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과 對北정책
개성공단 파탄의 “‘원죄’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햇볕정책..오늘 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 초래
북한이 최근 NLL해역 도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남 무력사용 위협을 감행하는 한편, 이른 바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개성공단의 ‘차단→통행허용→재차단’을 반복하며 쥐락펴락하는 바람에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위협받고 한국민의 개성지역 내 ‘인질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금강산관광은 故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전면 중단된 가운데 주체기업인 현대아산 등이 사업 복원을 청원하고 있으나, 이번 개성공단 사업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관광사업에 연루된 제(諸)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결코 간단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양 사업이 갖는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여 향후 대북정책의 주요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1. 햇볕정책의 이론적ㆍ역사적 모델과 북한 적용 문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된 ‘햇볕’ 대북정책은 이론적으로는 (i)국제정치학상의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통합(integration)이론’에 기초하면서 (ii)역사적 경험으로 동서독(東西獨) 통합을 모델로 삼은 측면이 있다.
예컨대 기능주의 이론에 따르면, 군사․안보 등의 ‘쟁점 이슈’가 서로 교착상태에 빠져 양측 간 긴장이 고조돼 있을 경우, 非쟁점 이슈인 경제․문화 부문에서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쟁점 이슈 부문에까지 ‘긴장 완화’를 확산시킨다는 ‘파급(spill-over)효과’가 강조된다. 예컨대 美中 간 대립이 심화되어있던 1970년대 초반 ‘핑퐁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정상화까지 나아갔던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핑퐁 외교’는 美中 양국 간 외교정상화를 위한 숨은 의도가 대세를 형성하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 정부는 한 때 동방정책을 시행, 이른 바 “접촉(contact)을 통한 변화(change)”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동서독 교류 협력 증대에 큰 효과를 보았다. 통합이론에 따르면 정치체(政治體) 간의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상호거래(transaction)의 증대는 상호이해(understanding)를 증진시켜, 상호 간 ‘동질화’ 또는 ‘통합’에 기여한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동서독의 경우 수십만의 양독(兩獨) 방문객이 상호 방문, 주민들 간 실질적인 대화와 접촉을 이루는 데 성공, 궁극적으로 양독 통일과 통합을 유발하였다.
그러나 이들 모델을 제시하며 시행된 ‘햇볕’ 대북정책은 참담한 결과만을 남긴 채 폐기 처분되는 상황에 있다. ‘햇볕’ 대북정책이 남북 간 ‘동질화’와 ‘상호이해’를 이루는데 실패한 근본 요인은 이 모델이 실질적으로 북한상황에 적용되지 못했고, 특히 북한 당국이 이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서독의 흡수통일은 북한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자칫 폐쇄적인 공산주의 체제가 개혁․개방할 경우,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운명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경계심을 김정일 정권에 각인시켰다. 그 어느 공산주의 체제보다 폐쇄적이었던 북한 유일 수령지배체제에 있어 남한과의 통제없는 접촉의 확대는 체제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김정일 정권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 천명에 대해 이른 바 ‘모기장 이론’으로 대응, 북한체제 와해 요소인 ‘자유민주주의’ 사조(思潮)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자본과 기술, 경제지원은 적극 도입하는 정책으로 대응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199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제시된 김정일의 ‘모기장 이론’은 그야말로 “햇볕정책의 단물은 빼먹되, 그 효과는 차단한다”는 구체적인 방침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산관광이 남한 사람들끼리의 ‘줄서는 관광’이 되어, 북한 주민과의 대화는 찾아볼 수 없고 비싼 입산료를 지불하면서도 단지 문자 그대로 ‘관광’에 그쳐 남한 사람들의 등산 잔치가 돼 버린 것은 이런 배경에서이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주민과의 접촉과 대화는 전무(全無)했으며, 심지어 안내원에게 말 잘못 걸었다간 억류되기 십상인 이상한 관광이 돼 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통일부가 주장하는 “누적(累積) 수백만 인파가 북한 땅을 밟았다”는 실적(實績) 주장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결국 금강산관광은 본래의 취지에서 근본적으로 이탈, 북한에의 ‘현금 유입’ 통로가 돼 버려, 오늘날 목도하는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기여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온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금강산관광 사업은 이론적으로 설정된 ‘파급효과’가 전무한 ‘전면 실패작’으로서, 국가안보와 북한의 WMD개발 저지를 위해, 그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 개성공단사업의 특수성
한편 개성공단사업은 금강상사업과는 다른 좀 특이한 측면을 갖고 있다. 현재 북한 노동자들은 개성공단 노동을 통해 월 평균 $75~80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 돈으로 10만원 내외로서 한국 내부나 심지어 중국 상황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저렴한 수준이다. 현재 3만 5천~4만에 이르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75~80)×(3만5천~4만)×12개월=$3500~4000만 外에 관광사업수익 $1200만 달러를 합한 약 5천만 달러가 북한에 유입된다.
개성공단에는 약 90개의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고, 저렴한 임금과 임대료 외에 그동안 북한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향상돼 대부분 흑자로 전환돼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만약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경제환경을 보장하고 투자활동의 자유 및 안전조치가 보장된다면, 남북 간 ‘윈-윈’ 사업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반면, 김정일 정권 입장에선 북한 노동자들의 이른 바 ‘자본주의 오염’이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약 3만 5천~4만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 평균 3인을 계산할 경우, 약 10만의 개성주민이 남한의 자본주의에 노출돼 있어, 김정일 정권에게는 매우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개성공단을 쥐락펴락하는 배경에는 여차하면 이를 일방적으로 폐쇄할 수 있다는 결심이 서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간 5천만 달러 유입을 희생하더라도 체제 동요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북한당국의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달러가 궁핍한 북한으로서는 쉽사리 공단 폐쇄를 결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북한의 개성공단 정책에 대해 (i)‘폐쇄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과 (ii)‘폐쇄하지 못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으로 양분돼 있는 실정이다.
3. 결론: 對北정책 기조, 굳건히 유지돼야
최근 북한의 대남 압박 강경정책의 배경에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 외 남북 간 일반교역에서의 對南 흑자(黑子)가 줄어들어, 외화가 부족한 나머지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곧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최후 총력전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과거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정부 특혜금융 등을 통해 경제위기로 어려운 남한 기업을 도와 대북지원 규모를 유지하려 하지 않고, “기다리며 일관성을 유지하려는(적어도 지금까지는)” 정책을 구사해 옴으로써, 북한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개성공단사업은 금강산관광이 일방적 대북 현금유입 루트였던 것과는 달리, (i)연간 5천만 달러의 현금 유입통로 성격도 있긴 하나 (ii)북한 노동자 3만5천~4만의 자본주의 교육효과 (iii)한국기업의 흑자경영 (iv)개성의 위치가 비무장지대에 가까워 북한당국이 무언가 불안해하고 있는 점 등 매우 복잡한 요소를 안고 있다. 물론 북한 당국이 최근 보여준 일방적인 대남 압박은 개성공단의 안정적 경영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어, 기업들의 지속적인 이익창출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개성공단사업을 전략적이고 지혜롭게 대응하여, 대북정책의 목표와 실천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일방적으로 폐쇄하기 보다는 북한의 의도와 대응을 면밀히 분석,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에 대해서는 韓美동맹을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엄정 대처, 행여 북한이 추구하는 남한 좌파와의 ‘통일전선’을 통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바꾸기 전략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현금과 각종 물자의 유입 감소로 내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대남 군사도박은 이런 초조함과 내부 어려움의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상황이 지금이 큰 고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결국 對北정책 논란의 근본적 문제는 한국 내부에 있다. 동아일보 사설(2009.3.16) 에서 개성공단 파탄의 “‘원죄’가 햇볕정책에 있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오늘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을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정책 과오로만 볼 수도 없다. 햇볕정책의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노무현 정부 하에서 이를 더욱 확대 실시한 것(예컨대 「10․4남북합의」)은 정책적 실패 여부를 떠나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와 “민족공조” “反美․자주 연방제통일” 대남전략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자유민주체제의 수호와 확산을 통한 대한민국 안보와 한반도 통일 실현’의 근본이념을 무시한 것이고, 이를 규정한 헌법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정책실패’를 넘어선 중대한 범죄행위로 지탄받아야 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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