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한과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국은 전략동맹을 위해 한국의 기여를 기다린다?
두말할 필요 없이 오늘 한국 안보 핵심과제의 하나는 흔들리고 피폐해진 한·미동맹을 되살려내는 일이다. 그러나 10여년 맺힌 갈등의 매듭은 너무 단단한 데다가 새로이 쌓여온 의구심도 만만치 않아서 이제는 한·미관계가 전통적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어떤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래저래 오바마 정부와 전통을 뛰어넘는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새 관계를 확립하는 것은 시급하고도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이런 때에 힐러리 클린턴 신임 미 국무장관이 방한하고 있다. 우리가 희망하는 '전략동맹'의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한·미관계의 윤곽을 그릴 중요한 기회다.
무릇 동맹관계란 '공통의 이익과 이해를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함부로 촛불부터 켜들기보다는 미국이 탐낼 동맹적 가치를 서둘러 창출해야 함은 물론 호혜적 혜택 못지않게 때로는 위험과 책임, 부담의 공유가 더 소중할 수가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전략동맹을 위해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할지, 특히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무엇을 도와줄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한다. 전략동맹을 통해 풀고 얻어내야 할 것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의중에 맞는 답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아프가니스탄 재(再)파병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낮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느 누구도 선뜻 드러내 말하기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평화재건부대를 만들어 파병하자니 미국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정도로 우리가 필요한 '21세기 전략동맹'의 새 틀을 짤 수가 있을지, 또 비전투부대라고 해서 탈레반이 호의적으로 받아줄지도 의문이고(만약 그들이 한국의 '재개입'에 강력히 저항하려 들면 자칫 기대하는 효과는 얻지 못한 채 피해만 키울 수가 있다.), 그렇다고 전투부대를 파견한다면 미국은 환영하겠지만 군사적 부담은 만만치 않은 반면 그로부터 얻어낼 전략적 가치는 별로 없어 보이니 그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의 고뇌가 적지 않을 듯싶다. 불현듯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이라크 파병이 새삼 아쉽다. 아르빌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우리 군의 국제임무 수행능력이 얼마나 탁월한데, 그때 제법 의미 있는 규모의 부대로 전략적 요지인 키르쿠크에 웅거해 있으면서 이라크를 친구로 만들고 그 우정을 아랍세계 전체로 확산시켜 나갔더라면 오늘 한·미동맹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임은 물론 대한민국은 지금 안보와 경제·에너지 등 모든 차원에서 한결 더 여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아프가니스탄 대신 이라크로 가는 것은 어떨까? 오바마 대통령은 조속한 철군을 공언하고 있고 여건도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 모두가 손을 떼도 좋을 상황은 아니라면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오. 특히 이라크는 한국군을 진정한 친구로 환영할 것"이라는 것이 어느 현지 당국자의 장담이다. 물론 이 역시 문제도 많고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어쩌면 쉽지 않은 난제를 한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기회로 풀어낼 수도 있는 그런 구상(構想)인 셈이다.
어떤 곳 어떤 형태이건 과거 월남 파병처럼 혈맹의 우의를 되살리고 국익에도 보탬이 되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조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다. 너무 우물거리고 소극적이면 자칫 회복할 수 없는 전략적 손실이 될지도 모른다. 어차피 기대가 클수록 주는 것도 넉넉해야 하고, 창조적 미래를 경영하자면 때로는 다소 모험적 투자도 필요한 법이다. 실로 긴 전략적 안목과 지혜로운 용기가 필요한 때다. 지금 북한의 철없는 망동이 하루가 바쁘다고 재촉하고 있지 않은가?(http://www.chosun.com/)
김희상(육군 예.중장, 정치학 박사·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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