에서도,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인권’ 상황을 개선할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 문제가 북한체제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가혹한 인권유린이 있는 곳이라면 그에 맞서는 저항이 있을 법한데, 북한에선 주민 차원의 어떠한 反체제 저항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체제의 철저하고 가혹한 ‘폭력적 억압’(정치범 수용소나 공개처형 같은)과 시민의식(市民意識)의 배양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체제의 모순’과 결부된 근본적인 문제다.
따라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 없이, 북한인권 개선 전망은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안의 시급성(時急性)이 여기에 있다.
II.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입장
북한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를 ‘주권침해’ 내지는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국가주권’ 원칙과 ‘자결권’을 명분으로, 외부의 ‘인권개선’ 요구를 거부하고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UN결의와 미국ㆍEU 등의 ‘인권’ 강조에 대해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정치적 모략의 산물”이며 “허위날조로 일관된 내정간섭적”인 것으로 단호히 규탄ㆍ배격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북한당국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주제별 특별보고관들의 북한 방문이나 조사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인권 개선 요구가 북한체제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을 “대북 적대시 정책,” “내정간섭,” “체제전복 기도”라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북한은 미국이 “핵문제와 함께 인권문제를 우리에 대한 고립·압살정책의 2대 기둥으로 삼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인권은 곧 국권”으로서, “국가의 자주권에 의하여 담보되지 않는 인권은 한낮 허구”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우리 인민이 어떤 정치체제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으로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은 커다란 한계에 봉착해왔으며, 한 때 “북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불가피論”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북한상황을 주시하면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발생한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臥病)과 병상통치 및 유고(有故) 가능성이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어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III.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넘어야 할 ‘극복(克服)’ 요인
1.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인권정책’ 유산(遺産)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하에서, 한국정부는 북한의 “내정간섭” 논리를 그대로 수용, 북한인권 개선 논의가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체제를 불안하게 하여, 한반도 평화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남북관계 특수성”이라는 구실을 들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피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UN인권위원회와 UN총회 등에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되었을 때, 소극적이거나 침묵으로 일관하였는 바, UN인권위원회에서 EU와 일본이 주축이 되어 상정한 북한인권결의안에 2003년 불참, 2004년과 2005년 기권, 2006년 북한핵실험으로 찬성, 2007년에 다시 기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부 내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일부와 함께 북한인권을 다룰 수 있는 주요 국가기관임에도, 지난 정부 시절, 북한이 우리의 실효적 지배 영역 밖이라는 이유로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해왔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의 오도된 대북 인권정책으로 아직도 국가기관과 사회각계각층에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관례의 유산이 남아있다는 점이 향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극복해야 할 우리 내부의 주요 과제로 지적될 수 있다.
2.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간의 상충(相衝) 문제
북한인권 개선 요구가 북한당국을 불쾌하게 하여,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그동안 우리사회 일각에서 일어나 왔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인권 개선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거나, 탈북민 돕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북 정책ㆍ전략에 있어 (i)원칙ㆍ목표와 (ii)전략ㆍ전술을 혼동하는 일이다.
대북 인권정책은 (i)북한 핵정책 및 (ii)북한 체제위기 대책과 함께 3대 대북정책에 속한다. 그러므로 대북 인권정책은 대북정책의 중요한 원칙에 관한 문제다. 마치 남북관계를 이유로 북한 핵개발을 방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남북대화 및 남북관계 개선 문제는 대북정책의 전략ㆍ전술에 관한 문제다. 곧 북한인권 문제가 남북관계보다 상위(上位)의 가치요 국정(國政)목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함을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정부와 국민이 북한동포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러므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북한의 非합리적인 대남자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원칙 있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동시에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만 북한의 각종 ‘벼랑끝 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대처해 나갈 수 있다.
IV. 오바마 당선 후, 北인권 개선 위해 국제공조 필요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1990년대 북한의 식량난, 점증하는 대규모 탈북민 사태,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참상이 알려지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문제는 단순히 북한 내부문제의 영역을 넘어 세계문제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의 인권 유린 실태는 국제사회의 큰 관심과 우려사항이 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을 비롯한 EU 등 서방국가들이 잇달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왔으며, 특히 UN은 지난 2004년 4월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전담할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직(職)의 신설을 명시한 UN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고, 미국은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바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대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단호하고 명확하다.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는 한계에 도달하면,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도 불사한다. 그 대의명분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정부의 목적 자체가 自國民의 인권을 보호하고 확보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주권국가’라 할지라도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주의적 개입”은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보유한 불가양도(不可讓渡)의 천부적 권리이므로, 특정 국가의 지배자들이 인권을 침해한다면, 주권이나 “내정간섭”의 논리로 보호받을 수 없고, “인도주의적 개입”을 자초하게 된다. 심지어,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국제사회의 개입에 있어 무력사용도 정당화되어 왔다. 소말리아, 코소보 사태가 그 적절한 예이다.
오늘날 북한의 인권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및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탈북민의 고통은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이 되어왔고, 특히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과 인권보호 및 중국에서 출생하는 탈북 2세대들을 위한 지위 규정 등을 국제사회가 중국에 꾸준히 요청해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2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 본인의 의사에 反하는 강제북송을 하지 않도록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2008년 11월 4일 美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새로운 국제사회 환경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선 후 韓美양국 간 북한인권 정책 공조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자유와 인권’은 美 외교정책의 기조로서, 민주당 집권 이후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기末, 핵정책에서 對北 온건노선으로 돌아선 부시행정부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주민과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필요한 과제다. 아드리안 존스(Adrian Jones) 英대사관 정치참사관의 말처럼, “국제사회는 北인권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야”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민주화와 재건, 그리고 통일의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조를 더 많이 획득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확히 알게 되었을 때,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 참혹한 통치를 당하고 있음에도 왜 정권을 상대로 투쟁하고 봉기하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고, 따라서 북한민주화운동에서 외부의 지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오바마 美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북한인권 정책의 원칙․목표와 전략․전술을 배합, 북한인권 개선을 향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위 글은 2008년 11월 10일 한나라당 주최 「북한 인권개선 토론회」에서의 발제문을 요약ㆍ업데이트 한 것임.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