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②美오바마 정부의 對北核정책
6자협상 결렬 이후, 정책 大전환 예고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6자회담이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시료채취’ 명문화를 북한이 거부한 것이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동안 북한이 핵개발 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이제 북핵 문제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는 의심할 바 없이 재확인되었다. 그동안 북한은 기만과 거짓으로 협상을 끌어오면서, 집요하게 핵개발을 추진하고 ‘시간벌기’에 집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내년 1월 출범할 오바마 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기대하며 또 기만 전술을 구사할 계획인지 모르나, 이번 북한의 노골적인 협상 거부 자세는 韓美 양국 그리고 韓․美․日 3국에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나친 공명심(功名心)으로 북한에게 근본적인 양보조차 불사(不辭)하며 북핵 협상을 성사시키려 시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그야말로 “이상한 시작.허무한 끝”이라는 조롱섞인 비판을 받으며, “김정힐(Hill)”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안은 채 허무하게 퇴장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행정부로부터 ‘북핵 협상 실패’라는 유산을 이어받아 큰 부담을 안고 출범하게 된다. 그동안 《6자협상+美北양자협상》병행 추진을 구상해 온 오바마 新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북정책 노선을 취할지 주목된다.
1. ‘核 不容’ 원칙 확고
美 오바마 新정부 하에서 유임된 로버트 게이츠(Robert M. Gates) 국방장관은 12월 13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지역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적국들에 대해) “미국의 정권교체 초기에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려 들지 말 것”을 경고했다.(뉴시스, 2008.12.13) 게이츠 장관은 또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중동과 걸프 지역에 깊숙히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의 이번 발언은 혹 미국의 적국들이 오바마 차기 정부가 뿌리를 내리기 전인 임기 초기에 위기를 조성, 미국에 도발적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미국이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고 있어 경제회복이 정책 우선순위에 올라 있으나, 그럼에도 국가안보에 관한 오바마의 관심과 의지는 결코 약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12월 1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도전과제는 경제위기만큼이나 중대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북한과 이란으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천명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면 외교과제로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항구적 평화 추구문제, 국제기구 강화문제 등을 거론했다. 그리고, “힐러리야말로 의심의 여지없이 이 같은 야심찬 외교 어젠다를 나와 함께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11월 18일 발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 (차기 국정운영 어젠다 정리한 내용) 역시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정 거론, “거침없고 직접적인(tough & direct) 외교 전개”를 강조한 바 있다.
美의회 역시 오바마에 ‘對北 강경노선’을 주문했다. 미 의회가 구성한 초당적 위원회인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테러방지 위원회」는 “위기에 빠진 세계(World at Risk)”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에 대북 ‘강경노선(tough line)’을 주문했다(워싱턴포스트紙, 12.2). 곧 “미국은 북한과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계속 쌓는 걸 막아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강경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당선자의 후보 시절 “북한을 비롯한 이른바 ‘불량국가’ 정상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발언은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되며, 실제 정책수행에 있어서는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당시에도 “핵불용” 원칙과 “북한이 핵 不포기시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바 있었다.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클린턴 힐러리 역시 북핵 문제에 강력한 개입정책을 선호하고 있으며, 오바마와의 정책 이견(異見)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북한을 비롯한 이른바 ‘불량국가’ 정상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고 천진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2. “北의 核보유” 인정 여부
미국 국방부가 12월 10일 산하 합동군사령부에서 발간한 「2008 합동작전환경」 평가보고서에서 북한을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아시아의 “핵 보유국(nuclear powers)”으로 지목하고, 이보다 앞선 11월 발간된 국가정보위원회(NIC)의 「글로벌 트렌드 2025」란 보고서도 북한을 “핵무기 국가(a nuclear weapon state)”로 기술함에 따라,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상기 보고서들의 기술은 북한의 핵보유 실태를 사실대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상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명기했다 하더라도 미국의 對북핵 정책에 있어서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곧 상기 기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논란이 일자 美 합동군사령부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보고서가 미국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3. 對北 ‘외교+힘’ 병행 전략
上記 미 의회 보고서는 북한 핵개발이 국제사회의 시급한 위협인 만큼, “오바마가 북핵저지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NPT체제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고,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성공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플루토늄 핵무기뿐만 아니라 (북한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도 폐기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기 의회보고서는 ‘직접적인 외교’를 통해, (i)북한ㆍ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때는 혜택을 부여하고, (ii)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결국 힘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직접 군사적 행동으로 위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채찍을 동반한 당근 전략”을 권고하였다.
한편, 미국진보센터(CAP)는 최근 정책제안서를 통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내에 중량감 있는 인사(人士)를 대북 특사로 보내야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全미외교정책협의회(NCAFP)도 대통령 취임 수개월 내 초당적인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자는 건의를 낸 적이 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과감한 ‘현실주의적’ 정책 전환을 통해 북한과 ‘빅딜’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情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미국이 한반도에서 기존의 ‘韓美동맹’ 우선 대북정책 기조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6자협상이 결렬되면서 북한의 진의(眞意)가 드러난 지금, 오바마 정부가 강력한 對北압박 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앨빈 토플러는 오바마 정부가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부드러운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과거와 비슷한 양상들이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면 북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4. 미ㆍ북 核협상 전망
6자회담이 아무 성과없이 결렬된 지금, 미ㆍ북 간 핵협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북한이 5주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부시행정부를 제치고,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를 향해 특단의 ‘유연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핵협상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북핵 문제가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이번 6자회담 결렬을 통해 북한의 ‘핵 不포기’ 야망과 의도를 간파하게 됐다. 또한 美 조야에서는 대북 강경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新정부가 부시행정부의 유약한 대북 유화(宥和)정책을 반복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도, 북한에 ‘核포기’(곧, 核불능화 이행을 위한 검증 수용)를 거듭 촉구하고, 이를 이행시키기 위해 韓․美 양국 및 韓․美․日 3국 간 긴밀한 정책협의를 거쳐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책대안 중에는 부시행정부 하에서 이미 취해진 중유(重油) 제공 중단 외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특히 韓․美․日 3국 간 효과적인 대북 압박 공조를 강구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설사 북한이 오바마 정부에 유연한 태도를 취해 북핵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지금까지의 북핵 역사 곧 북한의 변하지 않는 ‘核 보유’ 야망을 고려할 때, 북한은 또 다시 <약속 위반 → 核불능화 취소 협박 → 추가 보상 요구> 등의 벼랑끝 전술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오바마 정부가 부시행정부처럼 끌려 다니며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미국의 전반적인 외교정책 시스템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분석일 수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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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오후 1:2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