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들의 위상과 역할
대한민국교원조합 창립기념, 토론문 발췌
새로운 교원단체가 탄생하여 축하하는 이 자리에 학부모로서 참석하는 마음은 그저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오늘 이 자리에 철저하게 학부모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학부모이거나 예전에 학부모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늘 학부모는 늘 교사에게 바라는 일정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직접 나서서 학부모 단체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로운 교원단체가 출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합리적인 교원문화운동을 전개한다고 하니 학부모로서도 우려보다는 기대를 가지며 어떤 모습의 교원단체일까 하며 일찍이 우리가 경험했던 모든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처우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던 이익단체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 듭니다. 특히 전교조의 경우는 그 조합이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지면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킬 만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에 새로운 교원조합이 또 결성된다는 것이 혹여 가뜩이나 혼란한 교육정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우도 갖게 합니다. 반면, 대한교조의 7대 교육실천과제를 보며 한편으로는 이제까지의 교원단체와는 다른 모습의 교원단체가 탄생되어서 우리 학교교육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오늘 이 자리에서 한 자락 보태볼까 합니다.
교육주체간의 첨예한 대립
어느 나라나 교육문제는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만큼 교육주체 간에 첨예한 대립각을 가진 나라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 대립은 물론, 한 학교 안에서 근무하는 교원끼리도 소속 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반목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한동안은 교총소속 교사와 전교조 소속교사는 밥도 같이 안 먹는다는 말도 있었으니 그 반목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교사들 간의 반목은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의견이 대립하면서 편이 나뉘기도 했고 수업결손도 불사하며 학교 자체가 투쟁의 현장이 되어 버렸으니 아이들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역시 이러한 반목과 대립의 한가운데에서 결성된 단체입니다. 그저 내 자식 좀 잘 길러보자고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학부모들이 어느 순간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이 학사모의 출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참교육을 선언하며 10여년의 어려운 투쟁기를 거쳐 합법화된 전교조는 학부모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사회가 진정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학교 안에서도 새로운 교육바람이 불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순박한 기대도 했습니다. 촌지도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학교 내 각종 부조리한 부분을 내살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며 개혁해나가는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사로서의 모습보다는 노동자로서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노총과 연대파업을 하면서 교육문제가 아닌 발전노조 파업현장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집단 연가파업을 연일 강행하면서 시험을 앞둔 수험생까지 수업을 못하고 허무하게 돌아오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때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모 중학교의 10여명의 학부모들이 대신 나가겠다고 교사들을 설득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볼모로 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학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랐기에 학사모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모여 논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력도 불사한 단체협약, 학사모의 무효소송
그러던 차에 단 한차례의 학부모의 의견수렴도 없이 전교조 교사들이 단체협약을 하자며 교육감실 점거농성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수일동안 벌여 2002년 5월,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한교조가 '2001 서울특별시교육청·교원노조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소위 교사들의 잡무라고 일컫는 많은 업무들이 학교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학사모 역시 부당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무효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교사들이 무력을 동원해가면서 쟁취한 협약조항 중에는 수 십년간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지속되어온 많은 항목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학부모나 학생에게는 의견수렴은 물론 이렇다 할 설명도 한번 없이 교육청과 교원노조가 노사합의 하듯이 체결한 협약안들에 대해서 교육주체인 학부모로서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법원에서는 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은 노사합의 과정이라며 '학부모는 제3자'로 개입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전교조의 무력을 불사한 단체협약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들은 일선 현장의 모든 교사들입니다. 기존의 열악했던 교사들의 근무환경이나 처우 문제들이 속속 개선되어서 수업지도안 작성 등의 업무들이 없어지고 처우는 대기업 이상의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런 반면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없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등하교 지도가 없어지면서 안전문제가 제기도기도 하고 교사들의 근태관리가 안되면서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학교에 한해서만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최근에 실시된 전국학업성취도진단평가에서는 조직적으로 시험거부를 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의 단체협약이 얼마나 많은 독소조항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무효소송을 냈던 당사자여서 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기존 단체협약 내용 중 일부를 교원노조에게 해지통보를 하는 등 수정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부적격교사 명단발표·명예훼손 무혐의 판결
또 다른 예로 학교현장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교사들이 별다른 제재나 반성의 과정 없이 교단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방지하고자 부적격교사 명단을 발표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전교조 교사들이 명예훼손으로 10억여원에 이르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또 다시 4년이 넘는 지루한 법정공방을 치우어야 했습니다. 교단에 있지 말아야하는 부적격교사들을 퇴출시켜야한다는 명분 있는 싸움이기는 했지만 올해 상반기,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교복값 현실화운동과 대학등록금인상저지 운동을 비롯해서 학부모가 스스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사안들을 열심히 찾아 나서보았지만 현장에서는 교원단체들과 연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허리 휘는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그만큼 몰라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는 교육주체간의 신뢰문제
교사들이고 학부모고 간에 교육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그 동안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선결과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 외형적으로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교육현장에서 변해야할 많은 부분들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봉사하고 계시지만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접했던 황당한 사건들, 그와 연관돼 있는 갖가지 사례의 부적격 교사들…, 정말 이런 교사들한테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학교의 명예와 아이를 위해서 덮어주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하는 일에는 교원단체들이 앞장서서 학부모를 매도하는 경우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특히, 학교현장에서 뭔가를 조사해야할 때는 학부모 단체의 입장에서는 교사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교사들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 정부지원 하에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지원금 하나 없이 자비를 들여 활동하고 있으니 그만큼 활동범위가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학사모가 주축이 돼 교복 값 현실화운동을 벌이면서 브랜드교복에 짝퉁이나 재고상품이 신상품으로 팔리고 있기에 이를 조사하기 위해 학교마다 협조를 구했을 때도,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속상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도 조사에 제대로 협조해준 교사나 학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교사도 사교육을 권장하는 현실
학생에게만은 행복은 성적순(?)일 수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학교 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되는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문제는 학교 교육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교사들이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더 먼저 포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교사는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어떤 과목은 학원을 보내고 어떤 과목은 과외로 보충시키라고 권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좀 비싸지만 잘 하는 과외선생을 소개시켜주겠다는 교사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공교육현장에 있는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요즘 우리 공교육현장의 교사의 문제는 예전처럼 촌지나 과도한 채벌 등 눈에 보이는 불법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모진 발언일지 모르지만 학부모로서 볼 때, 직장인으로서의 교사만 있지 진정한 선생으로서의 교사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갈 길이 먼 공교육 정상화, 먼저 기득권부터 포기해야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이 모자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각종 세금에서 교육세가 부과되어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해서 대기업수준에 달하는 연봉과 근무환경을 이루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처우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반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학원생활이 제2의 학교생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아이에게 엄마가 하는 협박중의 하나가 '너 계속 그렇게 하면 학원 끊는다'랍니다. 아이도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친구도 사귈 수가 없고 불안해서 공부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부모입장에서는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니까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단순하게 부모의 경제력만이 관건이 아니라 엄마의 정보력과 아버지의 이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받쳐줘야 아이 하나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이 일부 뛰어난 영재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서민가정부터 각 계층별로 똑같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이제 세계는 많은 변화의 시기에 도래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메우려고 많은 아이들이 조기유학의 길을 떠나고, 학부모는 기러기가 되어 외로운 생활을 보내기도 합니다. 국내의 사교육비나 외국 유학비나 그리 차이가 나지 않으니 보내는게 낫다고도 합니다. 유학을 가지 않고 대학을 진학하는데도 어렵지만 대학졸업을 하고서도 사회에 취직하거나 적응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공교육 현장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기존의 공교육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변화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대한교조에 바란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교육의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봅니다. 아직 미흡한 면도 있겠지만 그동안 전교조의 투쟁으로 얻어진 많은 성과들이 현장교사들의 처우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교사 개개인의 자질향상이 필요하고 그 자질을 현장에서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좀더 구체적인 논의의 과정을 수반해서라도 이제는 교원평가 제도를 받아들여 좀 더 경쟁력 있는 교사의 수준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둘째, 성과급 100% 차등지급을 실현해야 합니다. 성과급이 성과급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또 다른 수당의 형태로 일괄 지급되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교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서라도 이루어내야 합니다.
셋째, 다른 어느 기관에도 없는 교사들만의 특혜인 점심시간 유급조건을 반납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교원단체가 먼저 나서서 했으면 좋았을 내용이겠지만 지난 수 십년 간 관행으로 되어 있던 점심시간 유급조건을 폐지해야 합니다.
넷째, 교원단체가 교육주체로 거듭나 학부모단체를 인정하고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자청해야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신뢰 쌓기를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다섯째, 교사들도 우리의 교육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학원비 외에도 수도 없이 들어가는 각종 교육비에 대해서 교사들도 함께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최근에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면서도 많은 진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단협 협상안에 표집학교에 한해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지만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이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여섯째, 학부모에게 학교만큼 믿을 만한 곳도 없고 우리 아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곳도 학교입니다. 그러나 학교의 왕따,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고 힘이 대화보다 앞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과 같은 경제 제일주의 시대에 인성은 더욱 중요하고 책임있게 참여하는 인성교육의 바탕 함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교원사호에도 다양한 형태의 단체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우리의 교육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처럼 정치적 의도로 교육정책을 이용하거나 편향성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뉴라이트 역시 정치색을 표방한 바 있어 우려하는 바가 있지만 이제 대한교조로 새 출발하면서 실천과제로 밝힌 명실 공히 교육단체로서의 진면모로 합리적인 교원노조문화를 선도하실 것을 주목하겠습니다.(konas)
최미숙(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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