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본질
북한의 대남태도가 탈대결-화해추구로 전환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남북화해가 이루어지고 남북관계가 평화공존관계로 전환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 간의 관계는 상대방과의 공존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평화공존관계이다. 상대방과의 공존을 기꺼이 인정하는 관계이다. 평화공존관계는 공존무협력관계, 공존협력관계, 공존공영관계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둘째 유형은 적대적 공존관계이다. 상대방과 공존하기를 원하지 않지만(상대방을 없애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마지못해 공존하는 관계이다. 이러한 적대적 공존관계를 통상 냉전관계라고 부른다. 적대적 공존관계는 전쟁정지-무력대결태세지속관계, 비무력대결관계, 탈대결-화해추구관계로 세분할 수 있다.
셋째 유형은 공존거부 전쟁관계이다. 상대방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상대방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진행하는 관계이다.
남북한의 관계는 어느 유형에 해당할까?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48년에 건국될 때부터 상대방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관계였다. 북한은 그러한 공존거부를 관철하기 위해 6·25전쟁을 일으켰다. 6·25전쟁이 정전된 후 남북한은 서로를 없애고 싶지만 현실적 여건이 허용하지 않아 마지못해 공존해왔다.
오늘날도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지역을 영토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배정당인 노동당의 규약은 남한지역을 사회주의화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1년 12월에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약속했지만, 그 합의서는 머지않아 무효화되었다.
노태우정권 출범 이후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대결관계를 해소하고 남북한관계를 평화공존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전개해왔다. 특히 김대중·노무현정권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북한에 많은 물자와 현금을 제공하고,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키면서까지 남북화해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화해가 북한 공산체제의 와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하에 남한의 화해노력에 진실하게 호응하지 않고, 남한의 대북화해노력을 역이용하여 남한에 대한 대결태세를 강화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가을 이후에는 남한에 대해 여차하면 무력공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같이 볼 때, 남북한관계는 기본적으로 적대적 공존관계에 해당하며, 적대적 공존관계의 틀 속에서 남한은 탈대결-화해를 추구하는 데 반해 북한은 대결태세를 유지하는 불균형상태에 있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황이다.
남북관계의 본질이 이러하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태도가 탈대결-화해추구로 전환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남북화해가 이루어지고 남북관계가 평화공존관계로 전환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적대적 공존관계에 있는 국가들 간의 화해나 평화공존관계 형성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적대적 공존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를 평화공존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 남한이 취해야 할 방책의 기본은 남북화해가 이루어지더라도 남한이 북한의 체제변환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특징이다. 남한에는 남북한관계와 관련하여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그러한 어리석음을 저지르도록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그러한 선동에 넘어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정론공방)
양동안(한국학중안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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