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특사 파견 반드시 막아야
대북특사 파견은 이명박 정권을 김정일의 완전한 볼모로 만드는 독배가 될 것이다
기록은 무섭게 남는다. 2006년 10월27일, 김정일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18일째 되던 날,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장. 국회 속기록을 들춰본다. 당시 노무현 정권의 제1외교차관 유명환. 지금 이명박 정권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명환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답변한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포용정책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PSI를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우리가 그대로 이행한다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저희들은 PSI에 참여하지 않는 것.” 노무현 정권에서 포용정책의 전도사였고, PSI 참여 반대론자였던 유명환이 이명박 정권에서 다시 장관이 되어 외교·안보·통일정책의 명줄을 쥐고 있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김정일이 빙그레 웃고 있을 것이다. 맞수가 안되는군. 이명박 정권의 외교·안보·통일팀의 정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그런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던 5일, 유명환은 선언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PSI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므로, 정부는 PSI의 전면적인 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외교부는 홍보자료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삼면이 바다이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대외의존도가 높아 우리가 PSI에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북한이 핵실험할 때 대한민국의 삼면은 땅? 땅이 바다로 바뀌었나?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아니었나?
이상희 국방부 장관. 지난해 4월28일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 그러자 대통령 이명박,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 그 한마디로 15년간 반대해온 군의 목소리는 찬성 쪽으로 바뀌었다. 국방장관 이상희는 올 1월12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군의 찬성 결정론을 폈다. 이게 군의 현주소!
통일부 장관 현인택. 교수 시절 대북강경론자였다. 김정일에 대한 증오를 이렇게 기술한 적도 있다. “체제의 중핵을 이루는 오직 일부의 사람들만이 연명할 수 있고 나머지 많은 사람이 아사 직전에 있는 그런 체제는 유형이 어떠하든 간에 ‘결국은 이 대명천지에 같이할 수가 없을 것’.”(1997년 계간 사상 가을호 ‘북한의 대외정책과 체제보존’) 그러나 현인택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대남 공작소’ 역할을 했던 통일부의 대북 대화론에 얹혀 PSI 참여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장 원세훈은 문외한이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성환 역시 색깔이 없는 무정형의 인물이다. 김정일의 조폭 외교에 맞짱을 뜨겠다는 결기가 구조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외교·통일·안보팀에 없을 수밖에 없다. ‘곡학아세(曲學阿世)팀’ ‘처세의 대가팀’이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마진이 남아야 한다’는 대통령 이명박의 실용에 편승하며 외교·안보·통일 문제를 끌고 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PSI 참가 선언을 네 번이나 연기, 또 연기해온 계산법이 드러났다. 4월15일이 김일성 생일이기 때문에 연기한 것도 아니다. 대북특사 파견 성사를 위한 비위맞추기! 대통령 이명박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틀 전에 “특사는, 우리는 필요하면 보낼 수 있다”고 말한 대목에 곡절이 숨어 있다. 대북특사를 보내 예,예 굽실거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전격 이끌어내고 20일 넘도록 억류당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을 구해내온다? 순진하고 문약(文弱)한 기회주의적 발상이여! 이걸 보수·우파세력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좌파정권의 전철을 밟는 것! 이명박 정권이 근본적으로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병상에 누워 금강산 관광객을 총쏴 죽이고, 개성공단 길을 닫았다 열었다 하고, 장거리 로켓을 날리고 민간인을 구금해도 마냥 휩쓸려 가고 있는 것. 대북특사 파견은 이명박 정권을 김정일의 완전한 볼모로 만드는 독배가 될 것이다. 독배!(http://www.munhwa.com/)
윤창중(문화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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