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평가에 대한 한국의 전교조와 미국 교사노조 비교
평가 저지하는 전교조 vs 협조하는 미국교사노조
이 글은 자기가 가르친 학생의 학습평가를 저지하는 전교조의 정체성이 궁금하여 그 뿌리를 추적한 기록이다. 160년 전 공산당선언 논리구조를 닮은 전교조 창립선언문은 통일을 앞당길 동량을 키우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 참교육운동의 근간임을 들어낸다. 학생의 성장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는 전교조는 학습평가를 저지하지만, 학생 시험성적을 토대로 실패학교를 폐쇄하고 무능교장을 퇴출시키는 교육개혁에 협조하는 미국교사노조도 있다.
평준교육이 미국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경고에서 출발한 미국의 교육개혁은 치열한 수월성 경쟁을 거쳐 지금은 불이익집단의 낙오학생을 방지하는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된 다음 학교 사이에 가르치는 경쟁이 일고 낙후학교 교장 책임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교육개혁이 의도하는 방향과 같은 것이다.
전교조가 벌인 학습평가 저지투쟁은 교습-학습-시험으로 연결되는 일상적 학교교육을 부인하는 반문화적 행태에 속한다. '가혹한 경쟁’이니 '서열화’니 하면서 전교조가 주장하는 반대이유를 넘어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려고 시도했으나 창립선언문 이상의 마땅한 게시물을 찾지 못했다.
전교조 창립선언문은 그 구성자체에서 성격이 들어난다. 전교조 이전의 교육을 없어져야 할 악마로 몰아친 다음, 전교조의 민주화 대장정이 그 대안이므로 전국의 교사를 향해 싸워 나갈 것을 호소하는 형태가 160년 전 공산당선언을 닮은 것이다. 모순에 가득 찬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그 대안인 사회주의 건설을 위하여 세계노동자에 투쟁할 것을 호소한 마르크스ㆍ레닌 논법과 같다.
전교조 교사가 담당하는 역할을 통일을 앞당길 동량을 키우고 주체적 인간으로 기르는 민족사적 성업이라고 규정하면, 가르치고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전통적 학교교육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것이 학습평가를 저지하는 진실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2차 대전 후 평준교육의 늪에 빠져 도전의욕을 상실하고 낙오학생이 늘어나는 현상을 우려한 '국가위기론'이 교육개혁 불씨가 되었다. 우주경쟁에서 소련에 뒤진 환경을 배경으로 나온 이 보고서는 정치계에 영향을 미쳐 미국학생을 세계최고의 자리에 올려야 한다는 엘리트 교육 바람을 일으켰다.
스스로 교육대통령임을 자처한 공화당의 H. W. 부시는 50개 주 지사와 교육정상회의를 개최하고 10개년 장기교육목표를 수립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수월성 경쟁은 소수민족과 빈민층에 낙오학생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새로운 개혁대상이 되었다. 2001년 대통령에 당선된 W. 부시가 양당의 지지를 배경으로 제정한 아동낙오방지법은 미국 교육개혁의 현주소를 말한다.
미국의 최대 교육도시 뉴욕은 아동낙오방지법을 배경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여 학생의 성적향상도에 따라 실패학교를 폐쇄하고 무능교장을 퇴출시키는 한편 우수교사를 포상하는 획기적 개혁을 실험하고 있다. 학생의 성적향상도가 학교존속과 교장인사에 반영되고 교사 포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의 교장교감노조와 교사노조는 학생에 유리하고 교사에 공정한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변증법적으로 뒤집거나 궤변으로 바꿔치기할 수 있는 역사가 아니다. 그러나 전교조 창립선언문은 가르치고 공부하는 교육에는 언급이 없고, 전교조의 교육민주화 대장정이 전교조 이전의 낡은 교육을 대신해야 한다는 변증법적 당위론만 내세운다.
만약 전교조 교사가 가르치는 본분을 떠나 투사를 양성하는 교관과 같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다면 학교에 뿌리를 둔 교사집단이 아니다. 만약 전교조가 조합원의 복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민주화를 위해 싸워 나가자고 결의한다면 교사노조가 아니다. 이것은 전교조의 정체성에 의문을 남기는 것이다.
미국 교사노조는 가르치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단결한 조직이므로 일과 임금과 신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학교의 교육활동을 존중한다. 뉴욕시가 교육격차를 좁히기 위하여 채택한 교육개혁이 교사노조의 금기를 깼지만 저항하지 않는 것도 학교의 고유한 교육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열심히 가르치는 동료교사를 지식판매원이나 입시기술자로 돌리고 학습평가를 저지하지만, 가르치는 것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교사노조는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모래주머니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평가에 대비한다.
전교조가 저지하는 속에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발표되자 학교 사이에 가르치는 경쟁이 일고 낙후학교 교장과 교사 책임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는 여기에서 소개한 미국교육개혁이 의도하는 방향과 같다. 이 글이 교육계에도 참고가 되기 바란다.(http://www.cfe.org/)
김영환(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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