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과 '진짜 진보'
3대 부자세습을 기도하는 독재정권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하면 진보이고,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보수 내지 극우라는 생각은 곤란하다.
하지만 로켓 발사는 정치·군사적 대결을 통한 체제유지 노선의 공식화일 뿐이다. 이에 유엔 안보리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의 로켓발사를 2006년 10월 14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위반한 도발로 규정·비난하며, 대북 제재를 되살리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자 북한은 다시 6자회담 불참과 핵 시설 재 가동으로 맞서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국제규범이나 인류사회의 우려는 개의치 않는 마치 자해 공갈단의 수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한의 ‘막가파’식 행동으로 2006년 10월 행해진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다시금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에 터잡아 살고 있는 7천만 겨레의‘평화적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 반면 북한 주민의 식량난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식량 구입에 써야 할 돈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김정일 식‘선군정치’의 부정적인 후과라고 할 만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일차적으로‘안보’이슈이지만, 직·간접으로‘인권’과도 관련이 있다. 한반도에서 터 잡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평화적 생존권’혹은‘안전을 향유할 권리’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까닭이다.
바야흐로 북한 인권문제의 목록을 또 하나 추가해야 할 듯 싶다. 사실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이나 탈북자의 인권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북한 정권의 독재성과 반민주성에 기인하는 모든 인권사안을 포함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 몇 해 동안 북한주민의 인권 실상은 더욱 비참해졌다는 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남북교류에 참여하는 자의 인권 상황이 훨씬 나빠졌다. 금강산 관광객을 등 뒤에서 총질한 사건은 비무장의 무고한 사람의 인명을 앗아간 만행(생명권 침해)이었다.
또 최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현대아산 직원을 감금.억류하고도 접견권, 변호인 조력권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 역시 엄중한 인권 침해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후자의 사례는 ‘개성공업지구 출입.체류합의서’제10조(신변안전보장) 제3항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된다. 요컨대, 남북한이 합의.서명한 문건이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북한 관련성’이 있는 우리 국민의 인권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럼에도 ‘진보’단체들이 우리 국민의 이런 상황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진보세력은 인권, 반전(反戰), 반핵(反核)이라는 의제를 선점하고, 이런 문제의 해결과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자칭 진보’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북한 인권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장에 침묵하고 있다. 진보가 ‘진보성’을 상실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북한인권 세미나에서 저명한 인권 운동가인 데이비드 호크(David Hawk)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에 따르면,“한국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잘못됐다,”“지금까지의 접근은 인권을 배제한 상태에서 포용과 화해를 논의했는데 포용·화해와 인권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제기하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평화(북핵), 북한 경제개발, 식량문제 해결 시까지 인권문제를 유보하자는 입장은 설득력이 없다(반인권적 주장)”고 한다.
그는 60년대 미국 흑인 인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장과 인권감시협회 이사 등을 역임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인사다. 그의 지적은 우리 사회의 ‘자칭 진보’ 지식인들이 경청해야 할 대목이라 생각된다.
차제에 국회에서 겉돌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첨언하고자 한다. 북한인권법을 남북대결법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해 입법에 주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독재와 인권탄압을 외면하는 것은 ‘수구’일 뿐이며 진보가 될 수 없다. 3대 부자세습을 기도하는 독재정권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하면 진보이고,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보수 내지 극우라는 생각은 곤란하다. 북한 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 ‘진짜 진보’다. 따라서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인 ‘포퓰리즘’을 불식해야 한다.
18대 국회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절박한 인권상황은 같은 민족인 우리가 인권의 빛, 생명의 햇볕을 시급히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북한인권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konas)
제 성호(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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